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숭고한 비장미를 가진 포스트모던 밴드 ‘히치하이커’

숭고한 비장미를 가진 포스트모던 밴드 ‘히치하이커’

  • 그런지올스타즈
  • 조회수 650 / 2008.06.19

그들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필자의 경험치가 미천하여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히치하이커는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적잖은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공연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당혹감은 호기심으로, 이질감은 신선함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화려한 테크닉과 변화무쌍한 연주를 하는 기타리스트, 중성적인 목소리와 강렬한 건반 연주를 보여주는 키보디스트. 감각적인 연주를 펼치는 드러머, 파워풀한 목소리와 스케일이 큰 연주를 선사하는 베이시스트.(건반과 베이스 주자의 트윈 보컬 체제이다.) 히치하이커는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밴드이다.

 

만약 이들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히치하이커는 어떤 밴드죠?’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장르’의 개념을 빌어 히치하이커를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필자는 그들의 음악에서 웅장함과 숭고함, 비장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추상적인 말만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마침 다행히도 이 친구들이 최근에 녹음을 끝내고 쌈지싸운드페스티벌에 응모를 했기 때문에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이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지금 그들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시라. 만약 그렇게 한다면, 히치하이커의 음악을 글로만 설명하고 있는 나의 고충을, 그 막막한 심정을 여러분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할 공연은 2008년 5월 23일 금요일에 있었던 클럽 빵에서의 공연이다.

 

첫 곡은 ‘장례행렬’이었다. 망자들의 발걸음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타이트한 드럼과 베이스의 비트위에 흐느끼는 듯한 기타 멜로디가 입혀지고 그 뒤를 음산한 건반이 따라오며 시작하는 이 노래는 중반부에 급격한 리듬체인지를 선보인다. 이 부분에서는 빡빡하게 조여진 긴장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얼마 뒤에 다시 원래의 비트로 돌아오며 곡이 마무리된다.

 

두 번째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Parody’이다. 히치하이커의 노래 중 유일하게 건반연주가 들어가지 않은 노래인데, 공간감 있는 기타전주로 곡이 시작되어 보컬리스트(김환욱)의 비장미 넘치면서도 서정적인 보컬이 폭격을 가하는 곡이다. 후반부에서는 반복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게 또 듣는 이로 하여금 움찔하게 만드는 포쓰가 있다.

 

세 번째 곡은 'Mourn'이다. 연주곡인데, 상당히 웅장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준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코드흐름은 쉴 새 없이 꾸물거리는 변신괴물을 연상시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네 번째 곡은 ‘마왕’이다. 마계촌 주민들의 반상회에서 나올법한 음산한 건반연주로 곡이 시작되어, 질주하는 기타연주가 더해지며 시작하는 곡이다. 곡의 중반부에 차례로 등장하는 건반과 기타의 독주는 가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범한 곡 구성 또한 돋보인다.

 

마지막 곡으로는 ‘마음이 썩다’를 연주하였다. 오늘 연주한 다섯 곡 중 유일하게 베이시스트인 이상우씨가 보컬을 맡은 곡이다. 인트로의 유연한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며, 이어지는 이상우의 남성적인 보컬이 종전의 김환욱씨가 선보였던 보컬과 대비되며 흥미로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노래의 관전포인트는 역시 후반부의 박력 넘치는 질주! 질주가 끝난 뒤에는, 부산 출신의 이상우씨가 구수한 사투리로 ‘감사합니더!’를 외치며 히치하이커의 오늘 공연은 아스트랄하게 마무리되었다.

 

아직 반년 정도밖에 안 된 팀이지만 멤버 개개인의 기량이 워낙 뛰어난데다가 팀원들 간의 음악적, 인간적인 호흡도 잘 맞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히치하이커. 그들을 주목하자!

 

보충설명

5월 23일 클럽 빵 공연

히치하이커
보컬, 건반-김환욱
드럼-한주열
기타-전규하
베이스, 보컬-이상우

필자소개

그런지 올스타즈의 기타리스트 강민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