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야기해주세요>-우리가 들어줄게요, 당신의 짐과 이야기

2012. 4. 22. 18:32Review

제작비마련 후원공연 <이야기 해주세요>

우리가 들어줄게요, 당신의 짐과 이야기

소히-김목인-휘루-백현진 @씨클라우드

 글_정진삼

 

속삭임DJ   비바람과 음악사이. 토요일 6시부터 9시까지 홍대 씨클라우드에서 속삭이는 DJ입니다. 벚꽃은 봄비에 다 내려앉고, 우산이 꺽일만큼 바람은 강합니다. 폭풍 속을 달려서 음악회에 온 많은 관객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피스-

영상속의 할머니   ♬ “우리 동생 예숙이야 행복하게 살아다오~”

속삭임DJ   DJ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제작비 마련 후원공연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여‘신’이 아닌 여‘인’, 뮤지션들이 자기 목소리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하네요. 객석 맨 뒷자리에서 낮은 목소리로 중계하겠습니다.

관객들   박수 짝짝짝

속삭임DJ   오늘 라인업은 소히-김목인-휘루-백현진입니다. 씨클라우드의 공동운영자이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씨가 무대에 나오셨습니다. 오프닝 무대를 장식해주신답니다.

정민아   (가야금 연주하며, 노래) ♬ “청춘 가는데 야속도 하구나~”

관객들   박수 짝짝짝

정민아   지금 부른 노래는 할머니들 앞에서 들려드렸던 노래에요. 민요였구요, 그래서인지 할머니들이 다 저만 좋아하셨어요.

관객들   웃음

정민아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생각보다 연로하셔서 조급증이 생기게 되었어요. 맘이 급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금마련 콘서트는 어두운 공연은 아니에요. 기운내자고 하는 거니까... 그런데 제 노래는 다 어둡네요.

관객들   모두 웃음

정민아   지금 만들고 있는 곡인데요, <작고, 작게> 라는 제목입니다. 할머니들의 바람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악 들려드릴게요. ♬ “작고 작게 살고 싶었지~”

속삭임DJ   정민아씨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방식으로 가야금을 작곡, 연주하는 뮤지션인데요. 이 노래 역시 모던하게 뜯는 가야금 선율과 그윽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정민아   이번에 들려드릴 곡은 <무엇이 되어> 라는 곡입니다. 정민아의 불후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죠. 중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곡입니다.

관객들   놀람 오오

속삭임DJ   "무엇이 되어 만날까~" 하는 가사가 할머니들의 사연처럼 느껴지네요. 아까 정민아씨의 말처럼 음악이 우울해요. 그러나 이번 음악회를 다시 화사하게 만들어줄 가수입니다. 소히~

소히  

♬ “내 버려두지 말아줘~ 내 감정을 느껴줘.” ♬ “함께 있어서 슬프지 않게~” 

관객들   박수 짝짝짝

속삭임DJ   인디에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노랫말을 보면 확실히 대중음악과 구별되는 점을 찾아볼 수 있지요. 여기서 들으니 여성 보컬들의 잔잔한 노래가 왠지 더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할머니들의 말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오늘따라 소히의 상큼했던 보사노바도 구슬픕니다. 그래도 좋아요. 참, 여성 뮤지션들이 많이 나와서인지 여기 씨클라우드엔 남자관객들이 많습니다. 신기하네요.

소히   어제만해도 날씨가 화창했는데... 날씨가 그지 같아져서요.

관객들   웃음

소히   저도 나눔의 집에 갔었는데... 민아가 제일 인기가 많더라구요. 참, 다음 주 토요일(28일) 여기 씨클라우드 공연에 할머니들이 오신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 프로젝트는 2006년에 처음 시작되었답니다. 근데 흐지부지 됐죠. (웃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서 활동하는 은지씨가 그랬어요. 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서 하게 되었다고. 할머니가 어렸을 적에는... 당시에는 잡혀가지 않으려면 결혼을 일찍 해야 했데요. (한숨) 여러모로 여자의 인생이 서글프거나하는 거 같네요. (웃음) 우리가 서글프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봐요. 이번에 들려드릴 노래는요. 새 앨범에 들어가는 곡으로 왈츠란 곡인데요, 스윙이 돼버려서 제목을 바꿔야할 것 같아요. (소히 노래 시작)

속삭임DJ   인디 밴드들이 노래하는 방식은 덜 자극적이고, 훨씬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선지 노래도 꽉꽉 들이차거나 치밀하게 구성된 느낌보다는, 여백도 있고 느슨한 부분이 있어서 좋아요. 관객 입장에서는 숨 쉬기가 편하죠. 비트와 고음이 강조되지 않아서 듣는 사람도 쉽게 지치지 않지요.

