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컴필레이션 3 “The History of Bbang”

빵 컴필레이션 3 “The History of Bbang”
  • sogol
  • 조회수 909 / 2007.09.20

[음반리뷰] 비오는 날의 산책(이라고나할까)

빵 컴필레이션 3 “The History of Bbang”

 

 

노크...


밴드로 생활을 한다는 것이 그만큼 많은 음악을, 그만큼 많은 공연을, 그리고 음악적으로 많은 친분을 쌓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이것도 사람의 일인지라 어울리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고, 다른 장르나 집단의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도 적다.

지난 이년 혹은 일 년을 되돌아보며 내가 그간 음악에 대하여 얼마나 성실했던지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나의 일에, 나의 밴드의 일에 쫓기고, 가정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그러다보면 결국 내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 안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수일 전에 ‘인디언 밥’을 통해(정확히는 본 음반 리뷰의 담당자)<빵 컴필레이션 3>의 리뷰를 부탁받았을 때. 나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라이브클럽 빵이라는 공간, 귀를 찢는 기타 노이즈 리버브와 딜레이로 뒤엉킨 천상(혹은 지옥)의 목소리……. 그런 추억에 흔쾌히 오케이 했고 조금의 자만심에 쌓여 시디를 받아보았다. 그런데…….


시디 두 장에 빼곡히 녹음된 31밴드의 음악들……. 당혹스러웠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서른 한 개의 밴드들. 머릿속에서는 ‘이들의 연관성을 찾아야 해……. 외국 밴드 누구를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이건 어떤 식으로 녹음했나……. 비슷한 노래는 뭐가 있지……?’ 하는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에 뒤엉키기 시작했다. 하루면 끝나겠지 싶었던 앨범 리뷰를 하루 이틀 늦추고 결국엔 밑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구렁텅이로, 출구 없는 배수구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여행...


2007년 9월 16일 일요일. 결국은 빵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날은 다행히도 <빵 컴필레이션 3>에 수록되어 있는 '흐른' '시와' 그리고 '말없는 라디오'의 공연이 있었다. 음반을 통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세 팀의 공연이었다. 태풍 나리로 인해 TV와 라디오는 비와 바람 그리고 사고와 피해에 관한 방송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 세상과는 달리 클럽 빵은 조용했다. 삼십 명 남짓의 관객들, 과자봉투 뜯는 소리도 소음으로 거슬릴 만큼 고요한 분위기. 마이크가 없었다면 옆에서 이야기해도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세 팀, 네 명의 뮤지션들이 노래했다.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연주보다도 더욱 소박하게 그리고 조금은 유머러스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사실 음반을 통해서 상상한 그들의 모습은 유머러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하......


두 시간 정도의 공연 후 빵 사장님이신 김영등 님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이야기 도중 그날 공연한 친구들이 음반의 계약서와 녹음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대와 희망, 다양한 의견들이 교차되는 모습들……. 하나의 음반이 제작되고 발표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반응들이 조금은 심각하고도 즐거워 보였다.


사장님과의 이런 저런 대화. 1999년 빵 컴필레이션 1집, 그리고 2003년 빵 컴필레이션 2집.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4년 주기로 빵 컴필레이션 3집이 나왔다고 한다. 이전 2집 때는 사정으로 그 제작이 늦어지고 그리고 이번 3집에선 그때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노력하셨단다. 빵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70여개의 밴드 들 중 인터넷을 통한 추천, 공연과 밴드들의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서른 한 개의 참여밴드가 결정되었고, 다섯 명의 프로듀서가 녹음을 진행했다고 한다.


"녹음 상태가 아주 훌륭하던데요."

"그래도 라이브가 더 좋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하."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많이들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네요.”


옆에서는 음향을 담당하던 프로듀서들이 오늘 관객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빵이라는 공간만큼이나 소박한 분위기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두런두런 오고갔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뒤로하고 앨범의 리뷰를 마무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앨범으로 돌아가면......


