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Project Big Boy - 양태석 아저씨를 보러 갔다가 '아티스트 양태석'에 홀려왔다

2010. 10. 1. 13:29Review

 

Project Big Boy
그 첫번째 Big Boy,
솔로드럼아티스트 양태석


 

"티켓박스에서는 리플렛과 제 공연 DVD를 팔고 있습니다."
‘...DVD를 팔고 있습니다.’?


드럼을 치는 사람이라면 그는 뮤지션이 아닌가? 뮤지션이라면 영상이 담긴 실황보다는 음악이 담긴 음반을 파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




글_지노







#1

양태석씨의 공연을 처음본 건 약 한 달 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오프닝퍼레이드 때였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의 공연, 감상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신이 났고, 신기했다’ 정도로. 나는 인디스트였었기에 퍼레이드 속에서 한껏 흥이 난 상태였고, 가뜩이나 비까지 내리던 날이었기 때문에(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는 처량한 상황 따위에 처하면 몸에서 제멋대로 엔도르핀을 분비해서 최대한 신이나려고 노력한다지 않나?) 신이 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때였고, 처음 보는 그 물건 - 하이브리드 드럼셋(Hybrid Drum set) - 이 신기한 건 당연지사. 따라서 특별한 감상은 아니었다. 심지어, 내용도 알 수 없는 리듬과 멜로디의 반복이 조금은 지루하게 들리기까지 했었다. 어쩐지 혹평을 하는 듯 하고 있는데, 공연이 형편없었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그 특별함이 와 닿지가 않아서 그다지 인상 깊었던 공연은 아니었던 정도?

 







그리고는 축제기간 중, 식당에서 우연찮게 양태석씨를 만났었다. 옆자리에 앉아서 사천원짜리 식당메뉴 따위의 소소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잡담을 하면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때 양태석씨가 ‘학교를 안 다니는 꼬마’라는 내 이력에 어쩐지 관심을 보이시며 연락하라면서 명함을 주셨고, 난 ‘친근하고 재밌는 양태석 아저씨’와 친구가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 빅보이 공연을 보러간 건 사실, 공연에 대한 관심보다는 ‘양태석 아저씨’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얘기가 어디론가 흘러가버렸지만 하여튼, 나는 ‘양태석 아저씨’를 찾아 ‘프로젝트 빅보이-솔로드럼아티스트 양태석’, 그 공연을 보러갔고 ‘양태석 아저씨’는 그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솔로드럼아티스트 양태석’의 팬으로 만들었다.












#2


양태석 아저씨는 목소리가 가벼운 편이다. 좀 과장하면 귀여운 편이라고나 할까(아, 목소리가 말이다.). 그래서인지 말없이 첫 곡이 끝나고 양태석씨가 인사를 할 때면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게나마 웃음이 터지고는 했다(이번에도 그랬다. 프린지 때는 내가 웃었고.ㅎ). 그건 그가 완벽하게 변신을 하기 때문이다. 양태석씨의 작품은 본인의 말마따나 어두운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고뇌라든가 고통, 슬픔들을 그린. 첫 곡은 ‘5FU’ 라는 제목의 곡이었다. 항암제의 이름에서 딴 제목의 이 곡을 연주할 때 내 눈에 비친 양태석씨는 정말 무언가에 힘겹게 몸부림치는 모습이었다. 공연 중간중간에 곡 설명 등을 할 때는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웃다가도(연주할 때의 모습이 가식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스스로 걱정할 정도로 ‘밝음’을 풍기는 사람인데) 곡을 시작하면 본인이 먼저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이야기. 맞다, 이 아저씨 이야기를 한다.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 얘기를 한다. 가령, ‘원주를 그리며’ 라는 곡의 제목. 제목에서 그 구체적임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고향이 강원도 원주. 고향을 그리며 만든 곡이라고 하니까, 아주 철저한 자기 이야기. 하지만 구체적 이야기에서 보편적 감정의 공감을 끌어내는, 그 표현만은 확실하다. 말했듯, 자신이 먼저 빠져들어서는 보여주는 몸짓이나 표정, 몸짓을 꾸며주고 극대화하는 조명,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 영상, 그리고 드럼이 만들어내는 소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낸다. 개인적으로 이 구체적인 자기이야기 표현과 그 방식들이 아주아주 맘에 든다. 소리, 몸짓, 영상. 모든 것을 이용하는 그의 공연을 어찌 ‘음악공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공연이 끝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은 뮤지션이 아니다, 퍼포머(performer)다' 라는 생각. 이제 생각해보니 그도 적절치 못하다 싶다. 원래 있던 말로는 뭐라고 불러도 애매한 기분인 게, 그가 스스로를 칭하는 ’솔로드럼아티스트‘라는 말이 더할 나위 없지 싶다.

 

그리고 그는 음반이 아닌 공연영상이 담긴 DVD를 냈다. 하이브리드 드럼셋과 더불어 그의 이야기를 완성시켜주는 그의 표현 방식, 그리고 프린지 오프닝 때, ‘소리’에만 집중했던 내게 그 공연이 특별히 와 닿지 않았던 이유, 모두 다 ‘DVD를 냈다’는 그 사실이 설명해주고 있지는 않을까-







 

#3

공연을 본 누군가는 양태석씨의 표현방식이나 연주 후에 곡에 대해 설명하기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아마추어’ 같다고 하기도 하더라. 양태석씨가 설명하기 전에는 못 알아듣는(혹은 못 알아보는) 내용들이 적잖았던 나는, 괜히 내가 찔리기도 하고. ‘너 빅-보이(BIGBOY)가 되어라!’ 하는 의도라는 PROJECT BIGBOY. 공연 중에 몇 번을 ‘이런 무대를 만들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던 양태석씨는, 또 몇 번을 ‘또 언젠간 더 큰 연강홀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시겠지요.’하고 말했다. 사실, 리뷰 쓰면서 곡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을 해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느꼈던 그 감동을 제대로 전할 자신이 없어서 관뒀다. 공연을 자주 접해본 것도 아니고, 보면서도 많은 것들을 놓쳐왔던 나로서는 이렇게 보고 온 얘기를 써서 전해주고 있는 게 PROJECT BIGBOY(잉?).


아니 결론은, 언젠가 연강홀에서 조금 더 BIGBOY가 된 양태석씨의 공연을 (‘BIGBOY인 관객’으로써) 다시 보고 싶은 마음?!

 







#4 여담


- 하지만 리플렛만 사고 DVD는 사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양태석씨였다고 나는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어떤 곡 중간에 ‘오늘 드럼 해체 안 해도 돼서 좋구나’라고 딴 생각하고 있었다고 고백하신 양태석씨.

- 사실 프린지 때도 신기하다고 입 벌리고 봤었지.

 

 

공연소개
프린지와 두산이 찾은 차세대 예술가 발굴육성 프로젝트
PROJECT BIG BOY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첫번째 Big Boy 0918-0919 솔로드럼아티스트 양태석
두번째 Big Boy 0925-1003 플레이위드 <인디아 블로그>
세번째 Big Boy 1007-1009 잠비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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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지노

뭔가 하고 있기는 한 것도 같은데,

아니, 뭔가 분명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소견이 절실합니다.’ 라는 말을 최근 즐기는

종종 마음이 아픈 지노입니다.

 

소개도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