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흐르다 - 알고 있다 그리고, 모를 일이다 <유희경: 띄우다 - 떠올라 그리고, 멈추다>

2013. 7. 22. 14:21Review



 



흐르다 - 알고 있다 그리고, 모를 일이다 / 

유희경: 띄우다 - 떠올라 그리고, 멈추다

 

글_ 김경현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린 유희경 시인의 <유희경: 띄우다 - 떠올라 그리고, 멈추다>`공간의 시집` 연작의 두 번째 전시다. 작가의 말을 빌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전시는 시인이 띄운 `몇 편의 시이며, 보내지는 것이고, 떠올리는 것이며, 흐르는 것인 동시에, 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 순서가 어떻게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친절함도 덧붙인 작가의 설명은 관람 후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오해나 오독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물 아래로 흘러갔다

그때 나는 얼굴이 없었다

얼굴이 없어 눈물도 없었다

표정은 우리의 오해일지도 모른다

내가 점점 멀어져갔을지도 모른다

유희경 , 情深(정심) 에서

 

현상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시인들에게 "때론 없다,가 희망이 되기도"한다는 시적 언어를 적확하게 풀어 설명해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시를 속단 할 수 없고 삶을 속단할 수 없다. 자신의 시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해도 그것은 속단이 아닌 고민의 범주에 속할 뿐 시인은 고민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현상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작가의 말에 종종 등장하는 `~라고 생각합니다.` 에서 시인이라는 존재는 결국 생각에 멈추어 서서 `동시의 사태`라는 현상을 옹호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걸까 되묻는다. 하지만,

 

비극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결론의 집에서 산다

유희경 , 한편 에서

 



 

작가는 전시뿐만 아니라 `작가의 말`에서도 시를 쓰는 행위에서부터 시를 보는 과정을 고민한다. 시를 `씀과 봄`을 모두 통틀어 ``를 고민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시를 쓴다.`는 행위가 결국 `시를 고민하는 행위`라는 작가의 말을 볼 때 작가는 단순히 시를 물에 띄우고 시어들을 가라앉히는 작업만이 아니라 전시를 통해 시를 고민하고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것은 나의 오랜 철학이다 그것에 대해 나는 오래오래

이야기해왔고, 또 오래오래 이야기할 것이지만, 우산에 이름을

붙이는 미친 남자에 대해서라면

나는 그것을 고백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예뻐하지 않는다

그것이 없더라도 나는 그것을 그리고 그것과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행위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쓰디쓴 추억일지라도.

유희경 , 우산의 과정 에서

 

`시를 쓴다,`는 행위와 `시를 본다,`는 행위가 완벽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기대의 산물이라면 오히려 시는 띄울 수도 떠오를 수도 멈출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는 씀과 봄마저도 동시에 일어나 시를 쓰는 시인에게도 `동시의 사태`는 벌어지고 시인은 다시 멈추어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이따금 멈추어 서서 삶을 돌이켜보면서도 삶이 계속되는 현상에 대해서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날아간다 알고 있다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또 없을 것이다

유희경 , 기억의 걸음 에서

 



 

시를 고민하는 행위가 시를 쓰는 것이라면 전시를 보고난 후 전시를 고민하는 관람객들 또한 시를 쓰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유희경 시인은 관람객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고민의 행위와 그 현상을 옹호할 뿐 정의내리지 않고 `생각하지`않을까.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우리는 띄워진 채 살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오래남거나, 아예 사라지는 중`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며 것 자체가 `우산에 이름을 붙이는 미친 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애초에 질문은 쓸모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신이 젖었는지 웃었는지

그럼 질문은 쓸모가 없다

당신은 생겨나는 물건이다

간혹, 눈을 뜬 채 흘러간다

유희경 , 질문들 에서 







* 그림 출처

1. 대림미술관

2, 3, 4. 김경현

5.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트위터)


글_ 김경현

소개_ 만남의 낱장과 순간의 문장을 모아, 너와 나라는 단어 그 자체를 모아, 삶은 시간에 풀을 먹여 책을 책을 만든다. 사람을 위하여.


구슬모아당구장






디자인, 시각미술, 건축, 음악, 문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가 10팀 ‘10 Young Creators’ 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세계를 선보입니다.

항상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분야의 컨텐츠를 관객들에게 소개해 왔던 대림미술관은,
그 노력의 연장선상으로서, 새로운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을 기획하였습니다. 작가들간의 상호교류의 장을 마련하게 될 이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그간 대림미술관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다양한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작가 선정은 공모와 선정위원단 5인(박성태, 은병수, 이영준, 조민석, 홍성민)의 추천, 두 가지 방법을 함께 병행해 진행 되었습니다.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은 디자인, 시각미술, 건축, 음악, 문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정된 젊은 작가 10팀 ‘10 Young Creators’와 함께 2013년 총 11회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입니다. 대림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통해 미술관이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전시 켄텐츠의 영역을 확장하고 다각화해 나갈 뿐만 아니라, 매거진, 시, 음악도 다른 방식의 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제안합니다. 또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다양한 참여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 
매월 다른 분야의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전시 공간
기존 대림미술관의 공간상, 시간상의 제약을 넘어 그 동안 다룰 수 없었던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인 창작 세계를 소개하고자 하는 구슬모아 당구장은, 미술관의 문턱을 더욱 더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과의 협업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그들과 함께 스펙트럼을 넓혀 가며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구슬모아 당구장은 작가들간의 커뮤니티가 새로운 장르의 문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새로운 전시나 프로그램이 되어 5년, 10년 이어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음엔 뭘 할까? 내년엔 뭘 할까?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궁금해하고 기대하고 기다리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대림미술관의 성장과 다양한 작가들의 에너지, 동네의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새롭게 변화해 가며 관객들과의 교감을 확대해 나갈 대림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