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타인에 대한 상상력 <일간 이슬아>

2018. 3. 21. 07:37Review




타인에 대한 상상력

일간 이슬아 (日刊 李瑟娥)

2.12~3.9

 

_채민



  

하루가 넘지 않는 시간, 그녀가 매일 글을 써내는 그 시간 안에 나도 이 리뷰를 써보고 싶었다. 탈고하기에 벅찬 시간, 독자들에게 발송하고 난 다음에 혼자 머리를 쥐어뜯는 그런 글. 그런 긴박함과 압박이 느껴보고 싶었다. 아니 필요했다. 생각이 늘어지면 글을 쓸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이슬아는 이미 한 달 동안의 빅 픽쳐를 그려두고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는 시간은 혹독하고, 이슬아의 글은 싱싱했다.

 

아무도 청탁하지 않았지만 쓰는 글. 지면을 기다리지 않고 쓰는 일간 이슬아는 자유로운 수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지난 2~3월의 원고는 그녀의 일상과, 사랑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슬아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그녀의 기질사고방식을 구성했을지 추측해보았다. (수영을 잘한다는 그녀의 신체는 접어두자. 한 번도 만나본적 없으니) 재미있는 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수필을 읽자 그녀에게 없던 호기심도 생겼다는 것이다. 왠지 그녀와 가까워진 이 느낌은 또 무엇인가.

  

잠시 지금의 나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다. 아무래도 내가 처한 상황을 분리해 두고 이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기를 낳은 지 130일이 지났다. 말수가 적은 나는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다. 그런 이유로 몸조리를 하러 잠시 머무르기로 한 친정에서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 책상 없는 방에 상을 펴고 앉아 덧없이 무언가를 끄적인다. 대부분의 나의 시간은 아직 뒤집기도 못하는 아기가 점유하고 있지만, 나는 질기게 다시 혼자만의 방으로 돌아온다. 아기가 크게 아픈 이후로 밖에 나가는 날보다 집에 있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 출산 전과 후의 신체적 변화를 통렬하게 느끼는 중이고 그 밖에 라고 생각했던 내가 없어진 지금이다.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를 받아 지난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받아보게 되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그녀의 글을 읽으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궁금했지만 회가 거듭되며 보이는 전개의 꾸준함과 캐릭터의 일관성이 진실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웠다. 글의 소재는 일상적이었으나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과감하거나, 외롭거나, 부끄럽거나, 애정을 담고 있었다. 그녀와 내가 공유하는 기억은 쌓여갔고, 이제는 조금만 언급해도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어 나중의 글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한 참고에도 무리가 없었다. ‘그때 그 사건 알지?’와 같은 맥락이랄까. 그녀가 자주 쓰는 말, 좋아하는 단어도 알게 되었다. ...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언어습관을 알게 되다니.


 

이슬아의 글에서 발견한 작가의 재능 중에 지금의 나에게 크게 다가 왔던 것은 다음의 두 가지다. 일상에서 건져내는 그녀의 사유와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 지금의 나와는 달리 멀리 이동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그녀의 일상이 부럽기도 했거니와 그녀가 세상을 느끼고 기록하는 방식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상을 주제로 한 글들은 읽고 나면 여운을 남기는 단락이 있었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그 단락을 향해 달려온 글들이 그게 아닌 척 하는 감쪽같은 맛도 있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즐거웠다. 연재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그녀는 본인의 가족을 한 명씩 묘사하기 시작했다. 인물을 이해하고 빈 공간을 관찰을 통해 그럴듯한 상상으로 채운 글은 그들의 지난 시간을 목도하는 듯 생생했다. 길에서 마주치면 돌아볼 일 없는 평범한 노년과 중년의 인물들이 내게 개별의 존재로 다가왔고 나는 그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애정이 생기다니!

 

상상력이 빈약해지면 구체적으로 자기 앞에 있는 상대방에게 조차 감정이입을 할 능력을 상실한다. 중략각자 개개인으로서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존재임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 행복과 존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그들이 자신과 매우 유사한 존재라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람은, 그들이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인간 존재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며 오로지 고정된 이미지로써만 그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진 그런 이미지와 이야기들은 무슬림(또는 유대인이나 페미니스트나 지식인이나 집시 +그리고 애엄마)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 <혐오사회> 카롤린 엠케

 

이슬아를 모르는 어떤 사람이 거리에서 중년의 남자와 맞담배를 피우는 젊은 그녀와 눈이

마주쳤더라면 어땠을까. 그 남자는 슬아가 소개한 (문학소년이었던) 웅이(아버지) 일수도 있는데... 타인에 대한 빈약한 상상력을 반성하며, 전 세계를 미세먼지처럼 덮친 혐오를 두려워하고 있는 요즘, ‘일간 이슬아의 체험은 의미 있게 다가왔다. 나도 고유한 서사를 가진 존재임에도 불구라고 아기와 함께 밖으로 나가면 곧 맘충이라 통칭하여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덜덜... ’잘하면 되지라는 부질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 행위의 기준은 너무나 각각이며, 그 중 일부는 너무 혹독하지 않나.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암이 걸리겠다니... 분명이 당신도 울었고 기억을 못할 뿐이다. 그저 우리가 자라날 때에는 관용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혐오의 단어를 소비하는 스스로의 빈약한 상상력을 부끄러워하자)

 

첫 달 연재를 마치고 그녀가 보낸 메일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답장을 드릴 수 없어서 마음을 다 전할 수는 없었지만 칭찬도 비판도 따뜻한 말도 냉담한 말도 모두 감사했습니다. 중략날마다 노트북 앞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중략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오랫동안 쓰고 싶습니다.

 

그녀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용기에 놀랐다. 이야기할 용기가 있다고 해서 상처 입는 가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딛고 연재를 계속하겠다는 그녀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또 무모한 미슬아가 고개를 든 것일까...) ‘일간 이슬아를 알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보며 반성도 했고 위로도 받았다. 다음 연재를 기대한다



*박스 안 이미지 및 글 출처_일간 이슬아 SNS페이지 


 

 필자_채민

 소개_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믿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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