소히   <심증> 이라는 노래를 소개할게요. 이번 컴필레이션 음반에 실릴 곡입니다. 가사가 노골적이에요. 성추행에 대한 곡인데, 주변의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금지 캠페인 송으로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관객들   웃음

소히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노래들로 이번 음반이 만들어지겠지요. 그런데 이 문제는 다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전쟁에서부터 일상까지요. <심증> 들려드릴게요.

♬ “내 옆에서 느물거리는 손~ 아, 가녀린 내 마음.”

♬ “오해가 될까 착각이 될까, 아 심증~”

♬ “편하다는 말에 존중은 없고, 존중한단 말에 진심이 없는~~”

♬ “망설이지 말고 말해, 자신있게 말해!!”

속삭임DJ   살랑대는 보사노바가 의외로 힘있는 선율이 되었네요. 재미있는 노랫말 속에 뼈가 있어요. 소히가 들려줄 마지막 곡은 2집에 실린 <좋아> 라는 곡입니다. 좋아하는 상대의 장점을 솔직하게 고하는 여자의 노래입니다.

소히  

 ♬ “조심스레 조그마한 움직임이 좋아~ 핑크색을 좋아하는 네 취향이 좋아”

♬ “향긋하게 달콤한 네 몸 냄새가 좋아~ 어디 갈지 모르는 소박함이 좋아”

♬ “마치 높은 성처럼 쌓인 관념을 깨뜨리는~”

♬ “모두다 딱 쿵 짝 들어맞진 않아도 너의 모습들이 참 좋아~”

관객들   박수 짝짝짝

김목인   저는 김목인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음반에 참여하는 건 아니구요 (웃음) 제작비마련에 동참합니다. 근데 제가 티켓파워가 있어야할 텐데... (웃음) 들려드릴 노래는 곡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들판에 나간 음악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그가 들판에 나간 건 마음이 어지러워서였는데~ ”

속삭임DJ   남자가수가 나오니 여성관객들의 눈이 초롱초롱 해지네요. 김목인의 포크음악은 반짝거리는 음악가의 영감이 담겨있습니다. 특별한 순간들이 노래로 만들어지고, 또 그런 순간들을 소박하게 나누고... 예술가의 자의식이 담긴 음악인데도 부담스럽지 않고, 강요하는 것도 없어서 오히려 새롭게 들리지요. 그런 점이 좋아요.

김목인   오늘 차분한 마음으로 노래하려고 했는데요. 그게 잘 안되네요. 오전에 스케줄이 있어서요, 근데 오전이랑 오후랑 각각 쓰이는 기타가 달라요. 기타가 두 개여서 하나는 씨클라우드에 두고가자, 생각해서 한시에 왔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바람은 또 얼마나 많이 부는지...

관객들   웃음

정민아   전화를 하지...

김목인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전화를 못했어요.

관객들   다시 웃음

김목인   예전에 망원역에서 소히와 은지씨를 본 적이 있어요. 여성학 모임에 간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때 조금 놀랐어요... 열심히 하는구나 (웃음) 이번에 들려드릴 노래는 <꿈의 가로수 길> 이라는 곡입니다. 청주시 시내초입에 있는 가로수길이에요. 신사동 가로수길 아니에요.

♬ “그는 밤의 가로수 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

♬ “그 곳이 큰길의 도로변인 줄도 모른 채~”

속삭임DJ   김목인씨가 말한 모임은 여성아티스트들이 여성에 대해서 공부하고, 함께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릴리스의 시선’ 이란 모임입니다. 릴리스(Lilith)는 창세기에 나오는 ‘이브 이전의 여자’ 를 의미한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여성 아티스트를 위한 “릴리스 페어 (Lilith Fair)” 라는 여성 축제가 있지요. 우리나라도 여성 뮤지션 혹은 여성 밴드를 주축으로 하는 락 콘서트를 개최하면 좋을텐데... 이번 음악회가 그런 기회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피스-

김목인   예전에 사할린에 갔었는데요. 시장에 갔었어요. 거기 꽃은 해바라기처럼 커요. 그런데 꽃을 파는 할머니들이 다 한국 할머니에요. 우리 할머니랑 똑같이 생겼어요. (웃음) 러시아에 오래 사셨는데 러시아말도 못하세요. 집에 갔었는데 가요 테이프들이 죽 있더라구요. 그걸 들으시는 거에요. 참, 고구마를 모르시더라구요. 그쪽에는 고구마가 없다네요.

