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모두를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프린지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
모두를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프린지로!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 프리뷰
글_루시
나이를 꼭꼭 먹어간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한다. 한 해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살아낸다는 것. 때로는 나쁜 세상 속에서 어떤 역경을 마주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펼쳐내는 것. (프)린지씨는 그렇게 꼭꼭 나이를 먹어서 올해 스물 여섯 살이 되었다. ‘독립 예술하기’의 원칙과 가치를 놓치지 않으면서 매 여름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고, 축제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마포구/서대문구의 공간으로 돌아온 지 3년, 더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을 데리고 린지씨는 올해도 이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그와 여름의 기쁨을 함께 보내온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물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2023 프린지는 뭐 한대?
우리의 린지씨,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은 8월 8일부터 27일, 우리 곁을 찾아온다. 마포구와 서대문구의 다양한 야외, 실내 공간 속에서 95팀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다양한 기획프로그램과 새로운 의제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 있는 질문거리를 남길 것이다. 린지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여기 살짝 적어본다. 올해도, 그와 함께하자는 마음을 담아.
‘모두’를 ‘초대’합니다
작년, “당연한 축제, 네트워크 복구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축제 구성원 간의 네트워킹에 주목했던 프린지는 올해 ‘모두를 초대합니다‘라는 선언을 한다. 프린지가 속해있는 세상과 사회와 더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축제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초대’라는 말은 축제를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다. 기존의 문법과 다르더라도 상상하는 장면을 구현해 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시도’와 ‘실패’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프린지의 태도와 원칙은 이전과 그대로다. 그러나 프린지에서는 함께 이해하고 축제를 만들어 간다는 감각과 태도가 중요함을, 전년도의 슬로건에 이어 조금 더 확장시켜본다. 독립예술가들의 플랫폼으로 새로 시작한 ‘프린지 소사이어티’는 그런 노력 중의 하나다. 축제 시작 전, 올해 축제 참여 예술가들과 ‘평화 감수성’, ‘에코프린지’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축제 기간, 이 프린지 소사이어티와 함께하는 기획프로그램은 다양한 축제 구성 요소들과의 네트워킹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다시 돌아온 ‘프린지 살롱’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치했다. 작품으로 대화를 나누는 ‘프린지 비평회’, 축제 구성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수다회’, 그리고 참여예술가가 직접 주제를 제안해 함께 고민하는 ‘마이크로포럼’이 열린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지금, 여기로의 알아차림 워크숍 ver.요가’ 역시 새로운 대화의 방식을 전달한다.
‘모두’라는 말은 이번 축제로부터 시작되는 프린지의 새로운 방향성이다.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 ‘모두’라는 단어에서 많은 구분을 놓쳐왔다. 공공과 민간, 극장과 비극장, 인간과 비인간, 예술과 비예술, 장르의 구분 등이 그것이다. 이 단어는 무척 무겁다. 모두를 초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프린지는 시도해 보고자 한다. 축제 구성원들과 함께 모두를 초대하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하고 실천하려 한다.
공공의 공간에서 밀려난 이들,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열세 번째 독립예술 집담회는 ‘시대에게 쫓겨나기’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축제가 초대하지 못했던 어린이들에게 집중하는 ‘어린이 사생활 박람회’에서는 비교육, 비영리, 비어른, 비서사를 추구해본다. 축제는 이에 더해 ‘접근성’에 대한 고민을 지속했다. 프린지 소사이어티에서는 이번 축제 참여 아티스트들과 함께 ‘배리어 감각 워크숍’과 ‘접근성 워크숍’을 진행했다. 개별 공연에서, 축제에서 존재하는 여러 차별과 배제를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를 줄일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번 축제에서는 조그만 것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전화예매를 지원하며, 축제 홈페이지에서는 공간별, 개별 공연 별 접근성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지원이 필요한 관객을 위한 사전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 시도들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닿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축제가 모두를 초대할 수 있어야 함을 프린지는 알고 있다. 그 조심스럽고 작은 시작을 해본다.
95개의 자유 참가작
축제가 시작된 지 25년째. 수많은 예술축제와 지원사업이 생겼음에도 프린지는 여전히 유효할까, 라는 질문 속에 그렇다고 대답하듯 올해는 무려 95개 팀의 자유 참가작이 모였다. 예정된 축제 일정보다 조금 더 축제가 길어질 정도로 많은 숫자다.
이번 축제에서는 지난해에 참여했던 많은 공간과 더불어 갤러리 아미디 신촌, 모티포룸 같은 전시공간, 고라니특공대와 같은 복합문화 공간, 공상온도와 같은 카페 공간까지 새로운 축제 사이트가 생겨났다. 신촌일대 야외 공간인 스타광장, 토끼굴, 아리수 공연장에 더불어 아티스트가 직접 축제 공간을 모색해 공연을 올리는 ‘프린지피케이션(성미산마을극장, 살라1, 오손도손 스튜디오)’까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곳으로 확장되었다. 이에 연극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지난해와 달리, 전시, 음악, 무용, 이동형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참여작들이 눈에 띈다.
