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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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6월 레터] 더 많이 갖고 싶어요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아주아주 부자가 되고, 장비든 공간이든 필요한 건 다 있는 데다, 친구도 많고 인기와 영향력도 있고, 이게 다 내 거여서 아무도 안 주고 혼자만 갖고 싶습니다. 울면서 떼쓰거나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미 제게 있는 게 당연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축제 하나를 마치고 4월 레터를 쓰고, 다른 축제 하나를 더 마치고 6월 레터를 씁니다. 아마 8월 레터도 마찬가지겠죠. 일상적인 공간에 스며들어야 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가 관리하는 공간을 빌려서 쓰는 작업도 있었습니다. 남의 공간을 빌려 쓰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잠깐만 공간을 보고 가겠다는 요청에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엔 화가 났어요. 심지어 같은 문화재단의 다른 부..
2022.06.07 -
[리뷰] 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
잊혀진, 튀어 나오는, 이해 불가능한 그리고 묘사 불가능한 것 혹은 곳. 하마(하재용)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예견할 수 없이 행동하는, 어떠한 어원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는 심지어는 죽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 이름은 오드라데크이며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가장의 근심’(Die Sorge des Hausvaters)에서 화자인 가장을 괴롭히는 아주 곤란한 존재로 보인다. 위에서 열거한 이 존재의 속성들 역시 그것을 완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모든 설명들과 분석들은 이 존재를 비껴간다. 그리고 이 존재의 이름을 빌린 한 전시가 ‘아마도 예술공간’에서 열렸다. 흥미롭게도 하나의 객체를 묘사하는 듯한 카프카의 소설 속의 오드라..
2022.05.16 -
[공연좌담]쥐와 물: 연극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라운드테이블 下
쥐와 물: 연극 라운드테이블 下 2022. 3. 23. 우지안(연출, 출연) | 하은빈(움직임) | 현호정(각색, 출연) | 양효실(작가, 미학자) | 이연숙/리타(작가, 비평가) 는 배수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2020. 12. 19. 신림중앙시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이 취소되었고, 2022. 3. 5. - 3. 6. TINC에서 초연되었다. ©우지안 리타 배수아의 에서 기억나는 게 ‘뒤에서 보는 눈’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이라기보다는 초월한 눈, 신의 느낌이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섬광 이런 것들... 근데 연극에서는, 청중을 향해서 말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분명히 우릴 보면서 말했고 그것 때문에 배수아의 신적인 초월과는 완전히 ..
2022.05.01 -
[공연좌담] 쥐와 물: 연극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라운드테이블 上
쥐와 물: 연극 라운드테이블 上 2022. 3. 23. 우지안(연출, 출연) | 하은빈(움직임) | 현호정(각색, 출연) | 양효실(작가, 미학자) | 이연숙/리타(작가, 비평가) 는 배수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2020. 12. 19. 신림중앙시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이 취소되었고, 2022. 3. 5. - 3. 6. TINC에서 초연되었다. ©우지안 효실 원작이 텍스트로 선정되고 그걸 어떻게 훼손했는지, 어떻게 스크립트로 쓰면서 추렸는지? 그게 궁금해요. 은빈 우리 소개 이런 거 안하나요? 효실 저는 나이도 많구요. 본론으로 직진하구요. 지안 그 질문 머릿속에 꼭 새겨둘게요. 저는 AMC, 안티무민클럽이라는 단체의 구성원이자 (이하 )를 연출하고 출연한 우지안..
2022.04.21 -
[인디언밥 4월 레터] 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인디언밥 4월 레터]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행사 전날 리플렛을 디자인해 당일에 뽑는 곳을 본 적 있으십니까? 행사 중에 원고를 추가로 요청 받는다던지 뭐 그런 일도요. 저는 있습니다. 오늘은 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작품을 하다보면 언제나 대단한 결과물로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합니다. 아무 변수없이 짜여진 계획 속에서 그 욕심은 때로 해롭습니다. 삶이 RPG게임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열심히 하면 그에 비례하는 보상, 레벨업, 멋진 나의 캐릭터, 그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성장하는 관계 뭐 그런 차원에서 말이죠. 하지만 어째선지 늘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감각을 받습니다.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작업을 위협하면, MP와는 달리 쉽게 휘청이는 마음과..
2022.04.11 -
[리뷰] 감춰두고 아껴보고 싶었던 빨강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감춰두고 아껴보고 싶었던 빨강 리뷰 글_정혜진 리뷰에 앞서 필자는 시각예술에서 나아가 다원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 창작자이자 기획자임을 밝힌다. 연극이라는 특정 장르보다 무대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실험들을 관람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뷰에서는 을 하나의 텍스트로서 주체적으로 해체하고 읽고자 한다. 2015년에 초연된 극단 돌파구의 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오늘날 다시금 무대에 오른 극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과 함께 극단 내부적으로 필연적이었을 젠더, 여성, 노동, 소수자를 키워드로 한 스터디를 진행하여 극에 변화를 줬다. 2015년 작품의 경우 자본의 원리에 의해 생겨나는 청소년들 사이 보이..
2022.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