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리는 육체다 _ 과천축제 <변신>



리는 육체다

 

과천축제  < 변신>  _   배낭속사람들

리경







아파트 상가단지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립니다. 얼굴에 분칠을 한 남자가 들 것에 무언가를 싣고 나타납니다. 그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이동합니다. 그는 누구이고, 무엇을 끌고 온 걸까요. 궁금한 듯 주위를 맴도는 당신에게 그는 명함을 내밉니다. 명함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싣고 온 ‘무엇’ 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요. 당신은 한 발 물러나거나 혹은 가까이 갑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기를 기대하면서. 형체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명함을 확인합니다. 아직 명함을 받지 못했다면 얼른 남자에게 다가가 명함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명함에는 ‘그레고리 잠자’라는 이름이 써 있습니다.

 

카프카 원작의 『변신』을 접해보셨다면 그레고리 잠자라고 불리는 이 무엇이 무엇일지는 한번쯤 상상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레고리 잠자가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보고 있던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며 징그러움과 놀람을 표현합니다. 징그럽고 이상하여 뒤로 물러나기는 다 큰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다니는 잠자가 주변사람들을 건드리려하고 사람들은 도망갑니다. 친근함을 건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잠자의 외모 때문인지 그가 다가오는 게 위협적이기만 합니다. 그를 데려온 남자는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만족해합니다. 벤치 근처를 한 바퀴 돈 벌레는 남자의 호루라기를 따라 사라집니다.

 

삼십분 가량 벌레소동이 일어나는 사이, 당신은 어떤 감각을 느낄까요.

호기심?

징그러움?

우스움?

짜릿함?

혹은 무감각?

 

바닥을 기어 돌아다니는 그레고리 잠자는 벌레입니다. 일단 보기에. 반면 그가 사람이(었다)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원작의 배경지식이 없다하더라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레고리 잠자는 어느 배우가 벌레의 탈을 쓴 거라는 걸 당신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이 공연의 현장이 주는 감각은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로 진행되는지를 통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감각은 바로 ‘그레고리 잠자’에서, 그를 보는 것에서 꿈틀거립니다. 그리고 잠자가 당신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올 때, 벌레의 손인지 발인지가 당신 다리에 닿을 때 발생합니다.

 

주거밀집지역의 작은 쉼터라는 매우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 벌레가 나타납니다. 익숙하고 안정된 공간에 낯선 기이생물체가 침투한 것입니다. 그건 ‘원래 그러함’에 ‘그러지 않기도 함’ 이 발생한 순간입니다. 그러나 생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그러니까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내 ‘원래 그러함’으로 다시 묻혀버릴 것입니다. 그레고리 잠자는 사람인지 벌레인지 알 수 없지만 활동하는 무엇입니다. 당신은 당신을 향해 활동하는 잠자를 통해, 어떤 감각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카프카가 문자로 주었던 충격을, 배낭속사람들은 몸으로 던집니다.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어느새 사람은 거리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거리에 수많은 움직이는 육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합니다. 간혹 의도치 않게 어느 육체와 부딪혔을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불쾌함 정도로 확인하지요. 거리는 건물과 아스팔트 등의 죽은 딱딱한 것들이 아니라, 살아있는 육체들입니다. 육체들이 걷고 앉고 머물고 지나가며 떠드는 공간입니다. 그레고리 잠자는 산책을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잠자를 서커스단 곰처럼 부리는 것 같은 그 남자가 있다해도, 잠자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잠자의 활동으로 잠시라도 당신은 거리에 존재하는 다른 육체를 감각할 수 있습니다.


거리에 틀어, 거리를 누비며, 계속 활동하는 거리의 창작자들, 누군가 그들에게 공간을 정해주고 놀아보라 합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줍니다. 이 가을, “그레고리 잠자(들)”은 거리에서 활동합니다. 그들로 인해 거리를 살아있는 육체로 느낍니다.


당신은 육체이며, 살아있는, 거리입니다.


(photograghed by yangchigi)




과천축제   http://www.gcfest.or.kr/index1.php

낭속사람들 http://cafe.naver.com/peopleinbackpack 


공 연 일 | 9.19(수) 9.20(목) 18:00

공연장소 | 분수마당⑩ / 별양동 쉼터⑧

소요시간 | 20분

작품소개 | 현대인이 당면한 존재론적 위기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모티브를 땄다. 커다란 갑각류의 벌레가 등장하여 기어다니기도 하고 몸을 공처럼 말기도 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대인의 절망과 부조리, 고립된 인간의 소외상 등 현대인이 당면한 존재론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새로운 문학적 상상력으로 사회적 모순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극단소개 | 배낭속사람들은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사건들을 찾아 인류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일상의 무대라는 전반적인 소재와 주제를 통해 작품으로 구성한다.

연     출 | 이승준

출 연 진 | 오브제디자인| 이소영

                        기술감독| 김희진 /  크루| 김연희/ 

                        출연진| 이승준, 김현욱 

                         의상| 김정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