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선, 자체, 제대로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세 도서전이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 : <2026 강릉국제도서낙선전>,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

2026. 9. 11. 22:37ㆍReview

낙선, 자체, 제대로는 서울국제도서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세 도서전이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

 : <2026 강릉국제도서낙선전>,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

글_강상윤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 서울국제도서전에 성심당이 빵과 커피를 팔던 때가 있었다. 먼 옛날이라고 적었지만, 사실 불과 7년 전인 2019년이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돌아가는 길, 코엑스에 들러 서울국제도서전을 구경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입장료가 무료였고, 책 구경하다 힘들면 빈백에 누워 쉬었다. 빵 냄새를 맡으며 여유롭게 머물렀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2026년, 서울국제도서전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행사가 되었다. 사전 예매가 시작되는 첫날, 예약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대기자 수만 3만명이란 숫자를 보았다. 다음날 접속자 수도 비슷했다. 그래서 책방을 하고 매년 가던 서울국제도서전에 올해는 가는 걸 포기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사전 예매자 수는 1.2만명, 2022년에는 2만명 [각주:1]이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 사전 예약 대기 화면 ❘ 제공 : 필자

 

도서전이 인기를 끌면서, 도서전에 나가려는 출판사들도 많아졌다. '독서붐은 온다'라는 말처럼, 도서전 기간 특색 있고 재미있는 부스를 소개하는 글이 소셜 미디어에 퍼져 나갔다. 도서전은 해가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출판계의 잠시나마 내리는 단비가 되어줬다. 하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드러났다. 책이 아닌 굿즈가 더 주목받는 분위기, 작은 출판사는 배제된 대형 출판사 위주의 부스 구성, 최근 인쇄용지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제지업체의 부스 참여, 도서전 운영의 공공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무엇보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수용할 수 있는 부스보다 참가를 원하는 출판사가 많아지며, 부스 선정에 대한 논란도 생겨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시기 여러 도서전이 생겨났다.

 

[각주:2]">
서울국제도서전의 선정 기준에 대한 현장 반응 등을 담은 경향신문 기사 [각주:3]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기 일주일 전, 강릉 지역 몇몇 책방이 모여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을 시작했다. 낙선전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부스 선정에 떨어진 출판사들의 신청을 받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같은 기간, 서울 을지로 인현이음과 방산종합시장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을 못 가거나 안 가는 출판인들이 모여 서울자체도서전을 열었다. 서울 노들섬에서는 서울국제도서전 공공성 회복을 외치며 서울제대로도서전도 열렸다.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강릉국제도서낙선전과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면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은 [초대받지 못한 책이 주인공이 되는 따뜻한 패자부활전], 서울자체도서전은 [초대받기를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재미있게 직접 만들자], 서울제대로도서전은 [도서전은 원래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건네는 느낌을 받았다.

 

 

 


각 도서전이 진행되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은 다른 도서전과 달리 한 곳이 아닌 여러 책방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6년 기준 강릉 지역 서점 강다방 이야기공장, 당신의강릉, 시골책방 자몽, 지앤지오 말글터, 책뜰 in 상상이상에서 낙선전을 운영 중이다. 일반적인 도서전과 달리, 상설 전시 개념으로 올해 말까지 진행된다. 서울자체도서전은 인현이음 3층과 방산종합시장 상가에서 진행됐다. 서울국제도서전처럼 인현이음 3층을 메인 공간인 A홀, 방산종합시장 A동 2층 101호와 66호를 각 B홀과 C홀, 3층 78호를 D홀로 이름 붙였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서울 노들섬 1층 노들라운지에서 진행됐다.

