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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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1월 레터] 머리를 맞대고
머리를 맞대고 11월 상하이에서는 기후변화연극제Climate Change Theater Action Festival가 열렸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기후변화연극운동’의 일환으로, 각국 각지에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연극운동 허브에 모인 희곡을 지역의 연출 및 배우가 공연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해당 지역의 활동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면서 지역과 지역 사이 교집합과 여집합을 가진, 커다란 합집합으로서의 국제 축제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상하이 기후변화연극제는 관광지로 익숙한 티엔즈팡의 우슈 도장을 활용한 극장 씨어터 인 티엔즈팡Theatre in Tianzifang에서 이틀간 5-6분 남짓의 공연을 릴레이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꾸려졌습니다. ..
2017.11.23 -
[리뷰]상실의 비애 속에서<연꽃정원>
상실의 비애 속에서제작_프로젝트 스토리 포레스트 글_권혜린 지금, 여기의 번안극 체호프의 을 번안하고 각색한 은 개발의 논리가 침투하는 상황에서 그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르고자 하는 이들의 비애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원래 있던 자리를 떠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한 약간의 희망과 긍정적인 암시를 주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신애와 훈에게는 너무나 뒤늦은 통과의례일 수 있지만 후속 세대인 영주와 자효에게 연꽃정원의 상실은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연꽃정원에서 온갖 살림을 도맡았던 별에게도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 외부의 압력 때문에 떠나는 자에 대한 비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농노해..
2017.11.22 -
[웹툰] 숭숭11화 - 밤에 걷기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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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박혜진 개인전, <CC각각 b밀(시시각각 비밀)>
수목요일의 시간은 비밀 - 박혜진 개인전, 숨도 작은 전시관, 2017.10.16-11.4 글 김솔지 1. 블랙마켓에서 만난 수목요일의 전시 소식 작년 이맘때는 날씨처럼 한국의 상황도 혹독했다. 예술계도 마찬가지였다. 블랙리스트는 사실로 밝혀졌고, 2016년 11월 4일 예술인들은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예술가들의 ‘박근혜 퇴진 캠핑촌’이 생겼다. 한 달이 지난 12월 4일, 예술가들은 암시장 ‘블랙마켓’을 열었다.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텐트 앞에 앉아 작품을 놓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촛불시위를 찍은 사진들도 보였고, 대부분 평소 해온 작업을 여러 형태로 보여줬다. 둘러보던 나는 한 작가 앞에 멈췄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엮은 그림, 그 종이 위에서 ..
2017.11.14 -
[리뷰] 극한으로 진동하는 이해, 영화 <분장>
극한으로 진동하는 이해 영화 남연우 감독/각본/출연 글_김민범 무한히 발산하는 세계에서 이해로 수렴하는 일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앞에 놓여 있을 때, 어떤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맞이해야 할까. 엉망으로 떠오르는 단어들 사이에서 ‘이해’라는 단어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의심스러워 꺼내지 못한다. 은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감독의 의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은 확장하거나 변형되지 않고 오로지 극한으로 치닫는 송준(남연우分)의 표정을 통해 대답 된다. 송준은 무명 배우다. 영화의 첫 장면, 송준은 바쁘게 돼지 저금통을 갈라 동전들을 그러모은다. 짤랑이며 나오는 송준을 맞이하는 건 택시기사다. 돈이 부족하다. 내일 아침 계좌로 모자란 비용을 보내겠다는 송준과 믿을 수 없다는 택시기사는..
2017.11.11 -
[리뷰] 사막별의 오로라 <Make up to Wake up 2>
행복하게 아름다울 것 사막별의 오로라 글_권혜린 예외가 소외가 되는 공포와 수치심 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만든 페미니즘 연극으로서 전작 에서 ‘몸/여자’를 이야기했던 것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몸을 어떻게 억압하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hide behind’라는, 눈에 보이지 않아 더 큰 두려움을 주는 괴물을 등장시킨다. ‘hide behind’는 위스콘신과 미네소타주의 나무꾼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괴물로서 나무나 사람 뒤에 너무나도 빨리 숨기 때문에 그 괴물을 본 사람이 없고, 그 때문에 많은 나무꾼이 숲에서 실종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를 차용하여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여성들을 감시하는 괴물이라는 상징으로 탈바꿈한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감정은 예외를 소외로 만드는 공포와..
201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