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물넷, 꿈꾸는 처녀들의 수다회 - 제 7회 여성연출가전 「셰익스피어 여장하다」

2011. 6. 7. 20:15Review


 


2011
527일 오후 7:00 - 9:10

 

527일 금요일, 대학로에서 세 명의 처녀들이 만났다. 이름도 비슷한 성휘와 성희는 운명처럼 비슷한 이름에 친근감을 느끼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비싼 월세, 좋은 남자 사귀는 법, 쌍문동과 합정동의 매력, 춘천 가서 닭갈비 맛 집 찾기. 처녀들의 수다로 방대하게 번져갔다. 7회 여성연출가전 <리어>, <소네트> 두 작품을 보고 나눈 세 여자의 흥분과 공감이 가득한 수다를 이곳에 공개한다.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리어






진실: 우리 이제 통성명을 했으니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먼저 여성 연출가전이 주는 의미랄까,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아서 여기에 대한 부분을 얘기해보자. 어땠어? (침묵) 막상 녹음 하니까 말 안 하네.

성희: 기획은 괜찮은 것 같아. 여자 연출가는 손에 꼽잖아. 일부러 여자 연출가를 찾아 기회를 준다는 건 좋은 취지인데, 어쩌다보니 여성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서 그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진실: 중간지점을 찾았으면 좋겠어. 일본영화를 보면 여자 감독들이 만들어서 너무 섬세한 것들 있잖아.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고. 그런 소스가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은데, 꿀리기 싫다고 만든 것 같아.

성휘: 난 강해, 내 공연은 멋있어. 하는 느낌.

진실: 그래! 그게 싫었어. 차라리 나는 여자인데 나는 섬세함이 무기야, 하고 시작했으면 편안할 이야기가 나도 여자지만 거부감 느껴지는 거야.

성희: 더 열등감 있어 보여.


성휘: 여성연출가전이름도 왜 이렇게 지었지? 차별하는 거 아닌가 싶어. 그런데 성희 말대로 여성 연출가들이 많이 힘들어.

성희: 그나마 영화에서는 유명한 여자 감독이 있는데, 연극은 정말 가뭄에 콩도 안 나.

진실: 나는 기획자가 아니지만 재밌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같아. ‘여성붙여야 되나?

성휘: 여성이 붙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어.

진실: 손 안 닿는 곳까지 긁어줄 수 있는 느낌이면 좋은데, 섹스가 안 들어간 게 없어.

성휘: 의자를 들썩들썩 거린다는 자체가 불편한 공연인거지.

진실: 한 아저씨가 시계를 보여 달라 그러더라.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소네트



 

진실: 여성 연출가전을 기획 한다면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어?  이번에는 셰익스피어로 묶었잖아. 인지도를 올리려는 노력은 있었던 것 같아.

성휘: 분장실같은 작품 좋지 않아? 여자가 멋지게 해내는 것을 해보고 싶어. 설득력 있게 하면 옷도 벗을 수 있어

 

(장 때문이야 남자친구와 통화하러 나간 곰신)

 
진실: 나는 입센의 인형의 집을 했을 때, 내가 어이없게도 노라를 했는데, 문을 박차고 마지막에 나가는 수준이 그 당시엔 굉장한 파격이었던 거야. 여자가 이 시대에서 하기 힘든 느낌이면 좋겠어
 


(지하 소녀 전화. 남자 없는 합정동 잇걸 우울해지는 시점)

 
진실: 맥 끊겼어. 결론적으로 여성연출가 취지는 괜찮았는데 역효과 난 게 있지. 다음엔 기대할 만한 게 있을까?

성휘: 굳이 셰익스피어를 하려고 했나. 차라리 여성 연출가답게 새로운 걸 해 봤더라면 더 많은 걸 생각하게 했을 것 같은데.

진실: 차라리 희곡 아니더라도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나 노희경 언니 작품들 좋잖아.

성휘: 나는 연출가를 만나보고 싶어.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성휘: 이런 공연은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들도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진실: 나는 기간을 줄였으면 싶었어.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기분이었으면 좋겠어. 다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든지. 신진 연출가들을 뽑아서 인큐베이팅처럼 묶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성휘: 근데 소품으로 나온 강냉이는 기획 비를 아끼려고 한 건가?



