[프리뷰]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 프리뷰 - Way to Fringe

2017. 7. 18. 06:18Feature

 

한 손에는 지도 다른 한손에는 5-2를 들고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 프리뷰

 

글_채 민 (프린지 빌리지 프로그래머)

 

바닷물이 마르고 떠오른 아틀란티스의 신화적 사회, 정치제도가 세계에 자리 잡았고, 아마존이 사막화되자 일루미나티가 정글에 숨겨두었던 마야의 황금 도시 시우다드 블랑카의 실체가 드러났다. 덕분에 황금의 공급이 무한대로 늘어나 황금은 돌멩이가, 돌멩이는 황금이 되었다. 이즈음 버뮤다 삼각지대에 건설된 인공의 섬은 Fringe-2017과의 교역의 요지가 되었다.

- 공간디렉터 장성진의 ‘Way to 프린지’ 중

 

▲2017페스티벌 프로그램북에 실린 공간디렉터의 글

 

 

프로그램북에 실린 공간디렉터 장성진의 ‘way to 프린지’를 읽는다. 그의 대담한 공간적 상상력 때문에 마치 습하고 후덥지근한 모험의 뽕을 맞은 기분이다. 한 여름 습기에 끈적이는 살갗, 거대한 경기장 안팎을 누비느라 시큰한 다리. 몸이 기억하는 프린지페스티벌이 돌아왔다. 2절 크기의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7 지도’는 그간 프린지가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쌓아온 감각과 노하우의 결정체다. 사실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뭐 어떤가. 원래 세계지도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 독립예술세계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무척 친절하다. 오는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프린지에서 나만의 여정을 짜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았다. 경기장을 지지대 삼아 거대한 초석을 세우고 맞는 세 번째 해이기도 하다. 2015년 ‘프린지 굴러가유~’, 2016년 ‘프린지 크루즈’에 이어 올해의 주제는 신기루 같은 뜻밖의 ‘여행’이다. 압도적인 규모의 공간과 이곳에서 갓 태어난 공연을 찾아 헤매는 관객. 그 정처 없음에 날개를 달아주기로 한 것일까. 지난 5월부터 ‘하고 싶은거 해’라는 공고에 영혼이 홀린 52팀의 예술가들이 경기장을 둘러보며 각자 공연장소를 선택했다. 그들은 참가자 혹은 관객으로서 직간접적으로 축적한 경험을 가지고 공간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극장을 뛰쳐나온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여행길에 먼저 오른 셈이다.

 

▲지난 8일에 있었던 프린지 아티스트 파티 현장

 

 

페스티벌 종합안내소를 지나 큰 계단을 오르면 북문이 보인다. 경기장의 정문인 이곳을 통과하면 관객의 쉼터이자 프린지의 흥을 담당하는 프린지 클럽이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공간에서 공연을 마친 다양한 장르의 음악단체(극단 타쇼, 민필, 유어예 가야금 프로젝트, 팝카펠라 원달러, 풍물창작단 소용) 및 마술 퍼포머(마트_MArt)가 한 곳에 모여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블랙 BCDE 구역에서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아카이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1998년 독립예술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프린지가 밟아온 행로를 살펴볼 수 있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프린지를 추억하고 누군가는 독립예술 페스티벌의 미래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공연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3층의 경기장의 통로, 계단, 의무실, 화장실 등의 공간과 스튜디오 형식의 4층 ‘스카이박스’, 3층과 성격이 비슷한 5층에 고루 자리한다. ‘극단 시지프’의 人(사람인)stagram은 음악과 폴댄스를 통하여 인스타그램 속 세상과 현실의 괴리를 표현하고자 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온라인에 전시하면서도 고립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과 마주하며 씁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위기의 국가, 진실과 거짓, 고문과 피해자의 기억 등 아리엘 도르프만이 던지는 질문은 끊임없이 동시대의 창작자들을 자극한다. ‘창작집단 위선자’는 원작 <죽음과 소녀>의 일부를 발췌하여 ‘용서와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두고 그들의 시선으로 재현해보고자 한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

 

 

‘사단법인 학교밖 청소년 학교’팀은 이름만큼이나 혼란스럽고 재기 넘친다. 극중 학교가 가기 싫어 자퇴한 기민은 학교 밖의 청소년이 다녀야 하는 학교밖 청소년 학교가 또 있다는 사실에 까무러친다. 왠지 모르게 삭막한 경기장 의무실을 살벌한 교실로 바꾸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학교’의 과도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 제목은 생략한다.) '프로젝트xxy'는 커다란 좌표위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늘어놓는다. 남성 혹은 여성. 과연 이것이 우리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가? 젠더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이제 좀 섬세해지자고 말한다. <젠더 트렌지션>

