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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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푸른색으로 우리가 말해야 하는 것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
푸른색으로 우리가 말해야 하는 것원작_김연수 소설 /제작_극단 애인 글 유혜영 붐비는 극장이 아니었던 탓에 나는 재빠르게 극장 문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역은 코앞이었고, 어느새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솔직히 시큰둥했습니다. 푸른색 볼펜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맘에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건 줄거리를 후루룩 이해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보면서 마음이 떨렸고 얼굴이 뜨거워져 걸음이 빨라졌습니다. 푸른색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연극은 소설보다 훨씬 말수가 적었고, 느렸고, 왠지 편안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시(詩)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극장의 사방이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아서 그랬던 건지, 대학로의..
2018.11.25 -
[리뷰] 김신록의, 누군가 할 때까지 일단 나라도 한다. 연기비평 <애들러와 깁>
김신록의 ‘누군가 할 때까지 일단 나라도 한다’, 연기비평 배우와 인물 사이, 존재의 층위에 대한 탐구손원정 번역, 연출 / 팀 크라우치 작 / 극단 코끼리만보 글_김신록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서 오늘날의 예술과 소비, 그리고 욕망의 관계를 질문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 ‘팀 크라우치(Tim Crouch)’는 연극이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 꾸준히 탐색해왔다. 그는 최신작 에서, 연극 특유의 놀이성과 허구성을 이용해 현대인들이 예술과 예술가를 어떤 방식으로 소유하고,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소위 ‘사실주의’ 연극의 현실 재현 방식이 허구적인 세계의 내부적인 의사소통만으로 완결되는 닫힌 세계를 지향한다면, 팀 크라우치 작/손원정 연출의 은 내부적으로 완결된 허구의 세계에 균열을 내는 열린 세계를 ..
2018.11.18 -
[리뷰] 정다슬 안무 <공공하는 몸 – 프롤로그>
‘실패하는 관객의 영토를 분별하기’ 정다슬 안무 / 유지영·임은정·주혜영 출연 글_김민관 세 명의 퍼포머(유지영, 임은정, 주혜영)는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고 중간 중간에는 블라인드가 겹쳐져 있다. 몸은 펼쳐지고 드러난다기보다 감추어져 있고 말려 있다. 확인되는 건 움직임보다는 차라리 시간이다. 미세한 몸의 분절이 어느 정도 시간 이후에 일어났는지를 뒤늦게 감각하는 것. 움직임은 알 수 없이 나타나고 간격을 두고 일어나기에 급작스럽다. 마치 몸들은 공공 건축물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다만 조각상처럼 고정된 자세로 머무르는 스태추 마임의 미세한 떨림과 분절되는 움직임은 그것의 의도 차원을 삭감하기보다 오히려 더 경이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여기서 움직임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것은 생리적이거나 물리적..
2018.11.16 -
[웹툰] 숭숭23화 - 그물2
[웹툰] 숭숭23화 - 그물2
2018.11.16 -
[리뷰] 丙소사이어티 - 신토불이 연작1 <우리의 뿌리는 왜 발이 되었나>
근본 없는 호로새끼가 되지 않기 위하여신토불이 연작1 송이원 작,연출 / 김은한 출연 글_채 민 초심을 잃지 말라말씀하시네모두가 입을 모아말씀하시네하지만 사실 나는기억이 안 나옛날에 내가 어떤놈이었는지 ………… 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시원하게 내팽개쳐 버려초심 따위 개나 줘 버려조심하지 마 변해 버려- 장기하와 얼굴들 가사 中 지난 10월 25일, 해체를 선언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의 마지막 앨범이 나왔다. 타이틀 곡의 제목은 ‘초심’이다. ‘초심’을 버리라고 하다니. ‘장얼’은 얼마 남지도 않은 당위적 규범을 또 흔들었다. 소위 잘나가는 사람, 기성세대 또는 선배가 되어버린 사람, 혹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옭아매는 구실이 되곤 했던 ‘초심’이라는 빛바랜 비석을 깨버리라고 말한다. 그냥 ‘변해버..
2018.11.10 -
[인디언밥 11월 레터] 이번 달의 편지
이번 달의 편지 안녕하세요? 편지라고 하면서 언제나 뭉툭한 감상문 같은 것만 적어보낸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정말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졌지요? 공기는 탁해졌고요. 바라던 바쁜 일은 찾아왔나요? 아니면, 끝났으면 했던 바쁜 일이 한숨 돌릴 만큼 마무리되었나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요. 우선 최근에 어떤 말을 들었는지 또 어떤 글을 읽었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엔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나갔는데 구호를 '걸스 캔 두 애니띵'으로 정했다고, 그러니까 완주를 못해도 포기 역시 여자가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말로 맞는 말이어서 정말로 재미가 있었어요. 읽은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은 그보다 더 전에 읽은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 있던 '엄마를 생..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