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3회 화천예술텃밭축제를 가다

2013. 7. 24. 11:24Review

 

 

2013 텃밭예술축제 리뷰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글_도히

 

 공연장에서 뛰다의 공연을 본 적은 있었지만. 또 주황이네(예술가 엄마의 육아일기 참고)와 더불어 화천으로 온다는 소식에 꽤 반가워도 했지만. 실제로 나는, 3년차인 텃밭예술축제를 비롯하여 뛰다의 공간엔 처음 가는 것이었고, 게다가 뛰다와 텃밭예술축제에 대해서 사실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기억하는거라곤 첫 텃밭예술축제때 그 지역의 부녀회에서 예술가들에게 손수 김밥을 말아주었다는 글과 축제의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정도. 짤막한 기억의 이유는 아마도 당시 내 포지션이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한창 지지고 볶을 때였으므로 보통이상의 감동과 부러움에서 빚어진 것일진데, 그것은 뛰다가 화천에서의 삶을 결정한 이상 예견된 그리고 없어서는 안 될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예술 행위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변했다고 감동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방향성이 흔들릴 순 없을 터. 동네에 공연장을 만들었으니 주민들과의 커뮤니티를 위해 좀 대중적인 것을 해보자라던가, 공연장은 공연이 있어야 쓸모를 찾는 것이니 무어라도 해야한다라는 의견이 나오면 단체는 고민이 들기 마련이다. 결국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텃밭예술축제는 주민과의 좋은 관계는 있되 결국 무엇을 위한 뛰다인가에 대한 끈은 놓치않았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행사다. 축제의 먹을거리를 담당한 부녀회와 이장님이 전달하신 하얀 봉투를 보면서, 잠시나마 화천과 뛰다의 '관계' 가 중요도 90을 차지하는 듯 했었다. 허나 뛰다에서 작성한 보도자료에서 볼 수 있듯 시골마을 예술축제는 예술가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를 지향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만 더 보태자면, ‘과정중심의 전환’이라는 축제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번 자리를 통해 뛰다와 주민들은 그들이 지난날 다져온 '과정' 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므로 십여일이 만들어낸 자연과 예술의 관계와 더불어 삼년여가 지어낸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점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축제는 하나의 목표를 밟아가는 과정이 더욱 소중함이며, 과정에서 파생된 다양한 행위와 관계들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텃밭예술축제가 가진 목표는 무엇일까. 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예술가를 위한 전문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뛰다가 말하는 텃밭예술축제이다. 시골마을 예술텃밭에는 공연장, 작업장을 비롯한 실내 건물이 있고 레지던시 및 워크숍 등이 가능한 규모이지만, 뛰다는 축제 참여 예술가들의 숙소를 굳이 야외에 설치하였다. 길을 밝히는 작은 등이 나무를 따라 매달려 있고, 직접 가꾸는 텃밭 옆에는 1인용 텐트를 비롯해 빨래줄이며 수도시설까지 갖춰놓았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만 아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참여 예술가 대부분이 야외에서 묵으며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 욕구를 불태운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공간 구성, 1차원적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특별한 축제를 만들고 스스로 깨끗한 자연의 상태가 되기 위해 그들이 이 곳에서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고심했을지는 마지막 날의 공연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길 위에서-

 

운동장을 비롯해 밖으로 나가 논밭 사이를 지나고 작은 산을 넘어 다시 예술텃밭으로 들어오기까지 곳곳에는 작품이 설치되어있었고, 그것을 배경으로 혹은 도구로 혹은 배우로 삼아 예술가들은 갖가지 움직임을 펼쳤다. 한시간가량 진행된 이동형 공연은 네 장소에서의 각 작품으로 구성되었으나,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소란스러운 흥겨움부터 경건함까지 하나의 감정으로 이어져있었다. 얼핏 우습거나 유치해보일 수 있는 표정이나 몸짓부터 제의에 버금가는 행위와 그에 따르는 슬픔, 고요의 감정들은 그들이 워크숍을 거치며 자연 속에서 스스로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도심의 사람이 자연을 만나고 축제에 임할 때의 태도 그 일탈의 과정이 이들은 예술가이기에 어쩌면 더 큰 고독과 예술에 대한 고민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모든 것을 비판할 근거를 가진 동시에 무엇에도 초연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닌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소리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풀어 전달할 의무를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축제, 그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들을 위한 축제인 것이다. 따라서 텃밭예술축제의 주인은 누구도 아닌 예술가 자신이었다.

