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경의 그림리뷰] 실험을 하는 자세, 그 자체에 대한 성실함 <영화음악 ∞ 음악영화>

[류호경의 그림리뷰]


 

실험을 하는 자세, 그 자체에 대한 성실함

<영화음악 ∞ 음악영화>


영화감독 윤성호, 박홍준의 영상과 음악감독 장영규의 음악이 서로 말을 거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글/그림| 류호경





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영화음악도 좋아한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듯 영화와 필름 안에 한데 어우러져서 흘러나오는 음악 말고 영화가 끝난 후에 따로, 그것도 미리 작곡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음악은 과연 어떨까?


음악감독 장영규와 영화감독 박홍준, 윤성호. 이 셋이 모여 독립영화와 음악을 갖고 이렇게저렇게 실험해서 공연을 만들었다기에 생겨난 궁금증이다.


<영화음악 ∞ 음악영화>는 두 감독의 단편영화가 상영되고 각 영화가 끝날 때마다 연주가 이뤄지는 형식이었다.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고 연주되는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영화 작업에 쓰인 동시녹음 소스를 받는다. 그걸로 샘플링을 해서 (아마 완성되지 않은 형태의) 음악을 만든다. 작업과정에서 음악감독과 두 영화감독은 계속 소통을 하며 음악을 다듬어간다. 그리고는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이후 그 음악에 즉흥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새롭게 연주하는 것이다.


먼저 박홍준 감독의 '오월의 봄'이 상영됐다. 영화는 대부업체에 빚을 진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딸이 대부업체 직원에게 시달림을 당하는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은 그녀의 대학선배였고, 아버지가 빚을 지고 죽음을 맞게 된 것이 아버지의 비리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이래저래 우울한 내용이었다.


사채업자 직원은 때로는 귀엽게 느껴질 만큼 기묘한 방법들을 동원해가며 여자를 괴롭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생각은  이렇다.

그녀를 성가시게 하는 직원이 그런 정서를 갖고 있고, 게다가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관객입장에서는 그가 그녀에게 뭔가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를 하게끔 유도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도움은커녕 갈수록 그녀를 더 괴롭히고 상처입힘으로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린다. 또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보이고 관객들은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의 편에 서거나 서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버지에 관한 진실은 그녀를 또 한 번 상처입힘으로서 역시나 관객들의 기대를 무너뜨린다.

이렇게 해서 감독은 현실의 팍팍함과 진실의 냉정함을 배가시킨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영화 관계자들이 아니라고 해도 뭐 제법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아, 근데 이건 영화리뷰가 아니니까 여기까지.


                      

오월의 봄 중 한 장면을 재해석



첫 번째 영화가 끝나자 공연이 시작됐다. 그런 무겁고 서글픈 느낌의 영화와 어울리는 음악이 앞서 설명했던 방식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귀를 기울였다.

음악은 익숙한 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다분히 실험적인 음악이었다. 듣기 좋았는지를 묻는다면, 좋았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므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묵직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소리는 충분히 흡인력이 있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엔 영화와 연결되는 지점은 그리 많지 않아보였다. 음악감독과 내가 영화를 본 감상이 같지 않아서일 수도 있는 거고 어쩌면 애초에 영화와 연관 짓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여튼 음악의 전반적인 감상은 독립적인 하나의 음악이 탄생한 느낌이었다. 엉뚱한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명상적이고 사색적이었다.



                 

장영규 음악감독, 현악 콰르텟, 달(옛 달파란)




15분의 인터미션 후 윤성호 감독의 '두근두근 시네마떼끄'가 상영됐다.


5분 안팎의 짧은 영화들이 묶여 상영되었는데 요즘 온라인에서 무료로 (그것도 무단 펌질을 권장하면서) 상영되고 있는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에피소드 1화와 이전에 작업했던 '두근두근 배창호' 등 기존 작업들과 공개되지 않은 단편들이 종합 선물 셋트 마냥 쏟아졌다. 아, 이 포만감.


