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경의 그림리뷰] 지난 번에 이어 계속 201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겉핥기

2010. 10. 19. 17:34Review




지난 번에 이어 계속 201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겉핥기



글/그림_류호경






프린지축제기간동안 여기저기 출몰했다.

 




다음은 <아트블렌더 파랑캡슐>의 '나는 말한다'


그래, 무슨 말을 하는 지 들어보기로 했다.

공연장에 입장하자마자, 아니, 엄밀히는 입장하기 전에 입구에서부터 의외성을 마주친다.

공연장 출입구 안쪽에는 계단이 가로놓여있어서 그걸 넘어와야 입장할 수가 있다.


요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일까?

 



그리고 어디에 앉아서(혹은 서서) 봐야 할지 알 수
었다. 그리고 무대와 객석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플라틱 의자가 너댓개 놓여있어서 재빠른 사람들은 차지하고 앉았지만 배우들의

동선과 무대배치의 변화는 관객들을 편히 앉아있게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무조각에 구멍을 뚫고 색칠을 하며 묵묵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극은 언제 시작이 되는지

불분명다. 어쩌면 입장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모호하게 공연은

물스물 시작되었다. 그리고 처음의 그 불분명하고 모호한 느낌 그대로 끝까지 진행된다. 대사도

고 마임처럼 뭔가를 묘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춤도 아니다. 그냥 어떤 행위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행위를 하는 동안에 기괴한 분장을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두엇이 관객들 사이로 천천히 조용

하고 음침하게 돌아다닌다.


당신들은 음울하고 무거운 마음들인가? 그렇다면 적당히 거리를...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각자가 마주치는 갈등과 방황인 것 같다.

그런 상황이나 감정상태를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행위들로 보여줬다. 어떤 면에서는 나의 과거나

현재의 모습 중의 일부를 발견하기도 해서 조금 싸해지는 느낌도 받았다. 그들의 연기가 현재 혹은

과거에서 느꼈던 마음을 최대한 끌어내 고백하듯 보여서 그런 진한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자주 다뤄지는 이야기이고 조금 설익은 느낌도 있었지만
박수쳐주고 싶었고 조금 고마웠던

공연... 나이가 들어서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일기를 보는 느낌이 들까?



 
조금씩이라도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다음은 쓰기가 좀 더 어려운 공연.

<잠비나이>의 '잠비나이'. 초등(국민)학교 때부터 음악과는 담을 쌓고 지냈는데 음악공연을 보러갔다. 근데 뚜렷한 장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포스트락'이라고 한다. 근데 그게 무슨 음악이지?) 실험적인 음악을 실험적인 영상과 버무려내는 정말 실험적인 공연이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쓰는 것만 해도 온몸이 땀에 젖고 염통이 쫄아붙는 것 같다. 프린지페스티벌 안내책자에 나온 작품설명을 보자면 "포스트락을 국악기를 통해 구현해내고 있는 <잠비나이>의 음악과 빛의 알, 영상이 어우러진 공연. '생명의 파장'이란 커다란 주제 아래 연주가 이어지고 이에 따라 감정 변화 과정이 순차적으로 드러나며 영상이 함께 구현되..." 음... 그래. 그만하면 됐어요. 설명을 봐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럼에도 얘기하고 싶은 공연이다. 그 시간이 좋았기 때문이다.


보통 낯선 것에는 어렵고 거부감을 갖게 되기 마련인데 '잠비나이'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공연에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았다. 영상과 음악은 마블링처럼 뒤섞여 몽환적으로 흘러갔다. 빛뭉치들이 각기 감정을 갖고 떠있는 것 같고 음악도 그 소리 덩어리들이 분열하고 융합하면서 작은 물줄기가 큰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나도 그 마블링에 어느정도 섞여들어갔다.





이런 마블링을 떠올린 건 아니었지만...아무튼 제법 괜찮은 마블링입니다.

 

 





다음은 귀신의 집으로 갔다. 간이춤패<사부작>의 '2010 귀신의 집'

공연이 시작되면 여러 귀신들이 모여든다. 무대 정면에 큰 크린이 내려오고 귀신들은 흥분하며 그 앞에 모여든다. 영상에는 춤추는 여인이 등장한다. 아름답지만 슬퍼보이는 여인이 슬픈 춤을 춘다. 여인처아름답지만 슬픈 춤을 춘다. 건물 뒷편 폐가구나 폐자제가 잔뜩 쌓인 지저분한 공터에서 추는 아름답고 슬픈 춤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인은 죽음을 맞이하듯 쓰러지고 귀신들은 절규했다. 나도 아쉬워서 절규하고 싶었다.



나도 당신들이랑 비슷해. 가끔 죽은 사람마냥 다녀. 얼마 전엔 자전거에 치여서 죽을 ...

 



영상이
사라지면서 계속 귀신들은 절규하다가 흩어지고 각기 죽게 된 사연을 춤으로 표현했다. 때론 슬프때론 익살맞게. 참 재치있고 예술적인 귀신들이다. 특히 주연 남녀귀신의 춤은 정말 멋졌다. (솔직히 다른 귀신들이 못해보일만큼...) 춤에 대해서도 역시 무지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는 몸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움직임에서 발산되는 감정까지 느껴져 더 감동적이다. (아, 미안하지만 주연 귀신들에한해서 그렇다.)  해서 어쨋건 귀신들의 한바탕 춤사위가 끝날 때 까지 꽤 집중했고 공연이 끝나는 것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나도 춤을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물론 직립보행부터 배워야겠지만...