가길 잘했어 하는 심정으로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컴필레이션 앨범 리뷰는 한 곡 한 곡 밴드의 이름과 노래 제목, 곡의 분위기, 유사 아티스트나 영향받은 노래. 이런 식의 열거가 리뷰를 쓰는데 더 편하다 싶고 읽는 사람에게 이해도 더 쉬울 듯하다. 그러나 <빵 컴필레이션 3집>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나하나 곡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자니 31곡까지 이야기하다가는 무언가 겹치는 듯한 내용도 있을 테고, 그 내용을 찾기 위해 다시 교정 프로그램이나 국어사전을 뒤져야겠지. 유사 아티스트들을 이야기하다가는 너무 많거나 너무 적거나.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는 머리가 터질 것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감성과 앨범의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가능한 지점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울함과 상쾌함이 교차하고 유머와 자조(自照)가 소용돌이친다. 어쿠스틱한 느낌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빵에서 보았던 밴드들은 대부분 ‘슈게이징’이나 ‘드림 팝’, ‘사이키델릭’ 밴드들이 많았는데, 그보다는 일단 많이 다양해지고 장르적으로도 풍성해졌다.

예전 빵에서 공연하는 팀들은 은둔자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현재의 밴드들은 보다 대중에게 다가서 있는 느낌이다. 물론 본 앨범이 대중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적어도 상업성과 대중성이 혼돈되고 있는 현대에서는 무리가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노래를 감상할 때 무언가 노래에 대해 다시 사고하기 이전에 감정적으로 느낌이 먼저 와 닿는다.

우울하거나 즐겁거나, ‘평화로운’ ‘목가적인’ ‘외로움’ ‘냉소적인’ ‘치기어린’ ‘발랄한’ ‘분노하는’ ‘희망찬’ 이러한 감정들이 포장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사실 시디1 보다는 시디2가 더 신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구성상의 이유이려니......


무엇이 모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빵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올 때마다 ‘모던’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사전적으로는 ‘현대적인’ ‘유행의’ ‘세련된’ 이런 의미가 있지만, 앨범에 참여한 서른 한 팀의 밴드들의 색깔이 단지 ‘모던’이라는 단어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어쿠스틱, 보사노바, 밴드 음악 샘플링과 디제잉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는 있지만, 세련되고 쿨하다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이다. 통기타의 선율에 샘플링을 배경으로 하였다고 해서 그 음악이 일렉트로닉이라고 하기보다는 ‘포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사실 일요일에 빵에서 본 공연이 빵의 모든 정서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빵 컴필레이션 3>의 느낌은 그러한 빵에서의 소박함과 담백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빵을 설명할 때 ‘Yo La Tengo’, ‘Pixies’, ‘Pavement’, ‘Magnetic Fields’, ‘Low’, ‘Red House Painters’, ‘Dirty 3’같은 밴드들의 이름이 거론된다고 해서 이들의 모습이 그들의 모습도 아닌 것이다. 그보다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고 서로에게 공감하고픈 모습들이다. 그래서 음악적으로 누구와 닮아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필자 개인의 감성에 와 닿는 느낌이 좋았다. ‘말없는 라디오’의 절망적인 우울함이나 ‘소히’의 귀 끝을 간지르는 바람 냄새, ‘플라스틱 피플’과 ‘굴소년단’의 정겨운 느낌들...... ‘DJ 안과장’ 처럼 그 엉뚱함에 웃음 지을 수 있는 느낌이 좋았다. 녹음실에 같이 있었다면 이런저런 농담들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연주하고픈 생각도 들었고, 공연장에서 함께 해보고 싶은 느낌까지.

그저 음반을 듣기보단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빵은 그런 느낌이다. 이번 컴필레이션 앨범의 제목처럼 ‘빵의 역사’는 언제 시작해서 언제 이대 앞에서 홍대 앞으로 이전했고, 이런 사실들에 대한 열거보다는 그 좁은 공간에서 같이 연주하고 호흡하는 사람들 간에 만들어지고 있는, 또 앞으로 만들어갈, 서로가 써나가는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잠그며...


음반을 들으며 느낀 점인데, 시디1의 7번 트랙부터 9번 트랙까지......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소통하는 하나의 시간을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이 음반을 들으며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충설명

<빵 컴필레이션 3 The History of Bbang>
1999년과 2003년에 이어서 4년만에 돌아온 ‘라이브클럽 빵’의 세 번째 컴필레이션 음반. 두 장의 시디에 31개 팀들의 음악이 담겨있다. 현재 빵에서 활동하는 70여개의 밴드 들 중 선정된 밴드들이 참여했고, 다섯 명의 뮤지션이 프로듀싱했다. 전반적으로는 포크 성향과 인디 록 성향의 뮤지션들이 중심이 되고 일렉트릭, 디제이 등의 음악들도 포진한다. 2007년 파고 뮤직 발매.

필자소개

<크라잉 넛>에서 아코디온, 건반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