관객들   웃음

김목인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강제징용 당하신거죠. 사할린에서 살다가 해방이 되서 조국에 간다고 다 모이라고 했는데 눈 앞에서 고향가는 배가 떠나갔데요. 원통하고 억울한 사람들은 막 바다에 뛰어들어서 헤엄쳐 간다고 그랬데요. 아, 그리고 우리나라를 88년도에 TV를 통해 처음 보셨데요. “저 나라가 그래도 어찌 굴러가고 있구나...” 그러셨다네요.

관객들   웃음

김목인   <뮤즈가 다녀가다> 노래 들려드릴게요.

♬ “어느 밤 작은 카페에 뮤즈가 다녀갔고~ 몇몇 사람들은 그걸 기억하고 있지~”

♬ “누가 연주를 했길래 뭘 연주를 했길래~ 아냐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어~”

속삭임DJ   김목인씨가 들어가고, 3호선 버터플라이 보컬이었던 휘루가 세팅 중입니다. 이번 음악회를 기획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은지씨가 나와서 잠깐 소개를 하네요.

은지   안녕하세요. 컴필레이션 음반을 함께 기획하고 있는 은지입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말에는 너무 큰 무게가 있어요. 우리가 그걸 같이 들어드리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구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웃음) 하고 싶은 말 있는 분은 또 나와서 해 주세요 (당연히 아무도 없음, 큰 웃음) 저도 아까 민아씨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요. 감동적이었어요. 음악은 정말 아름다운 거 같아요. (웃음) 휘루씨 다 되었나요?

휘루   어제까진 화창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네요. 그래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려 드릴 곡은 (웃음) <바람 부는 날>입니다.

♬ “나지막이 바람부는 날야~ 쌀쌀히 바람부는 날야~”

♬ “넌 깨지도 않았을테지만~ 난 그냥 고갤 끄덕이네~”

♬ “따스한 바람이 실은~ 커다란 솜사탕 같은~”

♬ “그런 꿈같은 얼굴로~ 그런 꿈같은 겨울이야”

관객들   박수 짝짝짝

속삭임DJ   선배뻘 뮤지션이라 그런지 여유도 느껴지고 더 당당하네요. 휘루는 전자사운드를 즐겨 사용하는데 섬찟 섬뜩한 가사와 어울려 음악이 그로테스크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날씨와 매우 잘 맞네요. 무섭지만 좋아요.

휘루   이어서 <그녀에게> 또 들려드릴게요.

♬ “아주 멀리 가는 작은 아이들의~ 아주 멀리 가는 작은 이야기들~”

♬ “랄라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라~”

♬ “방금 난 듯한 네 얇은 수염처럼~ 계단위의 포근히 잠든 아이처럼~”

♬ “다리위의 질주와 검푸른 새벽속~ 랄라라라라라라 랄라라라라라라~”

 

관객들   박수 짝짝짝

휘루   예전에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분들 나오는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고 음악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노래를 듣고 심수봉 선생님께서 좋다고 하셔서, 피쳐링을 같이 하기도 했죠. 나중에 고려인분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어요. 무슨 친선 교류 음악회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데 방송 작가분들이 이 곡이 너무 우울하다고 해서... 왜 그런 행사는 밝아야 하잖아요. (웃음) 결국 방송되지 못했어요. 이번에 음반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다시 작업하고 있어요.

속삭임DJ   갑자기 든 생각인데 컴필레이션 음반이 만들어진다면 할머니들께서는 어떻게 들으실지 궁금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있잖아요. 영화, 연극, 문학 이들은 모두 ‘재현’ 하는 장르라서, 이런 작품과 만나는 게 썩 내키지 않을 것 같아요. 자기 상처와 또 대면하는 거니까요. 관객인 우리도 재현 장르가 주는 끔찍함과 답답함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음악은 시각적인 재현이 아니니까 색다른 방식으로 전달이 될텐데요. 기대가 됩니다. 이제 마지막, 어어부 프로젝트의 보컬(이었던) 백현진씨입니다.

백현진   ♬ “그 여자는 최면을 건다~ 견디자~ 일단은 더 버텨보자~”

♬ “할 수 있다. 어쩌면 할 수 있다~”

♬ “그 여자는 최면을 걸고 있다~ ”

♬ “가까스로~ 가까스로~ 가까스로”

속삭임DJ   아, 포효하는 음성. 반주도 없이 시작된 노래에 장내는 조용해졌습니다. 가사를 살펴보니 여성들이 고통을 당하는 순간을 형상화 한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네요. 게다가 울부짖기까지 하니 먹먹합니다. 그러고 보면 백현진의 노랫말은 점점 자기고백적인 서사가 되어 가지요. 음악적인 처리없이 속안에 끓어오르는 것들을 바깥으로 그대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 꾸밈없어서 좋아요.

