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2 서울 똥꼬 비엔날레 - 참 잘했어요!!

2012. 10. 8. 12:51Review

 

참 잘했어요!!

 

- 2012 서울똥꼬비엔날레

 

 

글_성지은

 

한국의 짝수년도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렇게 비엔날레를 따라가다 보면 여느 트로트 가사에서처럼 전국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서울에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대구에는 대구 사진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그리고 대전 대신 광주 비엔날레. 이 적은 땅 덩어리에 무슨 비엔날레가 그리 많은지, 비엔날레를 꼭 봐야 (다른 사람과 대화가) 된다는 미술계 종사자들에게 가을은 비엔날레 때문에 버거운 날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야하고 또 돈을 들여야 하니 말이다.

 

비엔날레 관련 한겨레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553823.html)

 

이처럼 어느새 한국에서도 관례가 되어 버린 비엔날레는 작가와 작품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각각의 국가관이 있어, 국가관 전시작가는 전세계적인 유명세, 명예, 인정을 동시에 받게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한국의 크고 작은 비엔날레들 역시 비록 국가관은 없지만, 여기에 전시되고 나면 전세계에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인정을 받게 된다. 그래서 비엔날레는 작가뿐만 아니라 큐레이터나 평론가에게도 필참 이벤트이다. 올해의 비엔날레를 보지 못하면 어떤 작가가 소위 뜨는 작가이고 어떤 형태의 전시가 회자되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술판에서 비엔날레는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있는 법. 비엔날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도 작지 않다. 비엔날레가 급변하는 미술계를 갈무리해서 보여주는 좋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과도하게 많으면서 내실은 없는 비엔날레들로 인해 미술계의 상업화에 한몫 했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을 직접적으로 내세우는, 그러나 아는 사람만 아는 비엔날레가 2012년 9월 서울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 이름하야, “서울똥꼬비엔날레 Seoul Asshole Biennale(줄여서 SAB)”였다.

2006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니 분명 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인데(‘비엔날레’란 bi+annual 정도의 단어로 ‘2년마다’라는 뜻이다), ‘엉덩이 구멍’이라는 비엔날레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x새끼’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영어 욕설을 사용해 깜찍하게도 ‘똥꼬’라 이름붙이니 그 센스가 탁월하다. 이렇게 자기 정체성을 온 이름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서울똥꼬비엔날레의 2012년 이름은 ‘(상 주러)갑니다’. 이는 “상을 통해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을 비꼬는 동시에 상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다장르 협업 프로젝트”란다. 비엔날레의 이름을 가졌으면서 가장 비엔날레스럽지 않은 이 전시를 찾아가 보았다.

 

 

전시는 두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인사동 길 옆에 난 작은 골목에 있는 어느 허름한 건물 6층의 ‘드보크 SAB’이라는 공간. 원래 아무 이름도 없었던 공간이 스파이 단체 SAB을 위해 재탄생했다. 늦여름 더위를 헤치며 6층 계단을 힘겹게 올라갔다. 층계마다 ‘서울똥꼬비엔날레’를 알리는 화살표가 붙어 있었는데, 여기가 몇 층인가, 머리가 핑 돌 때쯤 노란 테이프가 자기를 따라오라며 나를 이끈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면 드디어 6층에 다다르는데, 막다른 벽에 이르자 오른편에는 커다란 ‘상’이 서 있고 온갖 ‘상장’들이 벽에 붙어 있다.

 

<상주러갑니다, 굳이>

 

상 밑에는 ‘굳이 상을 주겠다’며, 상을 주고 싶은 사람의 이름과 이유를 써서 상을 주는 퍼포먼스와 자신의 소원을 써서 봉투에 넣는 퍼포먼스를 하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비엔날레로서는 참으로 특이하게도, 무한히 많은 상을 자기 마음대로 아무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시가 끝난 후 봉투에 담긴 소원 미션들 중 세 가지를 골라서 미션을 수행하겠다고 하니, 비엔날레의 혜택이 일반인들에게도 돌아가는 공익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왠지 기대되는 마음에 나도 어처구니없는 소원 하나를 적어 넣었는데, 이것이 정말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텐데.

