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선그라스

2009. 4. 10. 08:1607-08' 인디언밥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선그라스

  • 시와
  • 조회수 970 / 2007.09.06

 

2007년 9월1일 토요일 프리버드에서의 SUNGLASS


SUNGLASS의 공연을 보았다. 연주를 들었다.


 왜일까. 눈감고 듣기에 아까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SUNGLASS는 온몸으로 연주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처음 SUNGLASS의 공연을 본 것은 지난 봄, 함께 공연하게 되었을 때였다. 보면서 받은 인상을 말하자면. 아. 이 사람 로맨티스트구나. 역시나 사랑이란 인생에서 참 중요한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었다. 음악 속에 비치는 SUNGLASS는 지독히 사랑하고 지독한 이별을 하고 그리고 그걸 곡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잊어가거나 묻어두거나 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외로워서 대화를 하고 외로워서 무언가를 만들고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고 외로워서 글을 쓰고 외로워서 문자를 주고받고 외로워서 노래를 쓰고 외로워서 노래를 부른다지만 SUNGLASS는 사랑을 했기에 사랑이 지나가고 있는 자리를 처절하게 느끼고 있기에 음악을 하는지도 모른다. 크게 보면 그것도 결국 외로움이 불러일으킨 결과일 수 있지만.


며칠 전 다시 보게 된 그의 공연. 이번엔 드럼과 베이스와 건반에 코러스까지 합세한 밴드 SUNGLASS. 첫 곡은 연주곡이었고. 나는 제목을 모른다. SUNGLASS는 멘트 없이 곡과 곡을 이어나가며 공연을 진행했고. 나는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음악을 타고 흘렀다. 공연 후 제목을 따로 물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찌그러지지 않은 맑은 소리를 내지만 묘하게 끈적이는 일렉 기타와 흔히 듣게 되는 ‘둥둥’이 아닌 ‘듬듬’ 소리를 내는 베이스. 첫 곡을 듣고 있는데 왜 영화 ‘커피와 담배’가 떠오르는 걸까. 요전에 읽었던 영화잡지에서 커피와 담배를 ‘유해한 낭만’이라 했던 것이 함께 떠올랐다.


노래와 연주는 이어지고 네 번째 곡으로 김광진의 ‘편지’를 부르는 SUNGLASS.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로 시작하는 노래.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는 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이 사람 참.. 로맨티스트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 이어지는 SUNGLASS의 노래 my dal. 듣고 있자니. 사랑하는 두 사람의 내밀한 교감과 대화가 드러나는 듯 했다.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는, 오직 둘만이 아는 소통. 어디에도 근거 없는 단지 느낌일 뿐이라서, 집에 돌아가면  my dal의 가사를 확인해보자 생각했지만. 아차. SUNGLASS의 앨범에는 노랫말이 실린 부클릿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노래는 whiungchung. 휘영청.

‘나를 떠나려고 너는 언제부터 준비를.........달라진 눈빛과 무뎌진 어깨너머로 널 닮은 달이 휘영청 떠올라. 그녀는 날 떠나가 그녀는 날 떠나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주어진 시간의 끝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곡은 ‘잘 지내세요’라는 연주곡이라는 소개멘트를 한다. 이때는 조금 찌그러진 기타소리. 그 기타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관객의 앙코르를 거부하고 무대를 내려가는 SUNGLASS.


 이 날도 역시 액션과 연주를 떼어놓을 수 없었다. SUNGLASS의 온몸으로 하는, 보이는 연주. 감히 말해보건대, 사랑에 피 흘리는 사람의 연주와 노래이다. 직접적인 언어와 목소리로는 크게 절규하지 않지만 혹은 그럴 수 없지만 기타연주로는 피를 흘리고 불을 뿜는다. 하지만 그 불은 상대를 향한 분노가 아니다. 상대에게 내뿜지 않고서 이별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절규라고하면 옳을까. 감정을 주체 못해 부리는 철없는 객기가 아니었다.


사진- 김현수(선그라스 싸이클럽)


 지난겨울에 완성된 SUNGLASS의 3집 앨범 제목이 intoxication 이다. 무엇에 중독된 것일까. 공연을 보고나니 SUNGLASS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모든 과정에 중독된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이 든다. 그렇기에 다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람이기에 또한 헤어지고, 다시 음악으로 밖에 표현될 수 없는 응어리 하나가 자리 잡겠지만.


하지만 또 시작하고 빠져든다. 그렇다하더라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반복하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반복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나선형의 길을 따라 올라가는 어느 지점 중 하나이길 바라는 희망을 담고 있으리라. 그는 그 모든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 있어 마땅한 일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어쩌면 그건 자신도 모르게 의도된 일들.


 SUNGLASS는 참 멋지다. 지난 토요일 공연. 그날따라 SUNGLASS는 쓸쓸해보였지만. 관객은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그의 마음속에 지금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지를.

SUNGLASS와 술 한 잔하고 싶었다. 얼음위에 부으면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어떤 독주를 조금씩 마시며 그게 목을 타고 온몸에 퍼지는 걸 느끼며 그와 한잔 하고 싶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 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 그게 음악이던 신변잡기이던 간에 SUNGLASS의 음악에서 받은 그 느낌이 틀리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보충설명

* 사진제공 - 선그라스 싸이클럽,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