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수줍은 소년 이 재 철

수줍은 소년 이 재 철

  • 신재진
  • 조회수 1508 / 2008.08.04

"기타라는 이름의 종이와 연필이라는 이름의 목소리, 그 단 두개의 재료만으로 아무도 그린적 없는 그림을 스케치 하는 수줍은 소년 이 재 철."



제목이라 하기엔 좀 길고, 남의 음악에 대해 뭐라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지 않을 나로써는 어찌보면 너무 거창한 서두일지 모른다. 어느 특정 클럽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외에 좀 더 다양한 곳들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을 선택해주면 좋겠다 라는 웹진 담장자의 메일에 이런 저런 공연들과 뮤지션들을 떠올려 봤지만 근래에는 그다지 관심이 가는 뮤지션들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멋진 뮤지션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져 내가 그런일에 덜 부지런 하다거나 아는 만큼 들린다고, 내 귀가 어떤 음악을 아직 못 듣는다거나 쯤으로 치면 될 듯 하다.


분명한건 좋은 음악과 연주를 하는 팀들은 많이 있지만 내가 이재철을 소개하는건 어차피 한 뮤지션을 소개해야 하고 그가 아직은 그 특정 클럽에서, 만! 연주한다는건 결과적으로 웹진 담당자의 조언사항을 묵인한 셈이 됐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여러 곳에서 그를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난 그 조언을 참고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 참고조언은 이 다음에 글을 연재할 이재철씨가 충실히 들어주길 바란다.



내가 2005년 초쯤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생각나는 그냥 자기 이름 석자를 쓰는 뮤지션은 그리 많치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이름들을 보면 조금 더 관심이 가고 기억에 남는것 같다. 그의 이름을 보기 시작한건 아마도 작년쯤이 였던것 같다. 웹포스터에서 이재철 이라는 이름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차가운 이름이구나.."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얼굴을 사진으로 봤을때엔 "역시 상상대로 차갑게 생겼군.." 이였다.
그리고 그의 음악이 좋다 라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었고, 특별히 누구 공연을 보려간 것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갔었던 클럽에 마침 그 날 이재철 이 공연을 했다. 내심 "음, 이재철, 어디 한번 들어 볼까?" 하며 듣기 시작했다.

그렇타고 해서 심각하게 감청의 자세로 공연을 본것인 아니였다. 공연을 보고 든 생각은 솔직히 "누가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뭐 그 사람 취향이 그렇치.. 난 잘 모르겠는데.." 였다.
클럽공연이든 어떤 공연이든 좋은 공연과 그렇치 못한 공연들을 나눌 때에 나름의 한가지 기준이 있다. 그것은 연주하고 있는 그들이 나에게 [무엇 하나]만 전해줘도 그들의 그 날 공연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 [무엇 하나]를 보여준다는건 나 역시도 많은 공연들을 해왔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스게 소리로 정 없으면 보컬이 잘생기기라도 해야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간혹 한다. 원더걸스가 휼륭한 아이돌 밴드인 이유는 그들이 다들 출중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크게 한 몫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사람들은 동요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존제가치는 충분한 것이다.

물론 그 모습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무엇 하나]의 조건 범위는 원더걸스가 한몫 하고있는 대중음악에서의 어떤 특정부분만을 말하는게 아닌 매우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그 무엇들 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더걸스 맴버중에 내 취향은 없다.
조금 건방지게 말하면 그 [무엇 하나]가 없는 팀들이 더 많아 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 그것은 연주를 잘한다거나 노래의 음정이 정확하다거나 아닌 음악이라는 것의 더 근본적인 그 어떠한 생성 요소를 말하는것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슨 요소인지는 나도 모른다. 좀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어떤한 정신, 마인드, 영혼 같은것 쯤으로 쳐도 51% 부족하지만 무리는 없다.
그 정신만으로는 할 수 없고 테크닉이 뒷받침 되어야하고, 테크닉 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냥 거기까지일 뿐인것이 바로 음악이다. 그 양면은 고루 갖춘 뮤지션들을 음악을 우리는 좋은 음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만 젖어 있기엔 우리가 살고 있는 사과라는 빨깐 별은 너무나도 깊숙히 지금 이사간에도 썩어가고 있다. 자, 얘기가 조금 딴 길로 갔는데 필자의 버릇이다.



그럼 다시 그날의 공연얘기로 돌아가서!
소문이 먼저여서 였던 걸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여서 였일까, 아니면 어쩜 나는 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는 음악이여서 라는 표현이 더 솔직한 마음 상태였을 것이다. 가사도 그다지 들리지 않았고 그냥 사운가 특이하다 라는것 밖에 그 이상의 캐치는 하지 못했다.클럽 공연 관람은 여러가지 주변사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더라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다.


그리고 얼마지나 자연스래 술한잔 할 기회가 있었고,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실제로 만난 그는 말수가 적고 우리들의 실없는 농담에 잘 웃어주는 친절한 사람이 였다. 그의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건 그 후였다. 얼마전 한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출연 공모 동영상 심사에 올린 그의 연주 비디오였는데 그의 주요 곡들을 네곡이나 올렸고 난 가만히 다시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때서야 든 생각이 "어? 이거 뭔가 있는데?" 였다. [바보 발라드], [공황장애], [그때에는], [애매한 사랑] 이렇게 네곡이였다. 검색창에 이재철 을 검색하면 감상할 수가 있다. 뭐랄까..이제 부터 글이 막힌다. 음악은 귀로 듣는거라 눈으로 본것처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디오 클립이였으니 화면은 얘기할수 있다. 어두웠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끝. 그 곡들은 궂이 한곡 한곡에 설명이 무색하리 만큼 스타일의 일관성을 갖고 있었다.
뭐랄까 그냥.. 좋았다. 신선했고, 뭔가 좀 달랐다. 달랐지만 그 다름이 소통을 포기한 자의 단절된 냄세가 없잖아 풍기는듯 하면서도 그것이 음악적으로 들렸다. 아직 완성의 단계는 아닌듯 했지만 그 독창적인 표현 방식에서 나름 다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라고 감히 적어본다.



