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내 이웃을 관찰하라-동종 웹진 탐방기

2013. 12. 5. 01:53Review

 

내 이웃을 관찰하라!

-동종 웹진 탐방기

 

글_씨티약국

 

올해 예술계의 최대 이슈는 협동조합과 예술인 연대이지 않을까 싶다. 예술인협동조합의 움직임이나 예술인 유니온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었다. 정권이 바뀜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더욱 팍팍해지고, 예술인 복지의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이는 현 시점에서 연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흐름이 있는 이상,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예술판은 건재할 것이다. 다만 예술계 안에서의 생존에 가까운 삶일런지, 조금은 여유가 있는 삶일런지가 관건이리라. 2013년도 마지막 달을 맞아,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과 닮아있는 세 개의 매체를 탐방해보았다. 예술을 둘러싼 생존이 아닌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뉴스레터 형태로 제공되는 문화연대 '문화빵' (그림=웹페이지 캡쳐)

 

잡지 사업이 눈에 띈 하향세를 보인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이후 인터넷이 보급화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 웹진이 탄생과 소멸을 거듭했다. 콘텐트는 수용하는 층에 따라 다양화되었는데, 직간접적인 수익창출로만 기능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올해 초에 있었던 텐아시아의 집단사직 사건의 경우는 주목할만하다. 지속적인 콘텐트 생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빠른 정보전달과 인원모집을 요하는 재단이나 단체의 경우는 뉴스레터라는 비교적 저비용 고효율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살펴보는 매체는 "서울연극센터연극 인(人)in" 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뉴스테러 들음“ 그리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만들고 있는 ”위클리예술경영“ 이다. 어떤 내용이 예술가들과 관객에게 필요한 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세 가지의 매체의 특성을 살펴본다. 

 

오로지 연극을 위한, 서울연극센터 웹진 연극 in : http://webzine.e-stc.or.kr/

-예상 주요독자: 연극을 막 보기 시작한 관객과 연극 마니아 층, 현재 활동 중인 연극인

-좋아요! : 연극을 보는 가이드라인으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전문가 리뷰, 프리뷰 그리고 전문가 꽃점과 20자 연극평을 통해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객석다이어리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관객들의 후기와 참여를 이끌어낸다. 또한 김은성의 연극데이트라는 인터뷰 카테고리를 통해서 현재 연극계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주고 나아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기획연재에는 창작자나 기획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특집기사들이 있다. 극장에 대한 정보를 주는 ‘극장전’과 대학로의 기원부터 출발해 현재 연극계의 역사를 쭉 정리한 ‘대학로연대기’ 경우,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한 기획자들이나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이다.

-글쎄요... : 연극이라는 명료한 주제로 큰 흐름 안에서 봤을 때 칼럼-고재열의 리플레이는 아쉬운 감이 있다. 시사비판적인 칼럼은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 많다. 연극in의 칼럼이라면 연극계 내부의 이야기에 집중한 다양한 필자발굴을 해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유명한 필자가 아니더라도 연극계 내부를 날카롭게 짚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필요해 보인다.

 

고군분투하는 예술현장을 담고 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인터뷰 레터 ‘들음’ : http://kawfzine.net

-예상 주요독자: 1년차 이상의 기획자,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전업예술가

-좋아요! : 예술인들의 복지증진을 목표로 2012년 11월에 출범한 재단의 목적에 충실한 내용을 생산하고 있는 웹진이다. 현장의 이야기가 가감 없이 보여지고 있는데 특히 ‘아키의 아티스트 웨이’ 와 ‘무대 뒷편, 혜리의 소곤소곤’ 은 언뜻 다소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개인의 경험에 빗대 현장의 문제점들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인터뷰에서도 장르에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대안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주목할만한 장점이다. 아이돌 연습생에서 여행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맹지나부터 예술교육에 대한에 고민으로 소프트유니브 라는 대학을 꾸리고 있는 류재훈 대표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로예술가 특집 기획과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사업에 대한 소개도 창작자들과 기획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글쎄요... : 예술계의 보수문제부터 예술교육시스템의 문제까지 넓은 영역의 문제점들을 굵직하게 담아내고 있지만, 깊이 있는 접근이 부족해 보인다. 안개 속을 헤매는 예술청년 특집기획은 인터뷰라고 하기에는 얕은 이야기들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 초기에 기획의도들을 살려 좌담형식의 기획기사들을 살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계의 보수문제, 구직의 문제에 대한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구체적인 대안은 힘들지라도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현실에 대한 진단은 가능할 것이다.

 

예술계라는 큰 숲을 보여주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위클리 예술경영 : http://webzine.gokams.or.kr

-예상 주요독자: 각 문화/기업의 대표, 3-4년차 이상의 팀장급 실무자

-좋아요! : 예술계에서 이름 대면 알 수 있는 소위 ‘짬’ 이 되는 웬만한 전문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웹진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예술계 이슈에 대한 깊이있는 내용 뿐아니라 해외동향, 축제, 지역예술 등 폭넓은 시의적인 주제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 카페고리를 통해서는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사회일반의 기사, 통계자료를 비롯해 정책제도에 대한 가이드까지 제공하고 있다.

-글쎄요... : 다른 예술웹진에 비해 밀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거나 이제 막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기획자나 예술가들을 위해서 특화된 단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지식과 자료들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 라는 점으로 환원된다. 현재 많은 예술단체의 실무자들은 업무에 있어 역량강화가 중요한 측면임에도 불구하고 업무과다로 인해 좋은 자료들을 활용할만한 여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음원시장의 82%가 아이돌 음악산업이 점유하고 있는 환경에서도 천재적이고 가난한 뮤지션들이 등장한다. 무대예술 판에 박봉과 고된 업무강도에도 현장을 지키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극장은 돌아가고, 단기스태프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축제사이트마다 꼼꼼하게 챙기기에 축제현장은 숨을 쉰다. 현장을 지키고,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는 사람들을 챙기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에 못지 않게 현장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뒷모습을 주목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이돌의 인기몰이용 음악에 밀려 제대로 빛도 못보고 오디션 프로에 기대야 하는 인디뮤지션들, 그리고 고된 업무강도와 박봉에 쫓겨 무대와 축제현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 개의 매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판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응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년에도 이 응원을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시각예술, 다원예술 플랫폼 “포도포도넷” http://www.podopodo.net (그림=웹페이지 캡쳐)

 

▲ 지역, 예술, 운동 매거진 “얼룩진” http://alllookzine.net/ (그림=웹페이지 캡쳐)

 

▶ 대중음악웹진 “웨이브” http://www.weiv.co.kr/

▶ 최근 오픈한 사운드 문화예술 웹진 “사운드@미디어” http://som.saii.or.kr/

 

ps. 이 글을 준비하면서 지난 2년동안 서울프린지네트워크라는 문화예술단체에서 겪었던 일들과 만났던 여러 단체의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을 떠올렸다. 올 한해도 불 꺼진 사무실에서 야근하며 실무에 시달렸던 기획자들과 공간을 찾아 떠돌고, 지원제도에 울고 웃었던 창작자 분들에게 수고하셨노라고, 예술판에서 살아남은 것에 대한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돌아오는 한해도 부디 굳건하게 살아남아서 각자가 믿는 예술을 지켜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필자_씨티약국

 소개_서울에서의 생활을 잠시 멈추고, 결혼과 미국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생활형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