백현진   읽어본 거랑 살아본 거랑 달라요.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죠. 남한만 그런 게 아니라 어디나 그래요. 역사라는 게 그렇게 산뜻하고 말랑말랑한 게 아니에요. 할머니들도 그렇고 여러분들도 힘내세요. 뭐 어떡하겠어...

관객들   웃음

백현진   임상수 감독 영화 작업중인 곡 들려드릴게요.

♬ “나는 당신을 먹네~ 찢어 씹어 먹네~”

♬ “당신은 맛있네. 당신은 돈. 나는 당신을 먹고 또 먹네.”

♬ “당신 생각을, 돈생각을, 돈 당신 생각을~ 당신의 그 맛을~”

♬ “당신은 바로 나, 나는 바로 당신~”

♬ “금빛 먼지 속에서~ 우리는 돈”

관객들   박수 짝짝짝.

백현진   말랑말랑한 거 하나 불러드릴게요.

♬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나~ 어떻게 해야 만날수 있나~”

♬ “그 많았던 시간들이 불에 타는 걸~ 난 침대에서 누워서 지켜보았지~”

♬ “당신은 천장에 매달려 춤추고,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꿈꾸네~”

♬ “그 시간 속에~ 그 시간 속에~ 그 시간들~”

♬ “어찌하여 대체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나.”

속삭임DJ   그러게요.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언젠가부터 인디씬의 가수들은 하나둘씩 정치적인 메시지를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 라는 말이 이젠 은유가 아니라 직유가 된 것이지요.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는 것이 곧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는 것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백현진   비가 오는 날에는 술이 땡기지요. 제 노래 중에 술 먹는데 유용할만한 노래 들려드릴게요. 과음은 할 수 있죠. 하지만 주사는 부리지 마세요. 주접은 안돼요. 이 명박만 민폐가 아니에요. 주정부리는 것도 민폐에요.

♬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 기억이 안 납니다~”

♬ “돼지기름이 흰 소매에 튀고, 젓가락이 낙하를 해도~”

♬ “니가 부끄럽게 고백한날도~또 내가 사려깊게 대답한날도~”

♬ “내가 사실 술을 먹어 기억이 안납니다~”

♬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이이-다~”

관객들   박수 짝짝짝

백현진   은지씨가 생각하는 이 컴필레이션 음반. 뭐 잘 안 팔리겠죠.(웃음) 그래도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데이터로 기록이 되겠죠. 건강들하세요. 마지막 곡입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을 보니~”

“짙은 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나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한 없이 걸었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가 마냥 걷고 있었네~”

관객들   큰 환호성. 박수 짝짝짝.

속삭임DJ   백현진씨 마지막 가사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동요로 이어 부르고, 소련국가로 넘어갔다가, 욕 한사발하고, <아침이슬>로 마무리하네요. 큰 웃음 주셨습니다.

백현진   기타는... 방준석씨구요, 여러분은... 여러분입니다.

관객들   다시 웃음.

속삭임DJ   이렇게 공연은 끝이 났답니다. 저도 슬슬 마무리 해야겠지요. 3월에 한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제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는 61명이라고 합니다. 조바심, 느껴지지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투쟁은 계속되어야만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위안부 문제는 현재 여성들이 겪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지요. 더욱 교묘해진 경제적, 사회적 강압과 폭력으로 인해 여성 존재가 여전히 도구화되고 있으니까요.

인디씬도 전례가 없이 어려운 시점이지만, 이렇게 동료들과 합심하여 역사에 대한 분노를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가는 모습이 정말 멋지네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무거운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 뮤지션의 몫이라면, 당신들의 음악을 들어주는 것은 우리 관객의 몫이겠지요. 두 번 남은 후원공연과, 앞으로 나올 컴필레이션 음반 기대하겠습니다. 피스- 그리고 좋아요!

***사진출처 1.2.3.4.5.6.7 _ jin3 / 8(주일대사관 앞 사진) _연합뉴스 

*본 리뷰는 4월 21일(토), 홍대 씨클라우드 있었던 연주실황을 토대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실제 공연에서 나누었던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싣고자, 라디오극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 주세요>의 제작 발표를 겸한 공연이 오는 4월 26일 KT&G 상상마당, 21일과 28일에 홍익대 앞 클럽 씨클라우드에서 열린다. <이야기해 주세요>는 18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내고자 기획한 프로젝트 음반이다. 감성적인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인디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보컬인 송은지의 제안에, 이상은, 황보령, 소히, 시와, 오지은, 정민아 등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각각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17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뜻을 모아 함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