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마임워크숍]-17. "하다보면 들어오는게 있다, 그게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2010. 6. 26. 13:03Feature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열일곱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류호경 
 


 

* 말금이의 들어가는 말

 

우리는 워크숍을 통해 배우를 향한 여러 단어를 만나게 된다. 열일곱 번의 수업이 지나자 우리는 적어도 선생님이 무엇을 시키는지 알아듣게 끔은 되었다. 몸의 분리, 작용점, 정지 포인트, 스탠딩, 공간, 워킹...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생각한다.

뒤풀이할 때 현수 씨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정지 포인트 하나를 가져가고 싶어. 그 말을 듣고 나자 나도 정지 포인트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주에는 수업을 반밖에 듣지 못했다. 그 반의 테마는 ‘막대기 같은 몸’과 ‘정지 포인트’라고 여겨진다. 나머지 반 수업은 그림쟁이 류호경씨가 기록해주기로 하였다. 호경 씨의 재치 있는 그림이 필요해요 하고 부탁하자 흔쾌히 쓰마고 했다. 대인배답게.


그래서 이번 글은, 말금씨의 기록과 호경 씨의 기록으로 이루어진다.



1. 말금이가 기록한 첫 시간


- 막대기와 정지 포인트



1) 누워서 하는 엑서사이즈 - 작용점/힘의 방향/정지 포인트


우리는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 몸 풀기를 한다. 여태 배웠던 것들을 짧게 복습하면서 시작한다. 오늘 정리할 몸 풀기는 누워서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누워서 다리를 올리고 천천히 머리 뒤로 보낸다. 어느 순간 엉덩이와 상체가 들리는데, 그 때 힘이 들어간다. 발을 계속 보낸다. 바닥에 붙은 부분이 뒤통수와 어깨만 남을 때까지. 한 번은 무릎을 구부린 채 머리 뒤로 보내고 한 번은 편 채 보낸다.

이 몸 풀기를 할 때는 몸을 감는다고 생각하고 한다. 몸이 다 감겼으면, 천천히, 감았던 몸을 편다.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김밥 말듯이 말고, 감긴 카펫을 펼치듯이 편다. 관절하나하나를 느끼면서 등과 엉덩이를 바닥에 밀착한다. 무릎이 세워진 채로 발바닥이 땅에 닿게 한다. 다음 무릎을 바닥 쪽으로 당긴다. 눕는 것이 아니고 그냥 무릎을 당긴다.

 

 




그러면 완전히 눕게 된다. 이제 누운 상태의 엑서사이즈를 할 수 있다.


정수리 위에서 무언가가 머리를 당긴다고 생각한다. 또 무언가가 발을 당긴다. 우리의 몸은 위와 아래에서 당기는 힘으로 팽팽하다. 우리는 누워서 우리 몸이 하나의 막대기처럼 되었다고 느낀다. 첫 번째 시간에 배웠던, 서서했던 스탠딩이 누워서 이루어졌다.


이제 다시 힘을 뺀다. 여전히 누운 채로, 선생님이 주문한다. 코 위에서 무언가가 당겨요. 이제는 작용점이 머리가 아니라 코, 힘의 방향이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 되었다.

코를 당김으로 해서 머리가 들릴 수 있지만, 힘의 방향이 수직이므로 고개가 움직여서는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머리가 얼마나 들리느냐가 아니라, 코를 당긴다고 믿는 것이다.


이번에는 오른 팔목을 무언가가 당긴다. 팔목을 작용점으로 해서 팔이 들리고, 어깨가 들리고, 등이 들리고, 일어나게까지 된다. 중요한 것은 팔목이 작용점이라는 것과, 힘의 방향이 수직이라는 것이다. 일어서면서 작용점의 위치가 움직이면 안 된다. 거기에 주의하면서, 팔목을 누가 당긴다는 것을 굳게 믿고 하면, 팔목을 당김으로 인해 몸이 끌려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 일어난 후에도, 당기는 에너지를 계속 의식한다. 계속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일루전이다.


작용점을 가슴, 골반, 발목으로 해서 같은 방식으로 해 본다.


이 엑서사이즈에서 중요한 것은 작용점힘의 방향이다.


자 이제는, 정지 포인트가 핵심이 되는 엑서사이즈를 소개하겠다.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수직으로 든다. 상체와 하체가 90도가 된다. 90도를 유지하면서 일어나본다. 몸은 텐션 되어 있어야 하며, 직각이 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배의 근육을 이용해야 한다. 상체와 하체가 같은 힘/속도로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과 움직임이 끝나는 순간에 점을 찍어준다. 정지 포인트.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90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정지 포인트를 제대로 찍어주는 것이다. 정지 포인트를 통해 시작과 끝을 알린다. 뭔가가 시작되고 완료되는 것을 알리는데, 이것이 이 엑서사이즈를 하는 시간과 하지 않는 시간을 다르게 느끼게 한다. 뭔지는 몰라도 ‘있어보이게’ 한다.