(웃음)



진실
: 하하, 기획비! 무대는 어땠어?

성희: 하얀색으로 만든 게 나중에 불태우는 장면 때문이 아닐까?


진실
: 리어를 리어여왕으로 바꾼 건 어땠어?

성희: 거기서부터 이미 여성연출가전이라 이랬나 보다 했어.

진실: 머리를 깎고 나온 게 가장 압도당한 느낌이었잖아.

성휘: 첫 느낌은 엇, 하고 보는 시각은 집중됐지만 눈길만 끌었고 다른 건 없었어.



진실: 아저씨들 멋도 모르고 가서 앉아 있다 잖아. 교수와 여제자? 파격만 주는 거면 다른 게 없잖아. 신선과 자극의 차이가 어려워.

성휘: 그것 자체가 강렬한데, 기존에 다 했던 것들이야.



진실: 연출이 자기 작품이 무겁다고 해석을 했던 것 같아. 사이사이 소스를 넣었는데, 더 섞이지 않는 기분?

성휘: 개그를 보다가 대하드라마 보다가. 계속 번갈아 보는 기분이었어. 그게 잘 안 섞이니까 불편했던 게 아닐까?

성희: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권력, 욕심, () 전부를 다 말하고 싶은 거야. 어떻게 보면 집중력이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진실
: 동화처럼 토끼나 해, 선물 포장지로 만든 케이크는 무거워 보여서 그렇게 했을까?

성희: 이해가 안 가. 종이 케이크가 딱 나왔을 때, 우리가 못 먹는 걸 알고 있잖아. 그런데 가지려고 들잖아. 거기서부터 이해가 안 가는 거야.

성휘: 연출이 시켰습니다! 하고 극에서 말하는 것도 관객 입장에서는 별로였어.

성희: 그럼 배우들은 연출 말대로 하는 인형인가? 그런 장치는 위험해.



진실: 음식가지고 했던 싸움이 너무 반복적이라 지루했어. 1분에 몇 번씩이고 터지는 명대사도 버거웠어. 노출이나 머리를 삭발하는 게 배우한테 쉽지는 않지?

성휘: 벗는 게 아무렇지 않은 시대가 왔어.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냐가 우선이지. 내가 이 장면에서 벗어야 한다고 판단하면 할 수는 있어. 그래서 연습실에서부터 벗는대.

진실: 오와, 연습실에서!

성휘: 머리를 밀어야 한다는 것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진실: 참 말할 게 많은 작품이야. (웃음) 마지막에 야구선수가 되고 치킨 전단지를 갖고 온 것도,

성휘: 난 개그를 굉장히 높게 생각하는데, 내가 개그 같았다고 하는 말은 옛날 식 유머를 해서.

진실: 나는 특히 마지막에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도 거부감 들더라고. 그것까지 할 거야, 정말?

성희: 남자만 벗어! 벗으려면 여자도 벗던가. 그것도 차별이지.

성휘: 앞뒤 안 맞는 설정이지.

성희: 애초부터 여성 연출가라고 해놓고 그런 식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욕하는 소위 꼴페미라고 하지. 딱 그거야.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리어



 

진실: 우리가 피드백을 준다고 가정 해보자. 발전적인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성희: 힘을 빼면 간결하지 않았을까.

진실: 그 말은 너무 추상적이야.


성희: 명대사도 많이 가감하고, 머리도 조금 더 생각해보고 (웃음) 머리를 삭발했으면 이유라도 보여 주고. 연출이 시켰다는 대사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한 번 더 생각 했었더라면!

진실: 여기엔 정말 성의 전복뿐이잖아. 차라리 리어의 딸 3명이 하는 이야기면 좋겠어. 그게 더 깊이 있지 않을까? 코델리아의 손에 이야기를 맡겨서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충분히 이어질 것 같아.

성휘: 괜찮다.


진실: 극작법으로는 이편이 더 좋을 것 같아. 딸들의 눈에서 바라본 리어왕. 나는 딸들이 불륜을 일으킨 것도 아빠의 강압 때문에 벌어진 일 같아. ‘나는 그를 사랑해요.’ 하면서. 이 아저씨도 짠해. 아들 낳으려고 딸을 셋이나 낳은 것 같아. 왕위 이어주려고 얼마나 결혼을 힘들게 시켰겠어.