대부분 코미디였지만 사랑, 성, 정치, 이념이나 사상, 소수자, 현직 대통령 등 민감한 소재들을 때론 은근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영화 곳곳에서 드러내며 절묘한 구성을 해나갔다. 해서 '사랑', '섹스', '마르크스', '유물론', '혁명', '투표', '동성애' 등의 심오해 뵈는 소재들이 난립한 영화들을 거의 박장대소를 하며 재밌게 봤고 윤성호 감독의 섬세한 관찰과 그것들을 고스란히 유머와 함께 풀어놓는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민감한 이야기들을 너무 가벼워지지도 너무 무거워지지도 않게 너스레 떨듯 늘어놓는 균형감각은 능청의 일가를 이룬 듯 보였다. 또한 화면에선 가볍게 풀어내지만 하고자하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모습도 대사에 녹아들어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게 관찰력, 이야기를 재밌게 전개하는 능력 그리고 말과 행동의 타이밍이라든가 몸짓이나 표정의 섬세한 변화를 통해 보여 지는 미묘한 감정표현들을 이끌어내는 능력까지 있으니 감탄할 수밖에.


부럽다. 쳇.



           

윤성호 감독의 단편 중 한 장면이지만 본인의 이야기인 듯.




두 번째 음악 공연은 조금은 발랄한 느낌의 가락과 박자로 이루어진 음악이 연주되었다. 중반으로 가면서는 발이나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게끔 하는 진행도 생겨났다. 역시 대중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음악의 느낌이 하우스음악 같은 어느 정도의 빠른 박자로 진행되어서 좀 더 즐기기 쉬웠다.

그렇게 분위기가 살짝 고조되었을 때 한 여고생이 나타나 비트박스를 한다. 우앗, 아까 영화에서 나와서 비트박스를 하던 바로 그 학생이었다. 영화를 찍었던 당시는 중3이었나, 고1이었나..아무튼 몇 년간 비트박스를 쉬고(?)있다가 공연 때문에 연습하고 나왔단다. 아, 물론 너무 잘했다. 최고로 신났던 부분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슬며시 등장해서 비트박스를 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슬며시 퇴장하는 모습마저 괜히 멋져보였다. 두 번째 음악공연이 끝나고는 전체 공연이 끝났음을 인지하고 살짝 여운을 느꼈던 것도 같다.



               

비트박스를 배우고 싶어졌다




전체적인 공연의 느낌은 (당연히) 실험적이었고 특히 성실함이 돋보였다. 그 성실함이란 실험을 하는 자세 자체에 대한 진지한 태도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런 진지함이 이번 공연에서 보여진 것이 아닌가싶다. (설마 이들이 능력자라서 별다른 노력 없이 이런 성과물을 만들어내진 않았겠지?) 해서, 지금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지는 못해도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집에 돌아오면서는 다음에는 반대로 음악이 영화에 관여해서 영화가 제작되어지는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냥 뮤직비디오가 되려나? 여튼 음악적인 얘기를 할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마냥 좋은 시간 보냈다는 자랑질로 마무리.




영화음악∞음악영화

영화감독 윤성호, 박홍준의 영상과 음악감독 장영규의 음악이 서로 말을 거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



사진제공 : LIG ART HALL

<영화음악∞음악영화>의 출발점은 ‘우연’이라는 상황 아래 시작된다. 음악감독 장영규는 시놉시스(텍스트)라는 매개체만을 통해 ‘우연의 음악’들을 완성한다. 이후 영화제작에 들어간 두 명의 감독 윤성호, 박홍준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필연의 음악’들을 만들어낸다.

 


공연일시 2010년 6월 24~26일
공연장소 LIG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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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류호경은...소개를 해달라고 했으나..
"아, 그런데 제 소개는 딱히 할 것이 없네요. 그냥 백수라..."라고..






  1. 저도 여기 갔었는데 딴건 다 모르겠고 음악이 정말 좋더라구요 ㅎㅎㅎ
    그림이 있는 재밌게 리뷰 덕에 다시 그날 공연의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었네요

  2. 페북 영화음악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제일 앞에 있는 그림을 퍼가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