 

송지원, <무엇, maquette> 전시 전경

 

상 주는 공간 맞은편에는 옥상과 이어지는 적당한 크기의 방이 있고, 이곳에서 송지원 작가의 현재진행형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석고와 같은 고체 재료를 이용하여 조각 작업을 하던 작가는 문득 자기가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무언가를 그려보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무엇, maquette’라는 전시이다. 아무것도 아닌 ‘무’도 아니면서, 구체적이고 특정한 ‘것’도 아닌 ‘무엇’이라는 말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그게 무엇이냐는 의심과 두려움을 담고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의미에 걸맞게 송지원 작가의 작업은 가능성과 의심을 담아 매일 달라진다. 내가 찾아갔을 때에는 상자 종이에 아무렇게나 던진 물감 방울들, 붓 가는 대로 그린 선들이 어지러웠다. 더구나 낚싯줄에 연결되어 천장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뚫린 방문과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면 마구 흔들렸다. 매일 작가가 전시장에 들어와 걸고 싶은 것을 걸기 때문에, 전시된 물체와 전시 형태는 때에 따라 달라진다. 그야말로 “이것은 무엇이지? 내일은 무엇이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상 주러)갑니다> 설치 전경

 

가장 안쪽에는 창고 같은 작은 방이 있는데, 이곳에는 ‘서울똥꼬비엔날레’의 핵심인 <(상 주러)갑니다>가 상영되고 있었다. 방에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있는데, 계단을 타고 올라가 다락방에 올라가면 은박지로 도배된 공간에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다락방은 꽤나 허름해서 동시에 두 명까지만 앉을 수 있다는 안내가 되어 있다. 약 30분짜리 영상 속에서는 스파이단체인 SAB의 일원들이 모여 상을 만들고, 수상자를 힘겹게 찾아가 상을 수여하는 과정이 보여지고 있었다. 물론 실제가 아니고 100% 허구인 이 시상식은 자신이 가짜임을 대놓고 드러내며, 상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 과정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웃음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소용일까?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정당한 기준이 없다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을 들이밀어 모두에게 상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 영상은 <상주러갑니다, 굳이>와 공명하고 있었다.

 

<Plan C(변화를 위한 준비과정)> 전시 전경

 

전시의 두 번째 장소는 연희동에 위치한 ‘무개념공간 가끔은 제정신’이었다. 이곳에서는 단촐하게 하나의 작업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미술가 김범준과 무용가 황수현의 협업 프로젝트 <Plan C(변화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두 작가는 ‘클래스’라는 형식을 빌려 서로에게 무용과 미술을 전달해줌으로써 각자의 장르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배워보고자 합니다”라는 전시의 목적은 한 달의 전시 기간 동안에는 벽에 걸린 기록사진과 영상을 통해 표현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전시의 마지막 날 두 예술가의 협업 프로젝트는 퍼포먼스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었다.

미술가는 무용을 배우고, 무용가는 미술을 배운다, 그리하여 내 것이 아닌 다른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이는 요즘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소위 ‘다학제적’ ‘협업’일 것이다. 현대 미술에서는 점점 미술, 음악, 무용 등 장르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서울똥꼬비엔날레도 그러한 시류에 편승(?)하여 여러 명의 작가, 예술 간의 협업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더구나 퍼포먼스로 대미를 장식한다고 하니, 관객 참여적이며 장소특정적이기도 했다.

전시 마지막 날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전시장에서는 퍼포먼스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되고 있는 영상은 무용가의 클래스이다. 퍼포먼스는 영상 속의 무용가가 이 동작들을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치 거울을 보듯이 동작들을 똑같이 따라하다가, 나중에는 마치 물에서 반향이 일어나듯이 영상 속 동작들을 전해 받아 자신의 움직임을 변형시킨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나면 미술가가 나와 무용가가 움직이는 곳마다 동그라미를 그리며 표시를 한다. 이제 미술가와 무용가는 연결된다. 미술가가 영상 속 인물의 역할을 넘겨받아, 미술가의 동작은 무용가의 동작에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서울똥꼬비엔날레의 전시들을 살펴보았다. 언뜻 보았을 때, 각각의 전시들은 그리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중에 송지원 작가와 김범준 작가의 작업들이 비엔날레의 초청 작가 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비엔날레라면 때마다 전시 주제가 있고 그에 따라 전시 작가들이 달라지는 법이지. 다시 말해, 서울똥꼬비엔날레는 그 이름하에 매번 서로 다른 주제를 갖게 되는데 올해에는 그것이 ‘(상 주러)갑니다’이고, 그 초청작가로 두 명의 작가(와 한 명의 무용가)가 초대된 것이다.

서울똥꼬비엔날레의 비판적 성격으로 가늠해보았을 때, 송지원 작가와 김범준 작가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여타 화이트큐브 전시에서는 아무리 퍼포먼스나 영상 작업이라 해도 어느 정도 고정성이 있어서 어느 때에 찾아가도 똑같은 작품을 보게 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변하는 유동적인 작업은 공연 시간이 정해진 퍼포먼스에서나 볼 수 있다. 그것은 시각 예술이라는 ‘미술’의 매체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따라서 전시를 더 정적으로 고여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똥꼬비엔날레의 작업들은 매 순간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송지원 작가의 작업은 어느 때에 찾아가도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김범준 작가의 작업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퍼포먼스가 끝나기 전까지는 미완성으로 계속 완성중이다.