성휘: 연기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연기의 수준이 맞지 않았어. 서로 대사가 주고받아져야 하는데, 선생님과 제자가 연습하는 느낌인 것도 같고.

진실: 리어 여왕 옷은 일본 기모노 같고, 곳간이 있는 무대는 옛날 같고 치킨 전단지가 나오는 이야기는 2011년이고 과연 시점이 있었을까?

성희: , 현대. 이 정도겠지.


성휘: 그래도 마지막 커튼콜은 너무 좋았던 것 같아. 정말 즐기더라고. 배우들이 선배님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너무 극에서 빨리 빠져나온 느낌도 있긴 했지만.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도 참 중요해.


진실: 왜 선돌극장만 잡아서 했을까?

성희: 선돌이 비좁았던 공연도 있었어.

진실: 리어 같은 경우도 극장하고 썩 잘 맞는 느낌은 아니었어. 배우들의 움직임이 많은데, 좁아서 잘 느껴지지 않았어. 모두가 누워있는데 배우의 발과 얼굴이 만나는 게 그렇더라.

성휘: 그래서 그들이 이야기하잖아. 우리는 수준 낮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라고.

진실: 너무 비겁한 변명입니다!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리어




성희: 왜 고전 작품들을 많이 안건드리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성휘: 셰익스피어, 체홉. 정말 천재 같아. 관계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만들어 놨지? 그때 이후로 정말 발전이 없는 건가.

진실: 4대 비극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



(한숨) 

 

진실: 그래도하면서 장점 말하고 급 포장하는 엔딩은 하지 말자.

성휘: 그런데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하더라. 개인적으로 나는 연습과정이 더 궁금했어.

진실: 극작을 공모를 받고 했으면 해. 극 주제에 여자가 긍정적으로 에너지틱하게 풀린 것이면 좋겠고, 그럼 더 편안해졌을 것 같아. 빨리 남성연출가 전 만들라고 해.

성휘: 더 세련됐어야 돼. 지금은 촌스러워.



(모두 공감) 

 

성희: 다 벗고 나와도 충격이 아닌 시대인데.

진실: 남자 임신 시키는 연극 어때? 네 놈들이 겪어 봐라, 하면서.

성휘: 너무 남자한테 한 많은 여자 같아.

성희: 또 말 나오겠다, 그럼.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소네트



 

진실: 그럼 우리 마지막으로. 나올 게 있겠지? 지어서 쓰게 되는 거 아니야? 끝으로! 여성은 빼고 지겨우니까. 이번 주말 어떻게 보낼 건지 이야기 하면서 마무리 짓자.

성휘: 남자친구 면회 갈 것 같아.

진실: 사랑을 위하여!

성희: 위하여!

진실: 나는 내일 춘천 마임 축제를 가. 지하철로 춘천을 가서 닭갈비도 먹고.

성휘: 닭갈비 잘 골라야 돼. (성희에게) 너는?

성희: 나는 주말에 셋업이 있어서. 그리고 월요일에 안동으로 연수 받으러 가. 음향과 조명의 이해를 배우러 가.

진실: 나름 MT구나. 재미있겠다! 우리 각자 편하게 부를만한 거. 정할까? 배우, 극작, 이런 거 너무 부담스럽잖아.

성휘: 콩이 엄마로 해줘.

 

(콩이 사진 관람하며 이야기는 여기서 끝) 

 

   

 


제 7회 여성연출가전 - 셰익스피어 여장하다
2011 0405 - 0515 대학로 선돌극장

여성 연출가전은 제 1 회 젊은 여성연출가전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해서 현재 여성 연출가전이라는 타이틀로 7년을 맞고 있다. 1회와 2회는 여성과 성, 3와 4회 5회는 문학과 감성의 만남, 6회째에는 전쟁이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2011년에는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한 작품들을 내놓으며 셰익스피어의 세계를 새로이 보여주었다.


0405 - 0410 | 홍영은 연출 - 한 여름 밤의 꿈
0412 - 0417 | 백순원 연출 - 햄릿 
0419 - 0424 | 황이선 연출 - 리어
0426 - 0501 |    유림 연출 - 로미오와 줄리엣
0503 - 0508 | 오승수 연출 - 투인 멕베스
0510 - 0515 | 서미영 연출 - 소네트 검은 여인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