그중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의제는 ‘젠더와 정체성’이다. ‘극단 문지방’은 두 여성 주인공의 애정과 증오를 넘나드는 관계를 이야기하며 그들의 예술적 정체성을 이야기해 본다. ‘극단 무릎’은 한국과 일본 청년 여성의 몸과 노동에 대한 담론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연극집단 공외’는 다큐멘터리 극의 형식으로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을 털어놓는 한편, ‘Team OOOD’의 ‘홀리섹스데이’는 여성 청소년과의 만남, 탐구를 바탕으로 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서로 다른 방식의 퀴어 서사를 풀어내는 공연도 있다. SF 퀴어 로맨스를 풀어낼 ‘극단 아몬드’와 ‘ GL 드라마가 한 여성퀴어에게 미친 영향’을 이야기할 ‘나희경’이 바로 그 작품이다. 또한, ‘연극집단 안과밖’은 어느 괴물의 이야기를, ‘자리’는 ‘이상한 털’의 이야기를 빌려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볼 예정이다.
세대 담론은 여러 공연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발화된다. 개별 세대에 대한 논의부터 세대 간의 소통까지 폭넓게 다룬다. ‘느루’는 구병모의 소설 ‘영 원의 꿈’을 원작으로 꿈을 팔게 된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한다. ‘극단 현’은 요양원 속 치매 노인의 이야기를 빌려 노인부터 돌봄의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본다. 돌봄을 세대 간의 유대까지 끌어온 ‘이산’의 마임극 역시 기대작 중 하나이다. ‘희희희곡 당당사 프로덕션’은 아파트의 주민들을 돕는 한 대행업체의 주인공을 통해 여러 세대와 이웃이 소통, 연결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Moin’은 연극과 무용을 접목해 ‘X와 MZ’라는 제목으로 세대 담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장르의 구분 없이 ‘휴식과 일상’은 잔잔하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아 솔직하게 표현된다. ‘인형꾼 배시시’는 관객이 이야기 탐험가에게 일상의 요소를 의뢰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장소에서 공유한다. ‘다이빙라인’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실수를 돌아보고 이를 극화했다. ‘옥이’는 자신의 일기 속에서 발견한 일상의 모습을 움직임으로 표현해보았다. 8월의 휴식하는 하루를 온전히 담아낸 ‘프로젝트 정류장’, 진리의 길을 걷는 이들을 통해 휴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창작집단 쥐락펴락’은 관객들에게 쉼의 가치를 전달한다.
전년도에 이어 ‘환경과 공생’에 대한 담론 또한 지속된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의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이준영’의 전시는 인간 중심의 예술, 전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극단 52hz’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진 ‘길’을 다시 돌아본다. 신촌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그저 지나친 작은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경’’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분리된 두 공간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이 밖에도 삶과 죽음, 가족, 고전, 관계, 자기 발견, 지역 등 많은 키워드로 읽어낼 수 있는 공연, 연극, 전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다수의 공통된 주제와 경향성을 읽어내기 조금 어려울 만큼 아티스트 개별의 이야기가 돋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과 세상에서 시작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관객 개개인에게 가닿았을 때 생기는 공감과 몰입의 특별한 힘을 기대해 본다. 여느 프린지보다 나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원활동가인 인디스트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기획프로그램인 관객과의 대화 ‘친절한 린지씨’는 관객과 아티스트, 작품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장을 열어갈 예정이다.
(프)린지씨에게 들은 올해 축제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나이를 꼭꼭 먹어온 린지씨는 새로운 나이를 한 살 더 먹어보려고 한다. 스물여섯살의 린지씨는 여전히 자라나는 중이다.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게, 이번엔 ‘모두’가 필요하다. 축제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줄 사람들, 그 ‘모두’ 말이다. 2023의 린지씨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축제는 8월 8일, ‘모두’에게 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한번 선언하듯, 이야기해본다. ‘모두를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프린지로!’
필자 소개
루시
조금은 묘한 이야기를 미묘한 마음으로 씁니다. 한 권의 책을 만들었고, 오래된 이야기가 되고 싶어요.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사랑할 수 있기를.
축제 소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3 | The 26th Seoul Fringe Festival 일시 : 2023년 8월 8일(화) - 8월 27일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실내외 공간(연희예술극장, 모티포룸, 공상온도, 극장PLOT, 갤러리 아미디 신촌, 신촌문화발전소, 아트스페이스 디에이스튜디오, 신촌 일대 야외공간(스타광장, 토끼굴, 아리수공연장), 이너프라운지,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고라니특공대, 성미산마을극장, 살라1, 오손도손스튜디오) 자유참가작 - 95개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 기획프로그램 - 친환경 예술축제 만들기<에코프린지> - 모두에게 열려있는 축제 만들기 <배리어프린지> - 독립예술집담회 13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시대에게 쫓겨나기> - 생활밀착형 소규모 예술 수다 <마이크로포럼> - 예술가 동료들의 피드백 품앗이 <오픈리허설> - 작품을 넘어선 예술적 소통<친절한 린지씨> - 프린지 작품이 가진 빛을 찾아내는 <프린지 비평회> - 네버엔딩 페스티벌 <플레이슈터> 프린지 소사이어티 - <프린지살롱> - 어린이 사생활 박람회> - <지금, 여기로의 알아차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