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민규, 단편선, 하박국 지음 / 소소북스 출판 <DIY 뮤직 가이드북>

2018. 10. 27. 10:41Review


내가 쓰지도 않은 책을 팔아보려 용 쓴 이유

<DIY 뮤직 가이드북>

김민규, 단편선, 하박국 지음 / 소소북스 출판

 

_쁜사

 

책 리뷰인데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아 독자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을 몇 달 전에 판매하기 위해 읽었지, 독자로서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에 대한 감상이랄 것도 풀어내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 책의 기획진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책에 한 문장도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음악과는 전혀 관련도 없는, 이 책의 판매를 위한 후반 과정에 투입된 인력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왜 굳이 이 책을 파는 일에 동참했는지에 대한 저의 이유가 이 글의 내용입니다. 

 저는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을 건 어떤 책도 읽어본 일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까마득해도, 가이드북에서 찾아 나올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꿈이 없어서 가이드북이 필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음악을 꿈꾸는 분들께 <DIY 뮤직 가이드북>이 어떤 의미일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제 생각에는, 사실 이미 해본 사람들, 이미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가이드북은 딱히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있으면 참고는 되겠지만 가이드북이 없이도 주변 동료들,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쨌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한 번 해보는 것 말고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요. 이미 계속하기 위해서 가이드북 대신에 동료와 먼저 시작한 친구들, 소개받은 사람들 등등과 연결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DIY 뮤지션이 되기로 이미 작정한 사람들은요.


<DIY 뮤직 가이드북>DIY 뮤지션, 혹은 인디 뮤지션의 커리어 전체에서, 혹은 그가 자신의 음악을 시작하고 배포하고 판매하는 데까지 과정 중에 앞서 말한 동료들의 조언과 친구들의 경험담을 하나로 모은 책 같습니다. 이미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데도, 저는 이 책이 이런 책이기 때문에 있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히 앞으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렇습니다.


학술 서적이 아닌 에세이 류의 비문학 도서는 대체로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류 아니면 이 책을 쓰고 있는 나의 풍류(이러한 생각 혹은 감상, 멋있지? 쿨하지?)-류라고 저는 봅니다. 사실 그래서 잘 안 읽습니다. <DIY 뮤직 가이드북>은 저런 류의 책들에 속하진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읽기로는, 이 책은 당신에게 말을 걸기보다는 이미 책에서 상정된 예비 뮤지션 김인디의 고민을 담고, 그에 대답을 해줍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정해주고, 억지로 떠먹여주거나 아니면 아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자발적으로 독자가 떠먹게끔 만드는 책은 아닙니다. 좋은 음악이나 무릇 음악이란 무엇을 위함인가 그런 얘기는 전혀 없이, 철저히 음악가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정보와 선택지들을 일러줍니다.

  

DIY 뮤직 가이드북 출간기념 토크 현장 @서울와우북페스티벌 (2018.10.03) 


 <DIY 뮤직 가이드북>은 이 글을 쓰는 나의 풍류를 자랑하는 책도 아닙니다. 우선 이 책의 화자는 여러 명이고, 그 중 누구도 를 얘기하진 않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은 자기 일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니까요. 일은 풍류가 아니잖아요, 일은 풍류가 될 수 없습니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이 ’ DIY 음악에 종사하는지, 대의 같은 것은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아니면 처음에는 어떤 이유에서 이 일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음악과 관련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음악가가 되고 싶은 분들은 이렇게 하면 더 좋겠다는 얘기만 하더군요. 사실 저는 자기 인생에 대한 남의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는 음흉한 사람인데, 그런 얘기도 이 책에는 없더군요.


이 책이 기존의 저의 에세이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속에는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위로하는 그 책은 말하든 말하지 않든 당신을 힘들게 하는 적을 전제합니다. 나의 풍류를 풀어놓는 책은 나의 풍류를 빛나게 만드는 자기 인생의 역경을 견뎌내고 결국 얻은 자신의 깨달음이나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며 멋진 결단과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두 종류의 책들은 결국은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세상, 혹은 각자의 생활에서 실제로 내게 해를 주는 적을 견디어내는 방법을 이야기하거나, 어떻게 견디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습니다.


<DIY 뮤직 가이드북> 속의 세상은, 내 음악을 들려줄 세상입니다. 적이 있어서 싸우고 이겨야 하는 세상이 아니라, 내 음악을 들을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세상에서 친절하고 담백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혹은 모두 다 잘될 거라고 하는 친구는 아닙니다. 돈도 들 것이고, 뭐 하나 쉬운 게 없을 테지만, 네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는 데에 함께하고 응원해줄 친구입니다. 패배감을 팔지 않는 이 책을 만난 덕에 저는 인생 처음으로, 심지어 제가 쓰지도 않은, 책을 팔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이유로 책은 기꺼이 팔았는데, 막상 사주신 독자분들이 이 책을 어떤 의미로 읽으실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DIY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책을 사신 분들도 있겠고,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혹은 좋아하는 주변 사람을 위해 사신 분도 있겠지요. 이 책을 기획하신 분들 말마따나, 초등학생 때 보던 전과 책처럼 보기 위해 이 책을 사신 뮤지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DIY 음악을 하게 되면 뭐가 좋다고, 뭣하러 이런 책을 만드느냐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서로 경쟁자이기만 하고 같이 공감하고 뭉치는 건 오로지 패배감으로만 가능한 세상보다는, 음악이 아니어도, ( ) 해볼 사람 있으면 내 얘기 좀 들어봐, 같이 하자, 초대하는 세상이 저는 더 재미있고, 좋습니다

 


*사진출처 _ 현장사진(photo by soljki), 그외 사진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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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_쁜 사

 소개_체력은 나쁘지 않으나 생각이 주로 불순하고 복잡하며 꿈을 하나씩 지우다 못해 독립의 꿈조차 (포기가 아니라)꾸지 않고 빌붙기에만 점점 능해지는 잡스럽고 쿨하지 못한 고양이 키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