 

‘극단 페로자’는 알베르 카뮈의 희곡 <오해>를 무대에 올린다. 이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남자는 어머니와 누이를 찾는다. 부유해진 남자는 모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기대에 부풀었지만 결국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누이와 어머니에게 살해당한다. ‘극단 페로자’는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지우고, 같은 공간에 존재하여 관객을 비극의 목격자로 만들고자 한다. <역할놀이>에 등장하는‘롤리트’는‘Role’(역할) 과 'Delete'(삭제하다)의 합성어로서 맹목적대량자살사태를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봄의 주막’은 우리에게 ‘가면’을 권한다. 살기위해 가면을 받아든 우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역설한다.

 

‘창작집단3355’의 <이방연애>는 10대부터 40대까지 퀴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매일 새로운 주인공이 각자의 공간과 이야기를 선보인다. 다양한 표현기법을 가진 ‘창작집단3355’의 실험이 기대된다. ‘프로젝트 극단 우아’의 <At the moment-dual room>은 상자가 가득한 방에서 친구의 죽음과 시작을 설렘을 이야기 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관객의 역할은 변화 한다. 일상의 공간이 혼재된 무대에서 벌어질 작품과 관객의 화학작용이 흥미롭다. ‘다도 스튜디오'는 작품을 구성하며 줄곧 종이와 내밀하고 시적인 대화를 나눴다. 종이의 질감과 소리, 그것이 구성하는 안팎을 통해 특별한 감정을 만들어낸다.<white shadow>

 

 

▲프린지 빌리지에서 벌어진 프린지 반상회 모습 

 

 

 

올해도 경기장 공간탐구 레지던시 ‘프린지 빌리지’가 진행되었다. 빌리지에 입주한 예술가들과 매주 반상회를 열어 근황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을 탐구하는 각자의 시선을 공유했다. 마지막 반상회 자리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예술가의 생존방식과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 예술가의 생존에 가장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꼰대였다니.) 이때 치열했던 몇 가지 주제를 갈무리하여 페스티벌 기간 중 ‘올모스트 프린지: 마이크로 포럼’에서 소규모이지만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독립예술, 앞으로 어떻게 할거니?”를 주제로 오는 17일에 일곱 번째 독립예술 집담회가 열린다. 지난 집담회에서 다루었던 현황, 전망, 파트너쉽, 새로운 주체, 반성에 이어 독립예술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독립예술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찾아가 기록하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과 함께한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 상시 운영되는 ‘여행자의 동굴’은 프린지 여행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더위와 피로가 한계치에 오르면 이곳을 찾아보자. 청량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의 끝에서는 스무 번째 프린지와 안녕 하는 예술가와 인디스트의 기발한 인사를 만나게 된다.

 

 

▲2016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현장의 모습 

 

 

이제 우리도 한 손에는 지도 다른 한 손에는 무더위에 대비한 5-2를 들고 여행을 떠날 때가 됐다. (5-2는 ‘way to 프린지’에서 등장하는 독립적인 알바생이 주인공에게 건네는 기다란 초록열매다.) 앞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다양한 사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각자의 취향에 들어맞는 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될 것이다.

 

세계는 점점 더 비틀어져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온 낮과밤, 24시간, 365일, 12달과 같은 익숙한 삶의 주기를 벗어나는 일은 현 인류의 숙제가 된지 오래다.

- 공간디렉터 장성진의 ‘Way to 프린지’ 중

 

어쩌면 우리는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일 수 있다. 내가 예술을 하기 위해 혹은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섬겨야 하는 절대적인 무엇이 없어진 지금은 오히려 과거의 것들을 빠르게 잊어버리는 행위가 나의 생존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미지의 땅에 발걸음을 내딛는 것. (어차피 지금 딛고 선 땅도 안전하지 않으며, 미지의 땅도 곧 지도를 갖게 될 테니.) 이렇게 시작된 여행 말이다. 무어라 규정할 수 없는 ‘인공의 섬 Fringe-2017’. 우리는 이곳에 모인 여행객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인식의 날을 벼려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의 여름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2017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경기장 공연지도

 

 

*사진출처_서울프린지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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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_채민

 소개_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믿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고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