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리반과 그 파장에 관한 기록, 다큐멘터리 <파티51>

2014. 12. 6. 09:02Review

 

"그들이 거기에 있었다"

두리반과 그 파장에 관한 기록,  다큐멘터리 <파티51>

 

글_김솔지

 

“두리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가? 무심코 지나쳤지만, 자꾸만 언급되던 ‘두리반’에 대해 궁금했던 적 있는가? 또는 ‘51+ 페스티벌’에 대해서 들은 적 있는가? 하지만 이미 그 ‘두리반’은 이제 없다. ‘51+ 페스티벌’도 지나갔다. 두리반의 칼국수, 보쌈, 동동주는 여전하지만, 동교동 삼거리 그곳에 있던 두리반은 사라졌다. 두리반에서 있던 자립음악회, 여러 모임들 역시 이제 갈 수 없다. 그 곳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있지만, 이제 그 두리반에 사람은 없다.

이 ‘지나간 일’을 하나의 얼개 안에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정용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티 51>이다. 이 영화는 두리반 철거농성장에서 있었던 인디뮤지션들과 사장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주변’과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모두 얽은 기록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사라진 두리반이 이 영화 안에 있다. 마치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하는 사진의 속성처럼 우리는 두리반이 ‘거기에 있었다(l’avoir-été-là)’라고, 이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로인해 우리는 두리반에서의 531일을 기억할 수 있고, 또는 처음으로 접할 수도 있다. ‘사건’ 으로서의 두리반이 이 영화 안에 사진과도 같이 담겨있는 것이다.

 

 

2009년 12월 24일, 동교동 삼거리 1층에 자리한 칼국수·보쌈 전문점 두리반을 운영하던 안종녀는 건물주가 부린 용역깡패들에 의해서 쫓겨났다. 그 날을 기점으로 ‘식당 두리반’은 ‘철거농성장 두리반’으로 바뀌었다. 사장과 그의 남편에서 시작한 철거 농성은 홍대앞에서 마땅히 공연장 공연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던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과 함께 지속된다. 농성인지 공연인지, 아니면 그냥 노는 것인지 모를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2011년 6월 8일, 3년 넘게 운영하던 식당에서 쫓겨났던 사장은 마침내 마포구청에서 합의문 조인식을 갖고, 장소를 이전하여 두리반을 다시 시작한다. 이 과정은 동네 주민인 정용택이 발걸음을 한 후부터 영화로 담기게 되었다. 즉 정용택 감독이 농성 초기에 사장의 남편이자 소설가인 유채림이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본 일을 기점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파티 51>은 중심 사건인 두리반 농성을 가운데에 두고, 거기서부터 더 큰 동심원을 그려나가면서 관람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이끌리도록 한다. 두리반 농성에 참여한 인디뮤지션 ‘한받’이 두리반 밖에서의 시간인 자신의 삶은 어떻게 보내는지를 보여주는 ‘한받의 하루’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영화가 두리반이 새로 가게를 연 모습을 보여준 후, 즉 두리반 농성이 마무리 된 후에도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두리반에 참여했던 활동가나 뮤지션들이 명동 3구역 재개발 저지농성으로 옮겨간 일을 보여주는 부분을 들 수 있다. 이후에도 영화는 야마가타 트윅스터(한받), 밤섬해적단, 404 등의 뮤지션들의 활동을 보여준 후에 끝난다.

 

 

사건이 종결된 후에도 계속되는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이는 두리반을 확장하면서 그 영향을 생각해보고 이후에 일어난 변화들을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따라가 보는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처럼 ‘계속되는 영화’의 방식은 두리반 농성과 그로부터 만들어진 여러 모임, 단체,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필연적인 관계에 의해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우연성의 다발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 같다. 즉 두리반이라는 사건, 사태의 독특한 성격을 부언해주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두리반을 두리반으로서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두리반과 달랐던 명동 마리를 보여줌으로써 두리반이 왜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독특한 사건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처럼 영화가 취한 구조, 심지어 <파티51>이라는 다큐 자체는 두리반에 있었던 사람에게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두리반’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두리반을 기사, 에세이 등과 같은 ‘글’의 형식으로 살폈을 때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준다. 그리고 이것은 두리반 농성과 그 사이에 발생한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같은 일들을 들여다보는 일에 상당한 차이를 낳는다.

 

 

자잘하게 공연 영상을 담은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완성도 있게 짜인 영화로 이 사건이 기록되었고, 마침내 우리는 이 영화를 마음 놓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51+>라는 이름으로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나 2014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등에서 몇 차례 상영되기만 해오다가 올 해 12월 11일, <파티 51>이라는 명칭으로 정식 개봉한다. 볼 기회가 많지 않던 <파티 51> 개봉을 앞두고, 최근에는 우연찮게 두리반 농성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는 일들도 있었다.

지난 11월 <대중문화와 미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미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미학자 양효실은 「차이의 코뮌, 감각의 연대 : 두리반 농성과 자립음악생산조합의 경우」를 발표하였다. 또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렸던 <제1회 홍대앞 문화연구 포럼>에서는 ‘두리반’을 주제로 차우진 평론가와 한받을 초대한 좌담회 자리와 특별상영회가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다시 ‘두리반’에 대해서, 두리반 농성의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때가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_영화 <파티51> 영상캡쳐, 페이스북 페이지

영화 <파티51> SNS페이지 바로가기 >>> https://www.facebook.com/party51docu

영화<파티51> 지난 리뷰 다시보기 >>> http://indienbob.tistory.com/886

 

 필자_김솔지

 소개_예술과 미학 사이를 오가며 이 사이에 놓인 것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51+>라는 타이틀로 상영되었던 본 영화는 12월 <파티 51>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본 리뷰는 상영 이전에 영화를 관람했던 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리뷰" 성격의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