이렇게 기존의 미술에 반하는 성격의 작업들을 아우르는 것은 ‘상을 주러 간다’는 서울똥꼬비엔날레의 작업이다. 상을 주고 난 다음의 결과물이 아닌 상을 주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이들의 작업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상’에 대한 비판은 송지원, 김범준 작가의 작업들에 대한 생각이 시작하는 곳이자 끝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의 작업은 “무엇이 미술작품이냐”라는 의문에서부터 시작하여 “무엇이 상을 받을 만한 미술작품이냐”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똥꼬비엔날레의 전시를 본 사람들은 상의 공허함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렇게 물을 것이다. “상을 받으면 또 어쩔 것인가? 그 상을 가지고?” 그렇게 생각하면 다소 허무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봉투에 적어 넣었던 소원 미션이 생각난다. 앞으로 선정될 세 개의 미션 중에 나의 소원이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기왕에 참여할 것이라면, 상장에 내 이름도 쓸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 종이쪼가리일지라도 상을 받는 것은 기분이 좋은 일이니 말이다. 상 받는 상상만 해도 은근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를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해 주었던 서울똥꼬비엔날레를 칭찬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서울똥꼬비엔날레에게 상을 주어야겠다.

 

“참 잘했어요”

 

 글_성지은

 소개_삶은 춤추듯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감각주의자

 

 

 2012 서울똥꼬비엔날레 "(상 주러) 갑니다"

 

 소개_서울똥꼬비엔날레는 2006년 시작된 프로젝트 그룹(김민이, 김화섭, 박미영, 박혜린, 조현욱)으로 일상과 예술간의 간극 또는 예술계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장르(영상, 설치, 퍼포먼스, 무용)간의 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총 3회의 비엔날레와 다수의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2012년 서울똥꼬비엔날레 “(상 주러) 갑니다”는 9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드보크 SAB’(종로구 관훈동 177번지 6층)을 중심으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인 “(상 주러) 갑니다.”는 ‘상’에 대한 일종의 블랙코미디로서 상을 통해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을 비꼬며 상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다장르 협업 프로젝트이다. “( ) 갑니다”는 현대미술계의 저변을 확대시키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괄호’라는 규정되지 않은 가치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작업이다. 2011년에 시작된 시리즈인“(곧 받으러) 갑니다”, “(상 받으러) 갑니다_안티쏘뉘캠프”에 이은 연작으로 “(상 주러) 갑니다”는 최종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드보크 SAB’에서 선보일 메인 프로젝트 “(상 주러) 갑니다” 영상 작업은 서울똥꼬비엔날레가 ‘SAB(Security of Art Bust)’이라는 스파이 단체로 분하여 상을 줄 대상을 선정하고 수여하러 가는 좌충우돌 과정을 담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다. 영상은 설치작업으로 연장되어 전시 및 상영될 예정이며 연극적인 무대 세팅 속에서 선보여지게 될 것이다.

또한 ‘드보크 SAB’공간에서는 작가 송지원의 작업도 볼 수 있다. “(상 주러) 갑니다”와 맞물려 8월 한 달간의 레지던스를 통해 작가는 자아에 대한 고민을 최대 극치로 끌어올려 그 결과물을 함께 전시한다.

서울똥꼬비엔날레(SAB)는 대중과 함께 상에 대한 의미를 재고하고자 출장 프로젝트인 “상주러갑니다. 굳이.”를 진행한다. 서울 곳곳에 출몰하여 참여자가 직접 상을 줄 대상을 선정하고 수여하는 투명한 구조의 시상식장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누적된 상은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어 함께 전시 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서울똥꼬비엔날레 웹사이트(www.seoulasshole.org)와 SNS를 통해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또 다른 협업 작가로는 김범준(개념미술), 황수현(무용)이 초청되어 장르간의 융합을 유도하는 두사람을 위한 클래스 프로젝트 “Plan C(변화를 위한 준비과정)”를 진행한다. 미술과 무용의 표현언어들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서로의 장르를 가르치고 습득해가는 과정을 통해 예술계 근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협업’이라는 작업의 진정한 의미와 시작 그리고 방법을 예시로서 보여줄 것이다. 그 가운데 예술가들에게 상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본 프로젝트는 ‘무개념공간 가끔은 제정신’(서대문구 연희동 273-3번지 지하1층)에서 전시의 형태로 진행과정이 업데이트되며, 클래스의 결과는 퍼포먼스로 9월 28일 오후 7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SAB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사회/예술계 전반에 고착화된 양상이나 암묵적이며 비가시적인 위계, 권력들을 재고 또는 일침을 가함으로써 유쾌하면서도 발전적인 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용출처 >>> 2012 서울똥꼬비엔날레 홈페이지 http://seoulasshol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