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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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놀 수 있다는 농담 혹은 선언_<그러나 서커스_촬영 중입니다>
잘 놀 수 있다는 농담 혹은 선언 @신촌 글_김민수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한 지 3달이 지났다.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거리두기 단계가 금방 완화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 기대가 되레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다. 코로나로 예술계가 힘들다는 얘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거리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4단계 방역 조치는 특히 괴로운 일이었다. 정규 공연장으로 등록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공연은 모두 금지되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축제와 야외 공연 역시 취소되거나 극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루하다기보다 지난한 일상이었다. 그런 날들 가운데 불쑥, 그것도 평일 오후 신촌 한복판에 이상한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종이 가방에 눈을 뚫어 뒤집어쓰고 신촌 거리를 걷는 이들은..
2021.11.29 -
[리뷰] 사랑하라,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_영화 <성덕>
사랑하라,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영화 리뷰 글_구슬 2021년 현재, 케이팝은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보인다. 케이팝과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팬덤’. 엄청난 조직력과 결속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언뜻 균질적인 집단인듯 보이지만,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모인 각기 다른 개인의 자발적인 모임이기도 하다. 케이팝의 모태인 한국 가요계에 팬덤 현상이 나타난 지도 어느덧 수십 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팬덤의 성격과, 구성원들의 연령대, 그리고 팬덤이 추종하는 대상 역시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진 양상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을 표상하는 사회적 이미지의 원형은 여전히 ‘스타를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는 10대 소녀들’이다. 가왕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과 함께 등장한 ‘오빠부대’를 시작으로 ‘걸크러시..
2021.11.27 -
[인디언밥 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인디언밥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언젠가 신이 나타나서, 미래의 것을 미리 당겨쓸 기회를 하나 준다면 아주 비굴하게 말할 겁니다. “저…그…사장님…제가 요즘 형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용서를 좀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비극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인디언밥 레터가 참 특이하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건 아주 가늘고 느슨하게 지속되는 매체의 특수성 같은 거겠죠. 보통 그 달에 발행될 글을 갈무리하며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어떤 주제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레터를 쓰고 그에 맞는 기사를 발행할 텐데, 인디언밥 레터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래서 레터를 독자와의 관계 맺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디언밥 운영진이 이렇게 지낸다고 인사를 건네고 ..
2021.11.23 -
[리뷰]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기 위한 방식_혜화동1번지 "법rule":관람 모드-있는 방식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기 위한 방식 2021 혜화동1번지 7기동인_가을페스티벌 "법rule" : 관람 모드-있는 방식 리뷰 글_유경 ‘있는 방식’, 무언가 빠진 것 같은 제목이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 ‘관람모드’가 기존에 존재해왔던 어떤 규칙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혹은 어떻게 있었던 방식인가. 은 축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를 돌아보고, 너를 확인한 뒤, 우리 사회를 바라보다. 법과 규범(rule)을 점검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법을 다시 구성함으로써 아직 마주하지 못한 정의의 자리를 모색한다.” 규범은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우리는 다시 구성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아직 마주하지 못한 정의의 자리를 모색할 수 있을까. “있는 방식”이 달라지기 위해..
2021.11.23 -
[리뷰] 영화되는 오류, 관망의 자세_ 2021 인디포럼 기획전 <인디나우 2: 기억의 업데이트>
영화되는 오류, 관망의 자세 2021 인디포럼 기획전 리뷰 글_정혜진 *본 텍스트는 인디포럼 기획전 의 , , 을 중심으로 작성한 리뷰 기고글입니다. 스스로가 기억하는 하나의 사건을 먼지 한 올까지 묘사해 본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의 장면을 서술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의 글을 쓸 수 있을까. 묘사는 소설이 되고, 그것은 이미 실체를 잊는다. 기억은 단기기억이 반복적으로 복기 되면서 장기기억화 되는 것을 일컫는다. 기억은 강렬할수록 반복되며, 반복될수록 오류를 범하고, 그렇기에 강렬한 기억일수록 온전하지 못하고 오류투성이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저장하고자 하는 열망, 강렬한 기억을 양분 삼은 형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저변의..
2021.11.19 -
[리뷰] 맞아요, 축제예요 <우리가 모이면 축제다>
맞아요, 축제예요 리뷰 @신촌극장 김송요 공연을 보기 전 주말, 친구에게 곧 이 작품을 보러 간다고 말했다. “제목이 뭐였지? 뭔가… ‘아니다’였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왠지 너무나 합당한 기억의 왜곡 같아서다. “아닌 게 아니라, 인데!” 대답을 하고서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비로소 이 공연을 보러 가는 날에도 그 말이 두고두고 떠올랐다. 아니다, 가 아니라, 맞다, 축제다, 그런 제목이었지, 새삼스레 생각했다. 때로 부정문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정확히는 그 편이 더 강력한 선언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렇지 않아. 그거 아닌데? 그건 틀렸어. 그런 줄 알았지?’ 부정문은 왠지 유혹적이다.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항상 그렇진 않더라도) 듣는 쪽을 주춤하게 만들기도..
202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