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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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1월 레터] 괜찮지 않은 당신을 조금 더
안녕하신가요. 레터를 써놓고 마무리와 퇴고를 위해 잠시 묵혀두는 며칠 사이 10.29 참사가 있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리느라, 준비하던 축제가 미뤄지며 새로 생긴 일들을 처리해내느라, 또 ‘그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올리면 안 될 글 같아서’ 머뭇거리는 바람에 11월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올려봅니다. 다른 맥락으로 의미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그새 유머감각을 잃어 제 슬픔은 더 이상 재밌지 않으니, 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것은 트리거 워닝입니다. 전 지난 9월 레터를 쓰고 아주 안 인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르세라핌과 이찬혁, 슬기님의 신보를 열심히 들었고, 올림픽공원에서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공연도 보았습니다. 트위터를 줄이고 인스타그램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은 틱톡 댄스 챌린지나..
2022.11.07 -
[리뷰]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연희하는 여자들>
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공연 리뷰 글_김재훈 드넓은 하늘 아래, 탁 트인 공터에서 상모를 쓴 채 연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악기를 신명 나게 연주하며 빙 둘러앉은 관객들과 노랫가락으로 소통한다. 상모를 돌리고 온 공터를 누비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한다. 연희하는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짐작컨대 그들에게 연희는 삶의 이유인 듯 하다. 연희가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은 무대 뒤편에서 그들은 이 자리를 떠난 다른 연희자를 떠올린다. 함께 있었으면 더 즐겁게 뛰어놀았을, 누구보다 연희를 아꼈던 그들. 임신과 출산으로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연희자들을 떠올리며 그들은 관객들이 떠나고 텅 빈 공연장을 초연히 바라본다. 공연 은 그렇게 떠나간 연희자, 혹여나 떠날지도 모를 연희..
2022.10.06 -
[리뷰]브레히트의 명으로 폭주하는 우주선: 프로젝트 뉴 플래닛 <Let’s Go To My Star 시즌1>
브레히트의 명으로 폭주하는 우주선 프로젝트 뉴 플래닛 글_김민수 “와와? 와와와??”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과장된 몸짓으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세 연기자는 “와”로 대화하더니 이정현 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의식의 흐름인가 싶겠지만 이런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멈출 생각이 없다. 브레히트의 명으로, 프로젝트 뉴플래닛이 그리는 포스트 서사극은 세 배우의 엄청난 에너지를 바탕으로 끝 모르고 달려간다. 지난 8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발표된 삼부작 연극 시즌1은, 본 공연의 작가 겸 배우인 최아련의 결혼 퍼포먼스(2021, 스페이스 다온)에서 시작한다. ‘연극과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퍼포먼스적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연극을 의인화하여 결혼식의 의례들을 밟아가며 연극에 대한 창..
2022.10.06 -
[기획]우리가 사랑하는 축제를 향한 공동체: 우뭇가사리 콩국-우리가 뿔뿔이 흩어졌다면
독립예술집담회 12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서 참여자 김민수, 김유경, 김은한, 남하나, 박상미, 백교희, 백운철, 이은주, 조아라, 채민, 한윤미, 허민주님이 나누었던 대화를 정리한 글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축제를 향한 공동체 우뭇가사리 콩국-우리가 뿔뿔이 흩어졌다면 글_유경 박수와 뜨거운 호응,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 짠 소리를 내는 시원한 맥주, 처음 만난 사람들과 도란도란 나누는 공연 이야기, 같은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연대감……. 모두 ‘함께’라는 이름 아래 가능했던 축제의 장면들이다. 우리는 함께 축제를 준비하고, 만들고, 참여하며 응원한다. 예술가, 운영 스태프, 기획자, 관객 등 축제의 주체들은 그 안에서, 혹은 주체들끼리 상호작용하며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이는 축제의..
2022.09.26 -
[인디언밥 9월 레터]전업이지만 겸업입니다
5월 축제를 마치고 6월 레터를 쓰며, 7월 축제를 마치고 8월 레터를 쓰겠다고 했는데 또 늦어버렸습니다. 대충 8월에 프린지페스티벌을 마치고 레터를 쓰는 척해봅니다. 누군가 근황을 물으면 일이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합니다. 5월 축제로 돈을 조금 벌었고, 7월 축제를 통해 어떤 자긍심을 얻어갈 수 있었다면, 8월엔 작품세계를 넓히는 일이 있었거든요. 한 달 사이에 기획 겸 연출로 참여한 공연 2편을 새로 올리고, 군산과 수원에서 기타도 치고 왔습니다. 주말마다 공연을 올리고 주중엔 프린지에서 5년 만에 자원활동가를 했어요. 하루 하루의 일정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쉬는 날 없이 두 달을 달리고 나니 몸이 퍼지고 말았습니다. 뭐 다 변명이겠죠. 전업 예술가로 산다는 건 어떤 일일까요. 전 ..
2022.09.13 -
[리뷰]결핍의 감각들을 경유하며: Shi-ne, <HOLE>
결핍의 감각들을 경유하며: Shi-ne 리뷰 글_성혜인 “내가 인생에 있어서 흥미롭다고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로는 극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한, 인생에 뚫린 구멍들, 공백들이다. (중략)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구멍들 속에서 이다.” - 질 들뢰즈(김종호 역), 中 - 일반적으로 결핍은 채워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며, 결핍을 해소해야만 완전해질 것이라는 착각은 정서적 결핍을 더욱 심화시킨다. (2022년 8월 5일·김희수아트센터 SPACE1)은 “없음-결핍-구멍”의 부정적 도식에 의문을 갖고 내면의 결핍을 긍정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연의 핵심을 서두에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건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하지만 그럼에도 서둘러 확언하는 이유가 있..
2022.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