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NIGHTMARE ep.2 야야와 잠비나이

2012. 9. 25. 13:24Review

 

 

YAYA NIGHT SERIES vol. 2 / NIGHTMARE ep.2 야야와 잠비나이

다시 한 번 꾸고 싶은 아름다운 ‘악몽(惡夢)’

 

글_나그네

 

"밤의 양면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야야.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잠비나이.

실험적 색채가 강한 음악을 선보이는 두 팀의 신비로운 매력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음악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하며 화제를 낳았던 지난 2월 조인트 공연에 이어

깨어날 수 없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악몽의 밤이 펼쳐진다."

 

Nightmare. '악몽'이라는 컨셉으로 자신들만의 공연을 기획하여 선보이고 있는 야야.

허클베리핀과 함께한 첫 번째 기획 공연에 이어 이번 두 번째 공연은 잠비나이와 함께 하였다. 대체로 밝음보단 어둠을. 발랄하고 명랑한 분위기보단 음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낮보단 밤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컨셉의 공연은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실제로 인간의 가장 솔직한 내면 세계는 밤에 더더욱 또렷하게 피어나고, 그 세계가 실현되는 공간이 바로 꿈이다. 그 꿈은 달콤할 때도 있지만, 무섭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달콤한 꿈은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며, 잠시 동안이라도 우리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해 주지만 그 꿈에서 깨고 난 후엔 공허한 허무함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나의 깊숙한 무의식 속으로 침잠해 온갖 종류의 번뇌와 고통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꿈에서 깼을 때 내가 현실에 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악몽' 또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먼저 참여 팀에 대해 아주 간단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출처 : 잠비나이 까페, cafe.daum.net/jambinai/)

국악 전공 동창생인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이 모여 만들어진 팀 '잠비나이'. 국악과 록의 경계를 허물며 진정한 의미의 크로스오버 음악을 추구하는 팀으로 2010년 첫번째 미니앨범을 낸 후 문래예술공장 신인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 ‘MAP’에 선정,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특별상 수상 등의 경력을 통해 많은 음악 팬들에게 알려지며 사랑 받고 있다.

 

(출처 : 야야 홈페이지, yayamusic.net)

파워풀하면서도 음울하고 매력적인 보이스와 작사,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 퍼포먼스 디렉팅, 아트워크, 디자인 등 모든 아트 디렉팅이 가능한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我惹(아야 Aya)와, 이미 밴드신에서는 유니크하고 파워풀한 리듬메이킹으로 유명한 실력파 드러머 視野(시야 Siya(용진))로 구성된 올라운드 아트 플레잉 듀오 夜夜(야야). 특정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채 그들의 음악적 세계를 마음껏 펼쳐보이는 팀으로 2010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 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차지하였다.

 

공연 시간인 7시가 거의 다 되어 공연장에 도착하였다. 공연장에 들어설 때 '공연 보러 왔다.'가 아닌, '꿈꾸러 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을 만큼 공연장의 분위기가 컨셉과 너무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최소한의 조명과 정적인 분위기. 그 속에서 관객들은 저마다의 '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리고 '잠비나이'와 '야야'의 음악은 그들이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었고, 무대 위에는 잠비나이의 멤버들이 침묵 가운데 연주를 시작했다. 사실 잠비나이의 공연은 처음 보는 것이었고, 퓨전 국악 음악을 하는 팀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음악엔 보컬도 없었고, 가사도 없었지만 단지 연주 하나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고 최대한 연주에 깊이 빠져보려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갈대숲을 헤매고 있는 듯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파도가 심하게 휘몰아치는 절벽 위에 서 있는 듯도 했다. 멤버 세 명이 각자의 악기들을 연주하고 있는 저 무대 위는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과도 같이 느껴졌다. 분명 아름답기만 한 꿈은 아니었지만, 매혹적이고도 치명적이었다.

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온갖 이미지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나를 얇은 감정의 끈 위에 올려놓은 채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고 하는데, 실제로 도중에 참지 못 하고 울컥하기도 했을 만큼 특별한 '악몽'을 잠비나이가 선사해주었다.

 

 

정말 놀랐던 것은 멤버는 세 명 뿐인데 공연에 사용된 소리는 매우 다양했다는 점이다. 기타, 피리, 태평소, 생황, 해금, 트라이앵글, 거문고, 정주 등의 악기들을 모두 공연에서 연주하는 잠비나이. 심지어 같은 악기를 가지고도 굉장히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니, 그들의 음악적 색깔이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할 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잠비나이의 무대가 끝나고, 야야의 무대가 이어졌다. 악기가 셋팅되는 동안 야야가 직접 준비한 이벤트도 진행이 되었는데, 공연 전 기대평을 써준 관객들 중 5명을 뽑아 야야의 음반과 야야 표 핸드메이드 다이어리를 선물해주었다. (필자도 다이어리를 받았다.) 공연의 컨셉부터 섭외, 그리고 이벤트까지 하나 하나에 세심함과 정성이 잔뜩 묻어 난 공연이었다.

 

 

야야의 공연을 꽤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는데, 볼 때마다 놀라게 된다. 음악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듣기에도 리듬, 박자, 멜로디, 연출 등등 탁월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굉장한 실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할 것 같은 야야의 음악. 볼 때마다 완벽하고, 오히려 매번 업그레이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는 멤버들은 가끔씩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데, 그러한 부분이 공연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공연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선행 되었을 지 짐작할 수 있다.

잠비나이의 공연은 무채색의 필름 영화 같았다면, 야야의 공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다 들어간 판타지 영화 같았다. 잠비나이의 공연은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했다면, 야야의 공연은 수많은 소재를 던져주며 관객들을 그들의 이야기로 끌어들였다. 때로는 쓸쓸한 집시 여인처럼, 때로는 마법에 걸린 인형처럼, 때로는 외로운 소년처럼, 때로는 독을 품은 뱀처럼. 곡 하나 하나가 담고 있는 수많은 감정에 나를 맡긴 채 그들이 이끄는대로 함께 꿈을 꾸었다.

 

 

 / The Beutiful Nightmare you wish to stay in. /

공연 포스터에 적혀 있는 소개 문구다. 정말 딱 그런 공연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공연을 보고 집에 와 바로 잠이 들었는데, 악몽을 꾸었다. 아마도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그 아름다운 악몽에 좀 더 빠져있고 싶었나보다. 악몽이 이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있는 것이라면 이젠 더 이상 악몽을 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야야가 다음에는 또 어떤 팀과 어떤 색다른 공연을 기획해 줄 것인지, 그리고 잠비나이 역시 또 다른 공연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기대가 된다. 다시 만나보고 싶다.

 

 

  필자_나그네

  소개_안녕하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24살 서예슬이라고 합니다.

20대라는 나이가 담고 있는 '청춘'과 '젊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겐 버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저는 20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늘 열정이라는 가치를 놓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열정을 잃는 순간, 그 삶은 제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리죠. 저에게 그런 열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바로 ‘음악’이었고, 현재 홍대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들을 찾아다니거나, 각종 페스티벌에 일꾼으로 참여를 하는 등 열심히 이런저런 음악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밴드에서 노래도 부르고요.

저는 우리 모두가 나그네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길고도 짧은 여정을 떠나 온 나그네. 적어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라면, 내가 진정 열정을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 한 번 쯤은 고민해보시고 더 능동적인 삶을 설계해보았음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번 여행 좀 더 활기차게 즐겨보자구요. 우린 아직도 여행 초반부에 있고,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