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프라인 건전 성교육 <찌라시>

2014. 8. 11. 03:56Review

 

오프라인 건전 성교육 <찌라시>

 

_전강희

 

627일부터 73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 1층에서 김예슬의 전시 <찌라시>가 있었다. 작가는 찌라시작업을 2013년 춘천마임축제에서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찌라시는 성을 사고, 파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녀는 키스방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단지, 명함, 배너 등 다양한 크기의 키스방광고물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모든 찌라시 속에 등장하는 여인은 단 한 명이다. 김예슬 작가 본인이다. 그녀는 키스방에 가보면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여성이 광고처럼 육감적이고 아리따운 여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의 얼굴과 몸(?)을 이용해 전하고 있다. 얼마나 재기 넘치는 선택인가?

 

전시장 풍경

지하 전시장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찌라시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다. 처음에는 작은 명함판만 보이더니, 아래층으로 향할수록 큰 것들이 눈에 띠기 시작한다. 전시장에 다다르면 배너 광고 크기의 인쇄물들이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육감적인 가슴위에 얼굴만 작가인 사진과, 잘록한 허리 위에 상반신만 작가인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쁜 여대생과 설레는 키스데이트”, “키스방 이용안내”, “섹파 찾기등이 쓰인 사진을 보고 나면 성교육 섹션이 나온다. “사이버세계와 성에 있는 텍스트를 읽고, 학창시절 성교육 시간에 보았던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모습, 남성과 여성 성기 그림 도록을 보고나서,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것은 혼전관계와 결혼”, “순결한 사람 되기”, “순결팬티와 캔디이다.

전시에는 세 개의 이야기 층이 존재한다. ‘키스방 안내’, ‘성교육’, ‘순결이다. 세 가지 이야기들은 이라는 주제 하에 서로 잘 묶여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서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굳어진 성을 비판하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녀가 작품에 차용하고 있는 미디어를 거쳐 비춰지는 개념이, 실제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마주하는 이미지들에 비해서 낡은 감이 있다. ‘키스방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는 동시대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시가 있기 얼마 전, 홍대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위의 소재들이 서교예술센터를 이용하는 관객들의 관심사에 어느 정도 부합할지 의문이 생긴다. 도발적인 출발이, 그 기대감을 마지막 순간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전시를 보고나서 필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보았을지 의문이 생겼다. 오늘날 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를 다루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자문해 보았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현대인의 성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미디어라는 작가의 생각을 실제 현대인과 부딪히면서, 작가만의 성교육을 해보았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하는 주제넘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사실, 찌라시라는 단어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소문, 뒷얘기 같은 말이다. 사건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전하는 유선적인 느낌을 품고 있는 단어다. 소문이 바람을 타고 들고 나는 가벼운 느낌을 발산하기에는 어두운 지하 공간은 어느 정도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 공간이 전시장이 아니었다면, 소액닷컴에 지원서를 낼 때 계획했던 대로 거리에서 직접 찌라시를 뿌렸다면, 작품의 결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 사이의 빈틈을 거리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반응들로, 다른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주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찌라시가 다른 사람의 것까지 보태어져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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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서교예술센터

 

작은예술지원 사업 소액다컴 <찌라시>

6월 27일 (금) ~ 7월 3일 (목)

서울예술실험센터 지하다목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