2) 막대기가 걷다가 정지. 정지 포인트


자, 이제 일어선다. 스탠딩을 한다. 아까 누워서 머리와 발을 당기는 스탠딩을 했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한다. 바닥에서는 발을 아래로 당기고 있다. 정수리에는 실이 매달려 있어서 끊임없이 수직 위로 당기고 있다. 막대기의 스탠딩.


머리 위에 수직으로 매달린 실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의 몸도 이동된다. 걷는 다기 보다는 실이 움직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실은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우리를 이동시키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위로 당기고 있다. 아래에서는 바닥에서 끊임없이 우리는 당기고 있어서, 우리는 계속 막대기의 상태다.

텐션의 상태에서,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서(막대기를 쓰러뜨리지 않으면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기보다는 수평 위의 수직이 이동하는 기분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 막대기의 몸에 붙어있는 팔이 흔들릴 수는 있으나, 몸이 휘청대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정지 신호를 하면 우리는 가다가 제자리에서 180도를 돌면서 선다.

정지 포인트.   


180도 도는 이유는 정지하기 위해서이다. 턴은 전진하는 에너지를 상쇄시킨다. 스케이트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가다가 틀면서 정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오른쪽, 왼쪽, 뒤 원하는 방향 어디든 가면서 정지 신호에서 턴하면서 정지한다.

정지의 순간이 정지 포인트이다. 에너지의 방향이 바뀌는 것이지 몸이 굳는 것이 아니다. 정지 포인트에 몸이 결정되지만, 팔은 여파로 흔들릴 수 있다.


정지하는 에너지의 느낌이 있다. 우리는 그 느낌을 찾아 오랫동안 행했다.

시간이 흐르자 선생님이 말했다. 줄 인형의 움직임일 수 있지만, 인형이라고 하면 ‘인형처럼’ 하게 되요. 수직으로 선 막대기의 움직임의 원리를 알면, 줄 인형, 병정, 비슷한 무엇이든 응용할 수 있지요.

자, 말 나온 김에 자신이 줄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해봅시다. 머리 위의 줄로 이동하다가, 턴 하고 정지하되, 팔꿈치와 손목, 무릎에 매달린 줄의 흔들림이 있습니다. 영향을 받으세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정지 포인트.


따라가다가.... 틀고 정지, 관절의 흔들림... 정지 포인트.

 

 



물론 잘 안 됐다. 막대기 하나에 줄 인형 개념이 더 얹히자 본래 지키고 있던 몸의 막대기가 깨어졌다. 골반이 빠졌다. 그런데 원리는 막대기다.

막대기를 다시 찾고, 이제는 다시 줄들.

다시 생각해본다. 줄은 수직으로 움직인다. 앞서 누워서 팔목을 들어 올렸던 엑서사이즈와 같은 원리이다. 줄이 들어 올리는 손목은 줄의 경로를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집중하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게 된다.

정지 포인트.


막대기의 스탠딩

힘의 방향

작용점

정지 포인트


하나가 더해지면 하나를 잊고, 응용하면 원리를 잊는 과정이라, 좌절감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이루어지는 순간의 느낌이다. 오늘도 짧지만 한 순간, 이거다 싶은 때가 있었다.







2. (류)호경이가 기록한 두 번째 시간



쨘, 써프라이~즈


2부서부터는 류호경이 작성합니다.

지난 번 리뷰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가 아니라 말금이 사정이 생겨서 못쓰게 되어서 제가 대신 씁니다. 류호경은 잉여라 시간이 남아돌거든요.


자, 다들 다소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2부 수업 시작


2부에선 결론부터 말하면 '호흡'에 관한 이야기가 포인트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한답시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3~4명이 짝을 지어 즐거운 얘기를 느린 속도와 보통속도로 해본다.

실제로 얘기하진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손 발짓을 하며 그 분위기만 만들어낸다.

이동하면서 하기도 한다.

급하지 않게 하라지만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해지거나 혹은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동작이 빨라진다.

 


"당신 빨라지려고 해." "너도 마찬가지거든?"



즐거운 대화를 할 때 큰 (유쾌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한 분위기를 자아낼 때 '호흡'을 극대화시키란다. 몸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극대화시키면 몸은 저절로 커진단다. 그러니까 몸을 크게 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호흡을 크게 해서 표현하라는 것 그러면 몸은 저절로 커진다는 말씀. 호흡을 끌어올리라고 호흡을 생성하라고 계속 강조하신다. 얼핏 알겠다.