도서전 명 장소 기간 슬로건
강릉국제도서낙선전 강릉 지역 5개 책방 2026년 6월~12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패자부활전
서울자체도서전 서울 을지로 일대(인현이음, 방산종합시장)  2026년 6월 24일~27일 자체적으로 재밌자
모든 책은 형제가 된다
서울제대로도서전 서울 노들섬 2026년 6월 25일~28일 여유 있게, 오래, 가깝게



강다방 이야기공장의 2026 강릉국제도서낙선전 서가 ❘ 제공 : 필자

 


도서전 구성은,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의 경우 각 지역 책방의 서가를 이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단발성 이벤트로 소비되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 책방의 서가를 활용해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도서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간이 집중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도서전과 비교하여 주목도나 화제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자체도서전은 독립출판물이 주를 이뤘고, 을지로 일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이동하는 재미도 있었다. 제비뽑기를 통한 부스를 선정, 참여 출판사가 각각 제작한 다양한 포스터, 릴레이 글쓰기, 책 추천 알약 등 도서전의 재미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책상 하나에 대만 도서를 놓고 주빈국 부스라고 꾸며놓은 것을 보고 도서전을 운영하는 주최 측의 재치도 느껴졌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그림책이 주를 이뤘다. 입구 앞에 있는 입장 대기 시스템을 보고 준비를 참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다. 언론 보도와 소셜 미디어 광고 등을 보며 사람을 모으고, 불편함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노련한 운영 경험이 느껴졌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가진 공공성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제대로도서전에서는 실제 강다방과 거래하는 작가, 출판사를 만날 수 있어 도서전의 역할도 충실했다.

 

2026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 현장 ❘ 제공 : 필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은 올해도 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더불어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의 도서 판매량, 서울자체도서전과 서울제대로도서전 입구에 늘어선 줄 등을 봤을 때, 다른 도서전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의 화제성과 다양한 도서전의 등장은 분명 출판계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올해 다른 도서전에 참가한 출판사들이 내년 서울국제도서전 부스에 선정된다면, 대안 도서전은 지속될 수 있을까? 도서전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책을 사고 읽기보다 팝업스토어처럼 이벤트만을 즐기는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책을 둘러싼 생태계는 도서전이 열리는 며칠 동안만 존재하는 게 아닌데, 도서전의 흥행과 별개로 주변에 있는 수많은 책방은 왜 문을 닫는 걸까? 동네 책방이야말로 매일 열리는 도서전이 아닐까?'

 


글을 정리하며 강릉국제도서낙선전, 서울자체도서전, 서울제대로도서전이 서울국제도서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대신할 하나의 도서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강릉국제도서낙선전은 보다 많은 출판사에 참여의 기회를, 서울자체도서전은 독립출판물다운 재치와 새로운 운영 방식을, 서울제대로도서전은 노련한 운영과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생각해 보면 낙선은 낙선대로, 자체는 자체대로, 제대로는 제대로. 초대받지 못한 책도, 초대를 기다리지 않기로 한 책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며칠간의 화려한 도서전 너머, 도서전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문을 열고 서가를 지키는 주변 동네 책방들이 떠올랐다. 1년에 단 며칠 타오르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 책을 읽고, 사고, 이야기하는 생태계를 꿈꿔본다. 우리가 기대해야 할 도서전은 가장 큰 하나의 도서전이 아니라, 곳곳에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계속되는 작은 도서전과 책방일지도 모르겠다. 내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올해의 여러 도서전이 다시 열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강상윤

책방에서 일하지만 정작 책 읽고 글 쓸 시간이 부족한 책방지기.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퇴근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1. 구은서, "3년 만에 돌아온 서울국제도서전…사전예매 인원만 2만명", 한국경제, 2022. 6. 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6016269i [본문으로]
  2. 백승찬, &ldquo;떨어졌다고? 그럼 우리가 열지&rdquo;&middot;&middot;&middot;서울국제도서전에 &lsquo;맞짱&rsquo; 뜬 출판사들", 경향신문, 2026.06.1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110600031 [본문으로]
  3. 백승찬, “떨어졌다고? 그럼 우리가 열지”···서울국제도서전에 ‘맞짱’ 뜬 출판사들", 경향신문, 2026.06.1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11060003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