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젊은예술생태보고서 「환승+극장」책리뷰

2014. 4. 1. 10:10Review

 

알 수 없는 종착역을 향한 젊은 예술단체들의 표류기

젊은예술생태보고서 「환승+극장」

 

글_밎

 

 

1960년대를 전후로 포스트모더니즘적 담론 아래 공연예술계에는 전통적인 연극적 관습을 거부하는 ‘포스트드라마틱 씨어터(postdrmatic theatre)’의 흐름이 시작되었다. 국내 공연예술계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무어라 규정지을 수 없는 색다른 시도들이 20~30대 젊은 예술가들을 축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났고, 그 움직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오늘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섯 명의 연구자들은 이를 감지하고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젊은예술생태보고서 「환승+극장」’이 탄생했다. 「환승+극장」은 국내 공연예술계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모아 변화의 맥락을 읽어내고 지지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기가 곧 생존기이며, 그것에 대한 기록이 바로 미학적 탐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총서의 제목은 ‘젊은예술생태보고서’로 정해졌다. (…) 이 책의 제목은 ‘환승+극장’이다. 이 제목에는 여섯 예술가들의 공연을 함께한 관객들이 그들의 극장을 계기 삼아 이전과는 다른 노선으로 삶을 갈아탄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책 역시 변화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보고서 글머리에 쓰여 있듯, 「환승+극장」은 젊은 여섯 예술가의 활동 기록을 담고 있다. ‘극단 걸판’ 오세혁, ‘양손프로젝트’ 양종욱과 손상규, ‘크리에이티브 바키’ 이경성,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적극, ‘코끼리들이 웃는다’ 이진엽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지량이 그 주인공이다. 이때의 ‘젊음’은 생물학적 의미보다는 미학적 차원에서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게 좋을 듯싶다. 또한, 필자는 앞으로 젊은 ‘예술가’가 아닌 젊은 ‘예술단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보고서를 통해 이들이 창작에 있어 특정한 개인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섯 단체는 앞서 말했듯 전통적인 연극의 틀에서 벗어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연극의 3요소가 ‘무대(극장), 배우, 관객’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희곡’을 더하면 연극의 4요소가 된다. 간단히 말해, (필자의 제멋대로 해석에 따르면) 기존의 연극적 관습이란 이 4가지 요소들이 제각기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섯 단체의 작업은 4가지 요소들이 주어진 본래의 임무를 거부한다. 각 요소 간 경계는 무너져 비빔밥처럼 한데 버무려진다. 심지어는 형체를 감추고 사라져 ‘연극의 4요소’라는 단어를 무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위에 나열된 단체 순으로 더욱 심화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순서의 관계성을 “연극에서 미디어아트로, 실재하는 극장에서 가상의 극장으로의 변화”로 설명한다.

「환승+극장」에는 위에 나열된 단체 순으로 한 명의 연구자가 한 단체의 작업을 연구한 글과 인터뷰가 게재되어 있다. 수록된 글의 형식과 인터뷰 질문은 각양각색으로, 연구자들의 개성과 관심사를 존중한 듯하다. 글은 단체의 지난 작업 형태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미학적 담론을 생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극이론서에 자주 등장했던 어려운 미학용어의 사용은 절제되었다. 창작 과정을 중심으로 비교적 쉽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단체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필자는 무엇보다 이점이 반가웠다. 이들의 작업을 결과물로만 놓고 설명한다면 그 이해가 어려울뿐더러, 창작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중시하는 이들의 작업방향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작업을 다루고 있는 글은 독해의 흐름상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단체들과의 인터뷰는 간혹 비슷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단체의 결성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에 따라 창작과정, 공연에 관한 해석, 단체의 성격 등 다양한 주제를 질문한다. 대체로 인터뷰는 현재 그들이 생각하는 예술(연극)의 역할이란 무엇이며, 그 안에서 자신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가를 전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팀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관객에 대한 새로운 위치 설정으로 기존 관습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관객을 극장으로 찾아오는 존재,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는 보고서에 나열된 단체 순으로 점차 심화된다. ‘극단 걸판’이 관객을 만나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시도는 ‘차지량’의 작업에서 관객이 공연을 위한 조사과정에 SNS로 참여, 창작의 일부를 공유하게 되는 지점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 사이에서 나머지 단체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능동적인 참여를 이끈다.

이는 자연스레 극장으로부터의 일탈로 연결된다. 이때의 극장은 물리적인 장소뿐만이 아닌 희곡을 기반으로 한 무대에서의 상연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섯 단체는 관객을 찾아 극장을 떠나며, 일상 공간으로 침투한다. 희곡에 기대지 않고 다양한 텍스트를 찾아 나선다. 무대 위에서 배우는 실재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며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와 같은 시도들은 결국 우리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특정인이 중심이 되는 작업방식을 고수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정해 놓은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닌 함께 노를 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균열의 파도에 몸을 맡긴다. 이들에게 예술은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상이다.

 

 

책에서 살핀 젊은예술가들은 ‘중심’이 아닌 ‘변방’ 에서 안정을 경계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현실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통로를 탐색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예술로 먹고사는 치열한 생존의 문제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전히 현실 속에서 수많은 젊은 예술가(단체)가 ‘젊은예술생태계’를 지속시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환승+극장」은 이들을 향한 관심이며 애정이다. 또한 관심과 애정을 요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환승+극장」은 어딘가에서 수많은 역을 거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가고, 또 다시 새로운 환승역을 구획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노선도이다. 중요한 건 그 누구도 목적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환승역들이 ‘젊은예술생태계’에 생성되기를 희망하며, 보고서 서두에서 건네는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모두 “갈아탈 준비가 되었는가?”

 

 필자_밎

 소개_ 글쓰는 직업을 그만둔 후,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젊은예술생태보고서1 『환승 + 극장』은 변화하는 국내 공연예술 흐름의 한 가운데 있는 여섯 예술가들의 활동을 다룬다. 30대 연구자들이 30대 창작자들의 현재를 기록한 책으로, 극단 걸판, 양손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바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코끼리들이 웃는다, 차지량의 작품 미학 연구와 인터뷰를 함께 게재했다. 해당 예술가나 작품에 대한 단순한 비평을 넘어, 현재 한국의 젊은 공연예술가들이 위치하고 있는 좌표와 지형을 조감하려 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의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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