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cm의 따뜻한 안부-_Fine Thank you, and You?

 

10cm의 따뜻한 안부

_Fine Thank you, and You?

인디밴드 최초 대형공연장 단독콘서트를 다녀오다

@올림픽 체초경기장

 

글_나그네

 

3월, 봄을 앞두고 햇살이 점점 따뜻해진다.

영원할 것 같던 겨울 추위도 봄에게 자리를 양보할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날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음악에 마음이 녹은 날이었다.

인디 뮤지션들의 활동이 점점 왕성해지고 있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연장에서 갖춰진 무대 장비와 함께 단독공연을 하는 팀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이라는 우리나라의 가장 규모가 큰 공연장 중 하나로 손 꼽히는 그 곳에서 인디 뮤지션이 '단독' 콘서트를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뮤지션들이 단독 콘서트를 한다고 하면 5분 10분 안에 표가 매진되는 일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객석이 약 3만 석에 달하는 공연장이라면 아쉽게도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어찌보면 '도전'과도 같은 일에 십센치가 발을 내딛었고, 성황리에 공연을 끝마쳤다. 물론 이러저러한 루트를 통해 이제는 꽤 많은 대중들이 십센치의 음악을 알고, 듣고, 사랑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참 의미있는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날이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바깥 공기는 차가웠고, 거리엔 지난밤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페스티벌을 위해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은 적은 있지만 단 한 팀 만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적은 없었기 때문인지 괜히 생소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운 공연장 안은, 오는 길에 야광봉을 하나씩 준비해 온 사람들 덕분에 빛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젬베와 통기타 하나씩 들고 노래를 하던 두 청년이 잠시 후 이 생소할 정도로 넓고 큰 공연장을 그들만의 소리로 채운다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왔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무대에 오른 십센치의 두 멤버들.

공연장이 크고 넓어졌다고 해서 우리 음악을 뻥튀기하진 않겠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이 젬베와 통기타를 하나씩 들고 나와 어쿠스틱한 감성으로 관객들의 추위를 덮어주었다.

아무래도 공연장이 넓다 보니 앞 쪽에 앉아있는 관객들을 제외하고는 멤버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큰 공연장에서는 스크린을 활용하고는 하는데, 이번 십센치 공연에서 굉장히 기발하다고 느껴졌던 요소가 바로 이 스크린 활용이었다. 양 옆에는 멤버들과 객석, 그리고 악기 연주가 곡의 느낌에 맞게 담겨져 있어 마치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 하였고, 위에는 보컬(권정열)과 기타(윤철종)에 집중하여 그들이 어떤 표정으로 노래를 하고 있고, 어떤 제스쳐로 감정을 표현하고 있으며, 어떤 손짓으로 기타를 어루만지고 있는지를 낱낱이 관객에게 전달을 해주어 공연에 한층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공연을 이루는 요소 하나 하나를 뜯어보며 감탄을 하던 중 십센치의 공연을 도와 줄 세션들이 무대 위에 올랐고, 이전과는 다르게 십센치의 곡들 중 좀 더 강하거나, 밝은 곡들을 앨범 버젼과는 사뭇 다른 편곡으로 들려주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할 뻔도 하였다. 다른 관객들은 어떻게 들었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편곡이 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다시 세션들이 싹 빠지고 두 멤버가 남아 또 다시 그들의 감성적인 측면을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분했다가 강렬했다가, 달콤했다가 신이 났다가. 말 그대로 강약 조절을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전에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편곡을 시도한 곡들을 보면 Kingstar나 Healing 등 하나같이 좀 더 강렬하거나 좀 더 밝은 편곡을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어울릴 만한 곡들이었고, 이런 큰 무대가 아니라면 평소 다른 공연에서는 그러한 편곡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만큼 그들의 음악을 연구하고, 도전하고 있는 것이므로.

 

 

렇게 십센치가 계획한 리듬에 맞춰 우리도 가만히 눈을 감고 음악이 주는 수많은 감정선과 생각들에 잠기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몸을 흔들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십센치 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에 흠뻑 젖어 들어갔다.

이번 공연이 정말 많이 준비 된 공연이라고 느껴진 가장 큰 이유는 공연의 내용이 그 어떤 공연보다 알찼다는 점이다. 그저 노래와 악기 연주로만 2시간 반을 채운 것이 아니라, 위에서 이야기한 스크린 활용이나 편곡 작업 외에도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로 관객들을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어주었다.

십센치 멤버들이 그들의 히트곡들을 활용하여 재치있게 만든 콩트를 상영하기도 하였고, 배우 '손현주' 씨가 그들이 다음 순서에 부를 노래와 어울리는 내용의 시 한 편을 낭송한 영상을 띄워주기도 하였다. 무대를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앞의 무대와 가운데 무대 그리고 객석까지 공연장 곳곳을 다양한 컨셉으로 활용을 하였고, 한곡 한곡마다 그 곡의 분위기를 최대한으로 살려줄 수 있는 조명 효과와, 객석에 하얗게 내린 눈과, 버벌진트와 하하의 깜짝 등장까지. 어느 한 요소도 그냥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버려둔 것이 없는, 정말로 완벽하게 준비가 된 공연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놀랐던 것은 바로 멤버 윤철종의 활약이다. 사실 일반 공연에서는 보컬이라는 파트가 프론트맨으로서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보컬 외의 파트는 조명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수가 있는데, '지금 이 순간'을 열창한 윤철종의 솔로 무대를 비롯하여 중간 중간에도 나래이션이나 멘트, 랩 등을 통해 관객들이 기타를 연주할 때의 그와는 또 다른 매력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멤버 각각의 개성을 모두 살려주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사실 그들도 이 공연이 많이 긴장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숱한 공연을 해 왔고, 수많은 관객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불러왔지만서도 이번 공연은 그들에게도 정말 의미가 큰 공연이었던 만큼. 그치만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그 긴 시간 동안 단독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은 이제 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프로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보컬 권정열이 중간에 한 멘트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예전에 한창 음악을 시작했을 때, 프로포즈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어떤 분이 프로포즈 이벤트를 부탁하면 식당 부엌 쪽에 숨어 있다가 짠 하고 나타나 이소라의 청혼과 같은 노래를 불러주는 일을 했었다고. 그러면 일당 5만원 쯤 받아 그걸로 또 먹고, 음악도 하고.. 그렇게 지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음악을 할 때도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뮤지션이 되어 넓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겠지 하는 꿈 하나로 하루 하루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왜 내가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어 뭉클한 마음이 드는 것인지.. 그들이 꿈을 이루는 그 순간에 내가 함께 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고, 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참 멋져보였고,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마음 속에 키워온 꿈에 닿아 그들이 그 순간 느꼈을 행복을 알게 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알차고 뜻 깊은 공연이었다. 그들 말대로 '음악하는 사람들 중 가장 생각이 없는' 이들이었기에 오히려 더 멋지게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십센치의 단독 콘서트 현장을 찾은, 혹은 그들의 소식을 들은 인디 뮤지션들도 또 다른 꿈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음악에 임하는 수많은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그 날이 머지 않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