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전쟁·평화·여성 <이야기해주세요> 콘서트

 

전쟁·평화·여성 <이야기해주세요> 콘서트

이 이야기를 부탁해!

 

글_모순아

 

인터넷, SNS 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싸이 천지다. CF여기저기에서도 싸이가 나오고 말춤을 추고! ’오빤! 강남스타일’을 외치고 있는 지금은 2012년이다. 같은 2012년 한 편에서는 6년 전에 이야기 했던, 조심스레 기획했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혼성 듀오 소규모 아카시아의 송은지다.

송은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속칭 홍대 여신들이라 불리는 가수들과 <이야기 해주세요> 라는 공연을 기획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20 - 30대 여성 인디음악인 15명이 함께 만든 헌정 앨범 <이야기 해주세요> 를 발매하였다. MBC <휴먼다큐 그날>에서 이들이 늦은 밤까지 음악을 만들고, 직접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고 계신 ‘나눔의 집’ 에 찾아가 작은 콘서트를 여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많이 하는 ‘재능기부’ 이상의 모습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좋아하는 가수가 거기 속해있음을 알게 되었고, 좋은 취지를 실천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어서, 그리고 더 듣고 싶은 이야기를 그들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공연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야기해주세요>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에 갔다. 예쁜 마음씨를 갖고 있는 그녀들의 예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용기있는 그녀들을 힘껏 응원해 주고 싶었다.

 

 

공연장은 북적였지만 여느 콘서트와는 달리 소란스럽지 않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니 공연장이 완전히 메워지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다. 의미있는 공연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길 바랬었나 보다. 개인 콘서트여도 이 보다는 많이 왔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가수 한희정의 목소리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공연장에 오지 않았으나, 그녀의 목소리가 함께 했다. 검은 스크린에 그냥 하얀색글씨로 가사가 나왔고, 청중들은 모두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맑은 목소리는 가사를 또박또박 읽어주기도 했고, 그 자신이 부드럽게 가사를 음미하는 듯 했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도 같았다.

‘옛날 옛날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 끊이지 않는 비극. 너와 나의 무관심을 노래해 줘. 침묵으로 얻은 평화 또 망각을 위한 망각을 노래해 줘.’

정말 한희정은 부탁하고 있었다. 숙연해진 분위기는 점차 엄숙해지기까지 했다. 이어 나온 위안부 관련 영상들은,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던 수많은 관객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여자라서 더 잘 알아요.” 하는 마음으로 더해지는 안타까웠던 순간들. 그리고 아픔을 치유해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한다는 작은 결심. 공연을 보는 내내 그 문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순간들이 밉기도 했고, 할머니들께 미안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한다고, 이런 걸 알려주고 싶었다.

예쁘고 젊은 십대, 그리고 이십대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성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뻔뻔하게 부정하고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에게 그 이유를 끝까지 물어야하는, 그렇기에 더 잊혀지면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계속해서 공연이 이어졌다. 다들 멘트는 하지 않았다. 말을 아꼈다. 유일하게 밴드가 준비할 동안 강허달림이 짧게 멘트를 했다. 자신의 음반 준비로 “이야기해주세요” 음반에 실릴 노래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레드 마리아> O.S.T 에서 부른 노래로 이 음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녀가 준비한 노래는 공연의 분위기를 더욱 살리기에 충분했다. “이 이야기를 다 잊고 다 같이 잘 놀아보자” 가 아니라 “이 이야기를 기억하고 노래를 부르자” 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얼쑤, 그리고 그녀가 목청을 높였다. 사운드트랙과 겹쳐서 숟가락만 얹은 상황이라고 미안하게 고백했다. 그러나 단번에 오케이를 했고, 어떤 노래라도 더불어 참여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예쁜 마음이 보여서 좋았다. 아마도 함께하지 못한 홍대의 여자가수들 역시 그런 마음일 것이다.