하나 아쉬움이라면 과정중심, 예술가가 주인인 이 축제의 마무리에 관한 점이다. 텃밭예술축제는 대개의 워크숍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그렇듯 축제의 마지막 날에 힘을 실으며 결과를 보여주려했다. 과정을 반영하여 즉흥을 기반으로 꾸며졌다고 오픈워크숍을 소개했으나,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말 그대로 즉흥은 있었으나 그것을 통해 과정을 짐작하긴 어려웠다. 워크숍의 화두를 과정중심으로 잡았다면, 그에 맞는 발표도 만들어져야 한다. 날짜를 정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의 완성이 아닐지라도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있는 이상 오픈워크숍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완성도를 기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열흘간 무슨 일이 벌어졌고,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등등. 그러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오픈워크숍은 그저 오픈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오히려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들이 역할에 몰입하여 극장 주변을 배회하던 그 몸짓과 표정이 더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오픈워크숍-

 

여기서 우리는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수 있을 것이다. 무대가 아니었더라면 관객 역시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을텐데, 라던가 즉흥 또는 날것 그대로의 몸짓과 감정을 받아들이기에 형식이 적절했는가, 등의 물음을 남긴 시간과 무대… 과정 중심이라고 해서 결과에서 자유로워 지는 것은 아니며, 결과에 집중한다고 해서 과정을 허투로 둘수 없는 것이다.

이전에 다장르 예술가들의 워크숍을 함께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관람을 통해 그 경험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과정을 통해 서로의 장르를 이해하고 배워보자는 작고 성실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것이었는데, 일정을 보내면서 결국 정해진 날짜에 보여야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더라. 과정을 밟은 당사자들이야 완성을 떠나서 결과에 도달했으니 성취감을 비롯해 반성과 배움 등 어느 정도 만족을 갖겠지만, 그 결과만 보게 된 관객은 마치 어설픈 작품을 본 듯 잔뜩 질문만 남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어떤 워크숍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면 반응은 더 안 좋은 쪽으로 기울어질테고.

물론 워크숍이라는 단어가 가진 사전적 의미도 있으니, 결과에 대한 완성도를 먼저 생각해선 실망이 따를꺼란 관객으로서의 배려는 스스로 차리고 갔다. 그리고 ‘자연과 예술’의 의미에서 바라볼 수 있는 구성의 작품들도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그러나 과정중심이라는 전환이 이번 축제의 화두라기에 관심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쏠렸고, 그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따라서 오픈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적 무대 위에 참여자들을 올린 형식은 이에 합당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축제의 주인이 자연과 예술이라면 그 심지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방법으로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축제를 본 후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계속될 때 TV 음식프로그램에서 하는 말에 사뭇 동의가 되었다. 과정에서는 많은 공을 들였고 좋은 음식에 대한 기대도 생겼는데 플레이팅 때문에 그 맛이 덜해지는 듯 하다는 것이다. 예술은 수학 공식이 아니니 어디로 튈지 모르며 그 끝이 어떻게 되어질지는 눈으로 확인하기 전엔 알 수 없다. 그러나 텃밭예술축제는 완성된 끝을 보는 축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과정에서 있었던 고민과 그를 통해 예술가들이 느꼈을 감정과 가장 밑바닥의 몸짓이 가졌을 아름다움들을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는 결과는 어떤 '축제적 형식' 이 적합할 지, 과정중심의 결과물들이 축제의 시공간에서 어떻게 서로 '배치' 되어야 할지 - 그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현장의 분위기와 남겨진 사진들, 어쨌든 오픈워크숍에서 임하는 배우들의 태도 등이 그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관람을 했던 마을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니까.

화천으로 들어가면서 수많은 고민들과 새로운 책임들이 뛰다를 뒤따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예술로 순환하는 삶이라는 목표가 절실한 이상 뛰다가 시도하는 앞날은 더 이상 결과만을 뒤쫓는 외로움은 아닐 것이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 시도, 그것이 반영된 이번 텃밭예술축제가 또 하나의 과정으로 남아 새로운 예술가를 위한 동력이 되어지길. 어렵겠지만 그 자연스러운 순환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 화천텃밭예술축제, 뛰다

필자 _ 도히

소개 _ 극단 Art-3 Theatre, 서울프린지네트워크, 감자꽃스튜디오, 춘천마임축제를 거치며 문화예술기획자로 일해왔으며, 현재 낭만시장 사업을 통해 만난 강감독과 함께 춘천에서 살며 동동엄마가 되기 위해 고민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