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다가 보고싶다" - 극단 '로기나래' <소금인형>





바다가 보고싶다
극단 '로기나래' <소금인형>

 


글_
김지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짭짜리한 소금 맛이 묻어나오는 유쾌하지 않은 공기와 비릿한 향기, 갈매기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바다. 그 속을 알 수 없도록 시커멓도록 파란 일렁임, 출렁임. 한없이 출렁거리며 내 몸을 맡기고 싶은 나의 바다. 극단 로기나래의 ‘소금인형’을 보고 나와 첫 번째로 든 생각이다.



바다는 언제나 무엇이든 품어줄 것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치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것만 같은 바다는 때로 공포스럽게 나를 덮치고, 나를 잠식하고 모든 것을 삼켜 버릴 것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어머니의 품처럼 묘사되다가도 순식간에 그 모습을 바꿔 모든 것을 삼킬 듯 한 포식자. 이 아이러니가 ‘소금인형’안에 묻어 나온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속에서 ‘나’는 ‘내 안’에 있다는 결론에 닿은 소금인형. 이 아이러니는 마치 바다 같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가까이 있는 그 아이러니는 곧 바다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함. 그러다가도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뒤엎고 복잡해지고 마는 이성. 멀리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가까이 있는 바다의 아이러니처럼, 참 많은 것이 바다 같다.














소금인형은 하얀 얼굴에 코만 삐죽 솟아 있다.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하고 말도 한다. 태어나서부터 가진 의문은 ‘무엇일까 나의 바다는’ 이다. 바다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소금인형. 물들을 따라 가기도 하고, 고목나무의 따뜻한 품에서 안정감도 느끼지만 결국 ‘바다’를 찾아 가야만 하는 자신의 길을 거부 할 수 없다. 아장 아장 걷고, 춤을 추는 소금인형의 표정 없는 얼굴에 음악과 노래가 표정을 그려준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세심한 움직임은 배우들의 섬세한 손길에서 탄생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대부분이 그렇듯, 소금 인형도 걷고 걸으면서 무수한 유혹에 시달리지만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바다를 만난 소금인형이 바다에게 가까이 가자 자신의 발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소금인형이 묻는다. “바다님, 바다님에게 닿자 내 발이 사라져요.” 바다는 대답한다. “사라지는 것은 없어.” 라고...












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소금인형이 바다이고, 바다가 곧 소금인형의 일부인 것이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하나였으며 이미 하나이고, 이제 하나가 된 것이다. 소금인형이 오랫동안 기다리고 바라던 이상은 곧 자신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되뇌었다. 무엇일까 나의 바다는? 이라는 질문과 사라지는 것은 없다! 식의 명쾌한 대답. 내가 기다린 것은 바로 그런 대답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것 역시 나의 바다의 존재일까? 그런 상념 속에서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진짜 바다. 나를 집어 삼킬 듯 일렁이고, 출렁이며 비릿한 죽은 생선내 가득한 고약한 그것이 아니라. 그저 일렁이고, 출렁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무게감으로 나를 받아 줄 그런 바다. 소금인형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나의 바다와 닿기 위해 일 분 일초 걸어가고 있다. 고목 나무가 주는 안락함을 외면하고, 친구가 주는 즐거움에 눈을 감고, 태양과 싸우며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다. 언젠가 만날 나의 바다를 위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단 자심감을 갖고 말이다.








무엇일까. 나의 바다는...

그렇게 문득 바다가 보고싶어졌다.



















201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로.기.나래 - 소금인형
0823-0824 가톨릭 청년회관 지하 CY 씨어터

신비스러운 별빛이 바람을 타고 내려와 소금인형을 깨운다.
바람 속을 걷고 춤을 추던 소금인형은 문득 생각한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속의 간절한 노랫소리를 듣는다….
‘바다를 찾아야해….’

소금인형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바다를 찾아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소금인형은 자신속의 내재된 성향이 투영된 많은 존재를 만나지만 이들은 본질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일뿐....

여행에 지친 소금인형은
“내가 왜 바다를 찾으려고 하지?”하고 자신에게 묻기도 하지만그 무엇도 바다를 찾아가는 소금인형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더 이상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소금인형은 자신이 걸어왔던 모든 여정을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드디어 푸르고 푸른 바다를 만난다….
바다를 만난 소금인형은 지금까지 겪은 모든 일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의 만남이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토록 찾고 싶었던 바다 또한 진정한 자신의 자아이고 동시에 꿈이었으며 결국 모든 것이 자기의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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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지선
여름과 사람과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