 

 

중간중간 위안부 할머니들의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이 나왔다. “어렸을 때 너무 울어서 지금은 눈물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가 당한 그 일을 역사에 남겨야 합니다.” “우리는 숨어있었어요. 눈물만 흘렸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제 당신이 이야기 해주세요”

이어 짧은 토크콘서트가 벌어졌다. 음반을 기획하게 된 송은지와 가수 지현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끌었다. 송은지는 할머니께 ‘왜 이렇게 일찍 결혼을 하셨냐’ 고했냐고 물었더니 처녀공출을 당하지 않으려고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연배의 할머니들에게는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모두에게 아프고 슬픈 기억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크게’ 말하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모두가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면 그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 일 수도 있고, 그 이야기가 우리 할머니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와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이 싫어서 직접 음반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현은 할머니들은 끝없이 이야기 해왔지만, 오히려 우리가 귀를 혹시 닫고 있지 않았나, 반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관객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여러분이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전달해 달라” 고. 할머니들과 같은 일은 아닐지라도 폭력 때문에 상처 입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할머니들의 용기있는 말처럼 그 상처에 대해서 말하라고. 일본 정부의 잘못에 대해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시와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나가는 길까지 숙연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들 후련함으로 공연을 마무리했고, 마음속으로는 “할머니들의 삶, 잊지 말자.” 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보다는 미소를 머금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연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내용도 알차고 스토리도 있었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부족한 준비가 아쉬웠다. 중간 중간 마이크 잡음이 들렸고, 조명이 가수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등, 디테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간중간 이어지는 사이는 영상으로 채워졌기에, 준비기간 동안 관객은 기다리기만 했다. 노래를 부르는 오지은을 비추는 조명이 꺼지는 사소한 사고도 있었다. 공연으로 기획된 콘서트였기에 흘러가는 전체적 리듬도 산만했다. 잔잔함과 흥겨움, 무거움과 가벼움이 서로 뒤엉켜 극에 시종일관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들 열심히 공연에 참여하였다.

알고 온 관객들이 있었겠지만, 모르고 온 관객들을 위해서 가수들이 왜 이번 공연에 참여하려고 했는지, 영상으로나마 그들의 생각을 조금 더 알려줬으면 하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혹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한 마디씩이라도 더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디 밴드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오히려 그들의 소개가 없어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이야기해주세요” 라는 타이틀이기에 우리는 더 많은, 그리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물론 과거의 상처도 있겠지만, 현재의 의미를 전하는 이들의 존재들도 궁금하다. 내가 부르는 노래를 이런 노래이고, 나는 이런 취지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관객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혹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라는 힌트를 기대한 것은 나뿐만이었을까. 가수들은 자신이 만든 곡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것으로 사연을 대신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가사’ 를 따로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좋은 취지, 좋은 이야기였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할 것이다. 아쉽지만 다음에도 계속될 공연을 기대해본다.

 

 

자, 이제 우리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알리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할머니들에게 들은 그녀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가 순환되어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 사진출처 : <이야기해주세요> 콘서트 주최측 제공 

 

  필자_모순아

  소개_ 모순적인 세상을 바꿔보고 싶은 아이.

인디언밥 관련기사 바로가기 >>> http://indienbob.tistory.com/566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들과 함께하는 <이야기해주세요> 전쟁·평화·여성

콘서트 9월 12일 19:30 용산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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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 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2 For 1>

 

**트랙정보

1. 이 노래를 부탁해 [한희정]

2. 작고 작게 [정민아]

3.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 [오지은]

4. 심증 [소히]

5. 성녀 [이상은]

6.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지현]

7. 구순이 [무키무키만만수]

8.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네 [시와]

9. Stero [투명]

10. Way To The Light [투명 (Feat. 시와)]

11. 비단 [황보령

12. 달팽이의 집 [송은지]

13. 놀이터 [남상아]

14. 레드마리아 [강허달림]

15. 내 이름은 닌자 영 [트램폴린 Trampauline]

16. 머 리 카 락 [휘루] 

 

  1. 잘 읽고 갑니다. 아주 좋은 취지의 공연 그리고 그 리뷰, 못 간게 아쉬워지는 글이네요

  2. 참으로 많이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