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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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가다]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 - 오직 관객에게 바쳐진 바다
오직 관객에게 바쳐진 바다 제12회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 대한 단상 글_지혜로운 늑대의 전사 바다는 한적했다. 맞은편 육지에 우뚝 솟은 거대한 공장 단지가 보였다.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2012년 8월, 말복과 입추가 겹쳤던 그 날 저녁에, 포항 북부해수욕장은 몸매를 뽐내며 피서를 즐기러 온 타지의 사람들에게도, 한여름 떠들썩하게 축제를 벌이는 익명의 주최측에게도 속하지 않았다. 지극히 고요하게, 바다가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뭉클한 풍경의 보이지 않는 하나의 점이었던 것에 대하여 아주 오랫동안 무한히 만족할 것이다. 엄마는 구룡포에서 태어나셨다. 아빠와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태어난 곳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토끼 꼬리에서 태어난 계집”이라며 할아버지는..
2012.08.15 -
[축제를 말하다] 축제와 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5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몽유열정가" 포스터 프린지와 나, 나와 축제 "그냥 즐겨, 프린지!" 똥개(2005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원활동가) 요즘 아침 출근하고 저녁 퇴근의 패턴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의자에 목을 기대고 눈을 감아 프린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결핍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과 같은 효과로 나타난다. 거짓말처럼.(거짓말일 수도 있다) 홍대 앞 프린지 서울에 올라와서 대학을 다니면서 제일 놀라웠던 사실은 서울 전체가 ‘시내’의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보통 지방에서는 ‘시내’라고 불리는 번화가 또는 유흥가의 경우 1-2곳으로 압축되기 나름인데, 서울은 사방팔방이 ‘시내’였다. 적응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 중 한곳이 홍대였다. 이곳은 클럽과 젊은이들이 ..
2012.08.14 -
[프리뷰]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 실내공연예술제 작품 경향
올해 실내공연예술제 작품 경향 2012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글_김나볏 흔히 예술작품을 창문과 거울에 빗대어 설명하곤 한다. 예술작품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프레임 역할을 하거나 혹은 사회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할 때 자주 쓰는 비유다. 이러한 비유의 기저에는 예술의 궁극적 역할에 대한 모종의 기대감이 숨어 있다. 예술이란 결국 현재 우리 삶의 맥락을 다시금 상상하게 하며 재정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감 말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들에 대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상업과 권위에 대항하는 독립예술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들은 창문과 거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데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참여 예술가들의 목소리는외부요..
2012.08.13 -
[축제를 가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공연 밖의 이야기
지산밸리록페스티벌, 공연 밖의 이야기 성지은 ▲ 라디오헤드 공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평생 처음 봤다 2012년 1월, 한국의 락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술렁거렸다. 바로 7월 말에 열리는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이하 지산락페)에 라디오헤드와 스톤로지스가 온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락페를 위한 밴드 섭외가 시작되는 연초에는 언제나 갖가지 소문과 진실이 무성하다.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를 보고 싶은 소망을 담아 그럴싸해 보이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계속 밴드 공홈과 해외 락페 공홈을 들락날락거리며 밴드의 투어 일정을 맞추어 진실을 추측해내기도 한다. 이런 소동은 매년 있어왔기 때문에 처음 ‘라디오헤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2012.08.12 -
[예술가엄마의 육아일기] 주야연출, 나모엄마와의 인터뷰 - 2
예술가 엄마의 육아일기 2부 뛰다가 나무를 만나기까지 말_이주야(공연창작집단 뛰다 연출, 나모엄마) 정리_정진삼, 리경(인디언밥 편집자) ▲ 화천의 하늘 (사진=jin3) 과중한 업무로 쓰러지다 이주야 연출님은 화천에 오기 전까지 쉼없이 일하셨어요. 뛰다가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왜 이렇게 일이 많았던 건가요? 우리 팀은 제작 까지 같이 하니까 휴일이 별로 없어요. 9시에 출근해서 공연 없으면 6시까지는 배우 훈련을 하지요. 배우 훈련은 일상이고, 공연이 있으면 비상이고 (웃음) 게다가 순회공연이다, 교육사업이다... 우리가 다른 데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팀을 운영해야 하는 일들도 만만치 않아요. 우리팀이 월급을 받거든요. 우리가 공연 페이를 받은 것을 모아서 n분의 1로 나눠요. 그래서 받은 것을 월급..
2012.08.09 -
[인디언밥 8월 레터] 축제 2
축제 2 - 지역성 생각해보면 축제의 이름 앞에는 대개 지역명이 붙습니다. 가끔 ‘젊은’ 류의 모호한 정체성이나 ‘변방’ 같은 추상적 공간이 수식어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방곡곡 지역의 이름들은 보통 ‘공간’이 아닌 ‘장소’의 의미를 담지한 채 축제 앞에 붙여집니다. 그리고 장소라는 것은 공간과 달리, 고유하고 특수한 역사나 자연, 풍광, 기후, 그리고 사람들과 연관한 개념이지요. 그러므로 장소로서의 지명을 축제 앞에 붙이는 것은 그 축제를 단지 허공중에서나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오직 그 곳이어야만 하는 곳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무언가로 환원시키는, 사뭇 위대한 작명법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찾아, 그 장소의 의미를 찾아 사람들은 모여듭니다. 물..
201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