그간 내가 여럿 보아온 타 '어둠속으로 침잠하는 반복되는 코드와 낮은 성량의 깊은 자기 내면 표출형 뮤지션'들에게는 어느 시점 부터 설득력이 없다 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런 정서를 이어가는듯 하지만 그 안에는 그간의 그런 류의 음악과는 좀 더 음악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서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기타연주자로써 봤을때에도 프로그레션이나 코드의 보이싱 스타일이 독창적이였다.
확신할순 없지만 그는 기타의 이론책을 많이 보지 않은것 같다. 같은 연주자로써 딱 보면 어느정도 감이라는게 있는데 내 생각엔 그런것 같다.
일부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수 없이 난무하는 검증되진 않은 재즈 스케일 교재들로 자신의 머리는 똥으로 채워가고있을 시간에 그는 아마도 자신의 귀와 손을 믿고 매우 오랜시간 동안 여섯개의 줄들과 싸워왔음을 느낄수가 있다. 어찌보면 굉장히 흐리게 퍼져있는 코드들 속에서 독특한 창법으로 단단하게 멜로디의 선을 그어가는 그의 특유의 비음 썩인 음색은 흡사 밥 딜런의 보이스를 연상케도 한다.


많은 한글가사를 쓰는 뮤지션들이 고민하는 한글의 받침에서 오는 사운드의 방해 요소들을 나름의 발음방법으로 흘려버리거나 혹은 아예 제거해버리는 가사 스타일도 메우 독특하다. 단어들의 어순 배열도 어찌보면 무책임해 보일수도 있을 정도로 막무가네인 것 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그의 음악에 이미지을 결정짓는 한 부분일 것이다. 얼버부리는듯한 발음의 뉘앙스는 묘한 국악의 느낌 마져도 감돌게 한다. 어떤 곡에 한글 가사를 언질때에 나 역시도 매우 고민하는 부분이기에 그 독특한 방법을 단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아침엔~]이라는 가사가 있다고 치면 실제론 [ㅎ아치메헨~] 같은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취하려면 반면에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것들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건 정작 그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곡을 쓰진 않았을 꺼라는 거다.(확실하진 않치만) 이것들은 순전히 청자의 호기심에 의한 추측이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걸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군복무전 펑크밴드에서 노래를하고 기타를 쳤다던 그가 다시 사람들 앞에 나오기까지 꽤 많은 해가 지난 것으로 알고있다.
아무튼 그는 나왔고 나와 우린 그럴 수 없었을 수도 있었을 일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 또 하나의 들을 꺼리를 제공한 그에게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단언 하는데 그의 음악이 소위 말하는 대중성이 있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잣대 역시 나의 고정관념과 세뇌에서 온 무의식 속에 고질병이라는것을 나 역시 잘 알기에 나의 단언 역시 모순 투성이 임을 단언한다.


뮤지션 이라는, 혹은 아티스트 라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는 이름의 모습으로 수많은 이들이 나타났다가 또 저마다의 이유들로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그것은 수백년 전부터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록스타가 나올 확률은 사법고시를 패스해서 판검사가 나올 확률보다도 훨신 더 적다. 어느 시점에 다달으면 그것은 뮤지션 본인의 노력이나 선택이 아닌 무엇인지 모를 다른 힘에 의해 조종된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건 듣는 사람건 자신이 두는 음악에 대한 가치는 저마다 다 다르다. 그것들은 지극히 개인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모두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창작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나머지 절반의 몫은 그의 몫이 아니다. 바로 청자들의 몫이다.


그 두가지가 공존할때 비로서 대중음악의 기본 원리는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들 '이 김치 맛있다' 라고 얘기 하곤한다.

세상에는 1분전에 무친 겉절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2년 묵은 짠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중간의 어디쯤을 혹은 그 둘 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음식문화들 속에서 김치가 우리에게 얼마나 지혜로운 음식임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현대사회에 음악이 그렇게 되어온것 처럼.
그래도 김치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음식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그게 당신의 구미에 맞는 김치든 코끝에서 거부하는 김치든 자신에게 필요하면 먹고 그렇치 않으면 먹지 말아라. 어차피 그 김치의 가치는 먹는이의 그 순간과 사황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김치는 김치일 뿐이고, 음악도 음악일 뿐이다.

여기 꽤 색다른 맛과 숙성의 정도를 가진 음악이 있다. 같은 음악인으로써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그가 약해지지 아니하고 주변상황에 휩쓸리지
아니하며 자신의 음악의 존제의 타당성을 자부하며 오랬동안 더 큰, 멋진 뮤지션으로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그럴수있는 힘은 바로 당신들의 관심과 애정일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종이와 연필로만 그린 그의 그림에 멋진 색을 칠해줄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 좋은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물론 자신이 프로듀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뮤지션 본인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어떠한 힘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만큼 그의 음악은 적어도 한번은 평가받을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왕 할꺼면 좋게, 잘~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생각이다.


그 색깔의 방향성을 누구보다 잘아는건 다름아닌 그 자신일 것이다.

보충설명

8월 한달간 휴식 후 9월부터 클럽 '빵'에서 공연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싱어 송 라이터 신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