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투인디 릴레이 리뷰 - 우주히피

2009. 4. 10. 08:1407-08' 인디언밥

인디투인디 릴레이 리뷰 - 우주히피

  • 호라(어배러투모로우)
  • 조회수 1254 / 2007.08.08

음악이라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아우르는 홍대의 히피들

- 우주히피의 2007년 8월 5일 打공연을 보고


일전에 동료 미인이 복숭아(심심한 위로의 복숭아)에게 되게 좋은 밴드를 알고 있다 라고 소개 받은 적이 있었다. 이름하여 우주히피.

솔직히 홍대씬에 관하여 일자무식인 필자는 우주히피라는 이름만을 듣고, 우주가 주는 스페이스, 일렉트로니카, 아방가르드에 히피가 주는 자유분방함, 이발과 면도를 안함, 싸이키델릭, 약물 이런 걸 상상하고 있었는데 당 공연장에서 악수를 청한 이는 검은 피부에 하얀 미소가 아름다운 더벅머리 청년이었다.


여하튼 어색했던 악수가 끝나고, 몇 팀들의 공연이 지나간 후 우주히피의 본격적인 노래가 시작되었다


훠이, 

첫 곡은 경쾌한 느낌의 훠이라는 곡으로 문을 열었다. 일렉의 그것 보다 훨씬 풍성하고 울림이 좋은 어쿠스틱 베이스. 좌중의 심장을 관장하야 흥과 신을 돋우는 드럼. 그 둘이 만드는 그루브 장단 위를 멋지게 노니는 보컬과 기타. 그렇다. 이렇게 이 삼인조의 음악에는 삼라(森羅)가 모두 있었고 또 그들의 음악을 즐기는 만상(萬象), 관객들이 있었다.


그나저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국인씨의 보컬은 정말로 일품이었다. 소리를 지르는 차원이 아닌, 정말로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새지 않고 단단히 모여진 소리, 힘이 넘치나 편히 들려지는, 그리고 시종일관 잃지 않는 미소. 듣는 내내 귀가 참 즐거웠다


어찌 그리 예쁜가요 

은근히 퍼지는 베이스 전주가 인상 깊었던 어찌 그리 예쁜가요. 듣기가 참 편했다. 그렇게 무심코 듣다가 나중에는 어찌 그리 예쁜가요라는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높은 소리로 저절로 따라하고 있었다. 귀에 붙는 느낌의 곡이 었다.


난 그대와 함께 바다를 가르네

밴드"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의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한 노래. 제목만 들어도 필자와 같은 심약한 솔로들의 마음을 날선 것으로 가르는 것 같았다.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순간 그 옛날 홍해를 갈랐던 모세가 떠올랐지만 레게 풍의 스트로크가 나오자마자, 순간 남국의 해변과 미녀가 떠올려 보았다


명태

커버곡인 강산에의 “명태”였다. 필자가 아는 노래 중 명태를 찬미한 노래가 두 곡이 있는데

첫째로 인켈 광고로 유명한 백발의 베이스 오현명의 가곡 "명태"고, 둘째로 강산에의 펑키한 "명태"다. 중간에 명태 어원의 유래라든지 명태의 종류에 대해 강원, 영동 근방 사투리로다가 아니리 비슷하게 푸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국인씨의 사투리가 강산에의 그것보다 훨씬 구수하고 생동감 있었다. 마치 통통배 위에서 오래된 모터소리 너머로 선장님께 직접 듣는 느낌이었다. 곡이 끝나자 얼마 전 뉴스에서 들은 동해바다에서의 명태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얘기가 생각나 괜히 씁쓸했다.


볼케이노

신명나는 커버곡 명태에 이어, 또 다시 커버곡인 다미안 쌀형의 볼케이노가 이어졌다. 구루브한 베이스라인이 마치 지미 핸드릭스의 "foxey lady"가 연상 되었다. 후주의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30대보호구역

끝 곡으로는 재치있는 가사와 시원한 창법이 돋보이는 30대 보호 구역이었다. 순간 옛 생각이 났다. 동네에서 고등학생들이 학급 채로 떼 흡연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가 그 앞에 서서 사십 여개의 담뱃불을 꺼뜨리고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애들이 착해서 망정이지 속으로 되게 무서웠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순간 났었다.


광야 아리랑

앵콜곡으로는 광야 아리랑이 연주 되었다. 노래 처음에는 타악기로 신들린 듯 신 부르듯 열었다. 마치 무속에서의 혼 부름과 같았다. 심벌은 꽹과리도 되었다. 징도 되었고. 콩가는 장고도 되었다가 북도 되었다.  그렇게 호영씨 혼자서 사물(四物)을 관장했다. 변화무쌍했다. 그러다 미끄러지는 듯한 스윙풍의 베이스라인이 깔리고, 그 위에서 노래가 시작 되었다. 굉장했다. 이전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었다. 월드뮤직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 뵈는 우주히피의 면모가 돋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또 바보같이 악수만 하다 왔다. 듣고 보고 좋았으면 뭐라고 제대로 된 말을 꺼내고 그래야 되는데 그냥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하고 악수만 청하다 헤어졌다


오는 중간에 우리는 국인씨 노래 실력에 대해 "되게 잘한다." "소리가 하나도 안 새."라며 쫑알쫑알 대며 돌아오는데, 그 길에서 아마추어증폭기씨를 만났다. 또 바보 같은 악수, 악수만을 청하고, 그냥 사진만 같이 찍고 헤어졌다. 그리고 홍대 지하철역 부근 노점상에서 와플과 핫도그를 사먹은 후 리뷰의 부담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이로써 사상 최악의 졸필을 마친다.

필자소개

호라 - 밴드 어배러투모로우에서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언 등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