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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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가다] 지은인 프로젝트 <샴 아미그달라> - 극장에서 나온 후
변방연극제 리뷰 극장에서 나온 후 글_김해진 1. 어둠 그리고 불 손전등을 켠 안내원을 따라 극장으로 들어간다. 맨 앞자리에 앉는다. 나중에 ‘하필 앞자리’라는 생각이 들 줄, 그때는 몰랐다. 극장은 무척 어둡다. 공연 시작 전, 무대에는 핀 조명이 떨군 작은 원 하나만 있다. 그마저도 사라진다. 오랫동안 어두울 것 같으니 앞자리에서 공연을 잘 살필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객석 뒤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눈앞의 어둠이 갑자기 섬뜩해졌다. 배우 박지환은 자꾸만 누군가를 불렀다. ‘삼이’라고 들렸다. 관객들 사이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삼이’, 혹은 무대를 가득 채운 어둠 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스윽 나올 것만 같은 ‘삼이’. 아직 인간이 덜 된 이라고 했다. 촛불 하나만을 가지고 무대..
2012.07.26 -
[축제를 가다] 차지량의 <뉴홈> ― 둥지를 찾아서
▲ 사진출처 : 변방연극제 제공 차지량의 ― 둥지를 찾아서 글_전강희 은 잠옷과 베개를 지참해야 하는 일명 취침 퍼포먼스다. 공연은 저녁 8시에 시작하여 다음 날 아침 6시에 끝이 난다. 무려 10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관객은 차지량과 스태프들과 함께 ‘뉴홈’을 찾아 떠난다. 첫 번째는 영상을 통해, 두 번째는 전세버스로 이동해서, 세 번째는 직접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면서 한 밤의 여행을 함께 한다. 여행은 이 땅에서 발붙이고 살아가려면 언젠가는 집을 마련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다. 공연은 인천아트플랫홈에서 시작한다. 이곳에 도착하면 입장권 대신 손목에 ‘검’자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이 찍히는 순간, 관객들은 안면이 있건 없건,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 ▲ 사진출처..
2012.07.25 -
[리뷰] 연애사색극 <영원한 너> - 너에게
연애사색극 너에게 정영훈 작/ 박해성 연출/상상만발극장 글_영균 간혹 제목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 있어. 이만희의 희곡 라든가 윤동주의 시 과 같은. 지난주에 본 연극 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어. ‘영원’이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읽으면 입안에 동그라미가 가득차서 풍선껌을 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영원한, 너. 제목만 들어도 가슴에 와 부딪히고 가는 무언가가 있지 않아? 공연은 아르코 소극장에서 올랐어.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극장 건물이 여름비와 참 잘 어울려. 하늘과 맞닿은 날선 건물의 경계가 비에 젖어 쭈글쭈글 분 것 같이 보이던 건 착각이겠지.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로 문을 휘 열어놓은 가게와 북적북적한 사람들로 가득 찬 혜화동이 한 소절 빗줄기로 식고 나서야 비로소 거..
2012.07.21 -
[축제를 말하다]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모-래」후기
▲ 공연의 실질적인 주연 역할을 한 내성천의 모래들 (출처:리슨투더시티 페이스북페이지) ‘모-래’는 뭐래? -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 초청장 「모-래」 후기 글_김종우 후기는 후일담이다. 후일담은 추억담이고, 추억은 늘 그렇듯 아름답게 포장되기 마련이다. 창작자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는데, 후일담을 통해 작품을 포장하고 그 포장을 그럴듯하게 내세운다는 것은 속된 말로 뭔가 찌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이 ‘모-래’라는 공연처럼 관객이 100명도 들지 않은 하루짜리 공연에서는 더더욱. 나는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 실린 ‘모-래’ 공연의 리뷰를 읽었다. 이 리뷰의 작성자인 ‘김민관’씨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왜냐하면 리뷰를 굉장히 자세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 공연보다 훨씬 더 멋드러지..
2012.07.20 -
[축제를 말하다] 축제와 나
축제와 나 글_이경성 축제와 나 1 나는 부모님의 유학으로 스위스의 바젤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작지만 오랜 역사, 그리고 학문과 예술의 도시였던 바젤에서 나에게 가장 신나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매해 2월 경 사순절과 함께 시작되었던 ‘파스나흐트’라는 축제였다. 파스나흐트는 일종의 봄맞이 축제였는데 월요일 새벽부터 수요일 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다. 이 기간에는 형용색색,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을 한 행렬대가 악기를 연주하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은색 드럼과 플룻처럼 생긴 피리, 신화나 중세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들의 탈을 쓴 이들이 거리를 거닐며 신명나는 연주를 계속했다. 아이들은 이 행렬을 곧장 쫒아 다녔다. 왜냐하면 중간 중간에 맛나..
2012.07.19 -
[리뷰] 인디포럼에서 만난 세편의 영화들
[인디포럼 2012] 지겨운 청춘을 살아가는, 우리 존재 글_유햅쌀 그놈, 저놈, 아니 이놈, 아무튼 망할 놈의 청춘. 지겨운 청춘. 언제부터였나. 고루한 청춘이야기가 어떤 경향으로 자리한 지 오래. 그러니까 10대 후반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기까지, 혹은 대학이라는 과정 없이 바로 사회인이 되기까지-이 과정은 물론 잘 다뤄지지도 않거니와 청춘이라는 규정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그 또래를 청춘으로 묶는다면, 그 이야기는 넘쳐흘러. 아. 궁핍한 우리 존재여. 우리 존재가 살아가는 무기력한 일상을 곳곳에서 마주하는 것. 지긋지긋하지 않나. 청춘이라 퉁쳐 부를 수 없는 우리 존재의 다양성이 무시된 채. “왜?”라는 질문은 거세당한 채로. 이 시점에서 인디포럼에서 상영된 세 영화 , , ...
2012.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