그리고 지금 한 것을 1부에서 한 것과 합친다. 하나도 어려운데 둘을 합친단다.

그래도 도전! (안하면 어쩔 건데?)







역시 어려워...



막대기처럼 움직이다가 방향전환과 동시에 기쁜 분위기를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동시'에 호흡을 끌어올려야 한다.

잠시 지켜보시다가 지적하신다. 역시나 호흡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아까는 '즐거운 대화'를 한다는 상황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잘 끌어냈지만 이번엔 단지 기쁜 상태만을 끌어내라는 주문이었기에 막연해진 감이 있었다.

(수업을 듣지 않는 사람에겐 도무지 알아먹지 못할 소리일 것 같아 걱정이다. 바꿔 말해 기쁨이 갖는 기운만을 발산하라는 요구라고 하면 어떨지.)

해서 겉모양만 형식적으로 흉내 낸 것이다. 그런 흉내는 선생님 눈에 바로 잡힌다.





선생님과의 조우... '헤헤. 티나요?'



막대기처럼 움직이는 것을 못하고 걷게 되자 선생님께서 움직여야지 왜 걷냐고, 자꾸 어딜 가냐고 "그러면 집에 보내 버릴 거야." 하셨다. 집에 가는 모습을 상상해버렸다. 힛-


근데 이 두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호흡을 소멸시키지 않아야 한다는데... 쉽지 않다.

그러니까 막대의 움직임, 방향전환 그리고 기운의 발산이 각각 확실히 구분되어야 하지만 중간에 일련의 호흡의 흐름이 끊기면 안 된다는 것. 후아아아아아아아~


자연을 바라보는 심상으로 표현해 보란다. 그러면 호흡이 커진다고. 다만 이 때 주의할 것은 자연을 보는 연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 넓은 바다를 바라볼 때, 높은 산에 올랐을 때, 미지의 세계를 접했을 때의 심상만을 갖고 그 기운을 발산할 것. 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한숨을 꾹꾹 삼키며 묵묵히 수행, 아니, 연습 중에 선생님께서 지난주부터 합류한 하람이에게 조언을 해주셨다. 여담 같지만 본론 못지않게 솔깃한 얘기라 끼적인다. 나는 내할 것 하느라 못 봤는데 하람이 좀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는지 선생님께서 아무 생각 말고 즐기라고 하셨다.

 

"하다보면 들어오는 게 있다, 호흡이 다르기 때문에 맘속에 생성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후에도 논다고 생각하라거나 즐긴다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아마 어리기 때문에 몸으로 받아들이고 직관으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던 같은데 뭐 우리 같은 성인에게도 일부 유효한 말이 아닐까? 물론 열심히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솔깃한 대화. 이런 거라도 챙겨갈란다!






* (류)호경이의 마무리

맑은 마음으로 하라신다. 왜 이렇게 우울하냐고 하신다.
우울하지 않게 생겼습니까?!

사실 오늘 뿐 아니라 늘 워크숍을 하다보면 다들 표정이 너무 진지해진다. 내 생각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비록 어려운 과정이지만 해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임워크샵에 참여하고 계신 여러분들 멋지다는, 파이팅하자는 얘기다.

아, 물론 선생님도 훌륭하셔요. 쌤 파이팅! 잇힝 ~.^


동작을 능동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라신다. 호흡만 잃지 않으면 무얼 해도 괜찮단다.

예전에는 없던 주문이다. 그만큼 워크숍이 많이 진행되었고 얼마간 우리가 잘 따라갔단 얘기일거라고 좋을 대로 생각한다. 사실 언젠가 수업 끝나고 선생님과 말씀 중에 우리가 선생님을 잘 믿고 따라와 주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사실 고맙다고 하셨는지 혹은 다행이라고 하셨는지는 확실치 않다. 역시 나 좋을 대로...)

 

위의 말씀도 그렇고 점점 워크숍이 끝나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말씀을 하셨다.

잠시 앉아서 쉬라고 하시면서는 이 워크숍을 통해 뭔가 가르치려는 생각은 없다며 다만 마임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의미라고 하셨다. 물론 그렇다 해도 가르칠 수밖에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마임은 개인훈련이기 때문에 우리들의 몫이 중요하고 그 몫이란 것은 훈련을 통해 체득하는 것. 그리고 그 훈련이 길면 길수록 몸이 기억하게 되어 어떤 동작을 끌어내기가 쉬울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관심과 체득의 중요성을 넌지시 말씀하셨지 싶다.


그러고 보니 마임 워크숍도 어느덧 삼 주가 남았다. 이 글이 올라갈 때쯤이면 끝났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시간은 비밀;;;) 어쨌든 다들 남은 수업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잘 듣고 삶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미 친구들 앞에서 했더니 재밌어했다.ㅎ

 




실제로 이렇게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