 

 

 

그렇게 무사히 귀신의 집을 나와 <김정현>의 '길'을 관람.


우툴두툴 거친 가면을 쓴 사람이 의자를 무겁게 밀고 나왔다. 그리고는 그 의자를 갖고 춤을 췄다. 춤은
내내 무겁고 힘겹다. 그녀의 거친 질감의 가면이 더해 더욱 힘겨워보인다. 의자는 마치 '고뇌'인 것 같았다. 힘겹게 밀고 나오고 내던지고 오르기도 하고 아래로 들어가기도 한다. 떨쳐내고 싶지만 또 이도 살 는 관계의 무언가인것도 같다. 그렇게 결국 체념한듯 의자를 놔두고 가면을 긁는다. 가가가각...


이삼십 여분 동안 그녀는 그렇게 움직였고 무대 위엔 그녀 혼자라서 더 고되고 고독해 보였다.

잘 모르겠지만 '절실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후에
알고보니 의자는 '척추'란다. 힘겨운 움직임들은 피부와 척추가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수용하는 과정이란다. '내 몸이 어떤 움직임을 갖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란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느꼈던 것을 쓰기로 한다. 받은 느낌과 꽤 엇나가서 좀 창피하지만 어차피 민망해진 것 계속 밀고 나간다. 김정현님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예술이란게 상대적이기도 하잖습니까? 누가 뭐랬나..)


 ...

 




길을 떠나 도착한 어느 도시에는 높은 담이 있어
외부인이 들어갈 수 고 수시로 사이렌이 울린다.
무슨 일일까.

<상상만발극장>의 '비상사태'

모든 것이 안정되고 부족한 것이 어 보이는 공동체가 있다.그러나 그곳은 '외부를 폐쇄시킨' 그들만의 공동체이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곳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바란다. 외부인들은 그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다. 그래서 아마 그 공동체 사람들은 안도감이나 우월감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공동체의 한 가정이
로 붕괴되기 시작한다. 가장인 아버지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평소
와 다르다. 침착해 보이지만 불안을 가장한 침묵이다. 공동체 내에서의 삶이 안정되길 바라는 그의 아내는 불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괜찮냐고 끊임이 묻지만 남편은 괜찮다는 대답뿐이다. 한참 실갱이를는데 간혹 총소리가 들린다. 공동체를 둘러싼 담을 넘어 나가려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은 돌아오지않는단다. 부인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아이가 나타난다. 아이는 아버지를 무시하고 경멸한다. 어머니를 따르지는 않지만 불쌍하게 생각하는듯 보인다. 불안해하며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들은 결국 나간다. 아들은 돌아올까, 돌아오지 않을까, 돌아오지 못할까...



이 내용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것 같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란다.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곳
이 있다는 거다. 총을 거나 하지는 않지만 외부인을 경계하고 부와 권력으로 외부를 차단한 곳...

자본, 권력이 형성한 계급사회가 만들어낸 정신적, 물질적 경계의 차가움.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약점
에 관해 이야기했던 공연. 




나도 내세울 건 쥐뿔도 지만...

 

 



그리고 그 답답한 도시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둘러봤다.

지금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지만 프린지축제 기간 동안은 더운데 비도 많이 와서 후덥지근했다.

거리 축제를 많이 둘러보려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보지는 못했다. 날씨가 궂어 취소된 것도 많고 일단

지금은 내가 더 이상 리뷰를 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몬쓰겠다 이거다. 아, 인디언밥 운영자님의 갈굼이

들려오는듯하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코가 땅에 부딪히는 느낌으로 리~

 

대신 현장에서 한 케치 한 장 올립니다.




<아트블렌더 파랑캡슐>의 파랑병원...

비가 엄청 내리던 날 그 와중에도 진행하시고 또 어떤

관객분은 참여하시고... 뒤에 간호사는 우산 들어주시고

다른 쪽에서는 천막에 끝이 고이는 물을 쏟아내느라

정신없고... 어찌 무탈하게 잘 마치셨는지 모르겠다.

참, 그 날 비옷 챙겨주신 간호사분께 깊은 감사...

 

 


이렇게 해서
민망한 리뷰는 마친다. 행복해지는 주문을 외우면서...

"우하하.. 창피하지 않다. 창피하지 않다. 나는 결코 창피하지 않다."

 

ㅈㅅ

 

 




 


아, 리뷰를 쓰다보니 가을이 왔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을 모토로, 대중문화의 상업성과 순수 예술의 엄숙성으로 대두되는 획일화된 주류 문화에 균열을 내려 한 ‘독립예술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활발한 창작활동을 나누고 새로운 대안의 문화예술을 만들어 왔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심사를 배제하고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자유로운 실험을 가능케 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어 풍요로운 문화예술을 가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공간을 실험하고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부수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는 장입니다. 관객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독립예술의 ‘현재’의 흐름과 ‘미래’의 경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와 관객,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과 지역 커뮤니티, 사회에 말 걸기 등을 통해 열린 소통을 추구하는 축제입니다. 새로운 예술을 위해 도전하는 예술가와 이를 공유하는 관객이 함께 축제의 현장에서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삶과 예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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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호경
"
제 소개는 딱히 할 것이 없네요. 그냥 백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