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일기] 탈춤으로 철학하기2 – 우리는 짜라투스트라와 이렇게 놀기 시작하였다

2012. 11. 5. 00:04Feature

천하제일탈공작소 # 2

 

탈춤으로 철학하기2

– 우리는 짜라투스트라와 이렇게 놀기 시작하였다

 

글_김서진

 

천하제일탈공작소는 현재와 공감하는 창작연희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젊은’ 탈춤 예인집단입니다.

요즘 천하제일탈공작소는 <짜라투스트라의 하산 첫날 – 어느 줄광대를 위한 굿>이라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니체, 한스 올데의 그림]

 

주위 사람들에게 탈춤으로 철학하느라 애쓴다는 소문이 퍼지자, 입에 붙지 않는 어려운 이름 ‘짜라투스트라’에 얽힌 우스운 이야기들이 생겨나고 있다. 짜라투스트라를 더듬거리지 않고 한 번에 똑바로 발음할 수 있는 똑똑한 친구들은 내 주변에 많지 않았던 것이다. 풍선처럼 사뿐한 정신을 소유한 나의 지인들은 오히려 짜라투스트라를 아무렇게나 불러대며 새로운 작업에 관심을 보여주었다. ‘누나, 까마수트라 잘 되가?’ (연희집단 The광대의 안대천씨) ‘언니, 제목을 쉽게 짜라짜라짜라 투스투스투스로 지으면 어때?’ (무대디자이너 최고야씨) ‘진아, 짜라투스트라를 짜선생으로 바꿔 부르면 어떨까?’ (극작가 조정일씨) 마지막으로 ‘얘야, 짜장면 어쩌고는 잘 되가니?’ (우리 엄마)

까마수트라, 짜라짜라짜라 투스투스투스, 짜선생, 짜장면 어쩌고... 사람들은 짜라투스트라를 이렇게 맘대로 바꿔 불러대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창 창작의 고통에 빠져있는 천하제일탈공작소(이하 천탈)는 어떨까? 물론 천탈의 모든 구성원은 짜라투스트라를 정확한 발음으로 익숙하게 부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들은 이따금 이렇게 묻고 있다. 우리에게 짜라투스트라는 무엇이지? 우리는 짜라투스트라를 어떻게 불러야하지? 그는 지혜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과연 도통한 걸까? 그는 걸어오는 빛 같다. 그런데 그는 너무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닐까? 그는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나쁜 사람일까? 그는 무당일까? 그렇다면 신이 되고 싶은 무당인건가? 몸의 병을 고치는 무당이 아니라 정신을 깨우치는 무당일까? 미래를 점치는 무당이 아니라 미래의 인간을 제시하는 무당인건가?

 

[한 달째 태양의 춤만 만들며 헤매고 있는 천하제일탈공작소]

 

이렇게 질문만 쏟아지고 있으니 연습이 길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는 것이 당연하다. 몇 주 째 연습이 진전 없이 이랬다 저랬다 왔다 갔다만 하고 있었더니,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고은주씨가 나에게 물었다.

“연출로서 분명한 방향이 있긴 있는 건가요?”

물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요! 그렇다고 모두에게 분명하게 이해될 거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니체의 글이 워낙 어려우니까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와우! 얼마나 구차한 변명이고 비겁한 공격인가? ‘니체 글은 원래 어렵다’는 이 카드는 어떤 경우에도 변명이자 공격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공연을 잘 만들지 못한 모든 이유에 대한 변명이자,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공격. 과감하게 니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던 내가 사실은 겁쟁이처럼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다. 옷자락을 만져봤더니 니체는 참 어렵더라고 잘난 척 하면서!

 

진실을 말하자면, 짜라투스트라는 한 가지 목표가 있었소. 그는 자신의 공을 던졌소. 이제 나의 벗 그대들이 나의 목표의 상속자가 되어주기를, 나는 그대들에게 황금 공을 던지오.

나의 벗들이여,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것은 그대들이 황금 공을 던지는 것을 보는 것이오! 그래서 나는 아직 땅 위에 조금 더 머물까 하니, 양해를 구하오!

 

짜라투스트라가 던진 황금 공, 그가 던진 황금 공 앞에 무릎 꿇지 말고, 용기 내어 받아봐야겠다. 공놀이의 결과라는 것은 뻔한 것 아닌가? 공을 받거나 아니면 공을 못 받거나. 공을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하늘에 던져진 황금 공 자체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짜라투스트라와 이렇게 놀기 시작하였다.

 

 필자_김서진

 소개_목요일오후한시의 쉬고 있는 단원 천하제일탈공작소의 명함 받은 연출

       연희집단 The광대의 명함 없는 연출 山海철학의 공부하는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