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10)
-
[리뷰] 낯선 이웃들의 목소리 <소녀도시로부터의 메아리>
낯선 이웃들의 목소리 《소녀도시로부터 메아리》 1. 들어가며 소녀도시에는 “사랑한다” 는 말이 없다. “만약에” 라는 가정도 없다. 사랑과 가능성이 없는 공간에서 소녀는 절규한다. 소녀도시로부터의 메아리가 돌아온다. 관객을 향해 돌진하는 5만개의 구슬. 시청각을 압도하는 장면에 외침은 단말마가 된다.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오빠인지, 마마인지, 愛してる(사랑해)인지, 안녕이라는 말인지. 재일교포 2세인 연출가 김수진이 극단 신주쿠 양산박과 함께 일본의 ‘앙그라’ 연극을 이끌었던 가라 주로 작 를 한국 무대에 선보였다. 작품에서도 그러하듯 60년대 일본 연극의 실험과 전위의 순간들이 연상된다.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분위기, 다이나믹한 배우들의 운동감각, 연극적 낭만과 일본의 음습함이 공존하는 무대. 양산..
2010.03.25 -
[리뷰] 두더지들 - 프로젝트빅보이3
프린지+두산 프로젝트 빅보이3. 극단 시우 목격자, 구원의 문제에 부딪히다 익숙하게 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보여주는 풍경도 그 중에 하나다. 공연을 보면서 나는 늦은 밤이면 좌석버스를 잡아타곤 했던 서울역을 단박에 떠올렸는데, 그곳에는 참 별별 인생들이 다 도착했다가 흩어지고 서성이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노숙자, 부랑자, 술에 취한 자, 좌판에서 떡과 쥐포를 구워 파는 할머니……, 서울역의 어둠은 오줌 지린내와 함께 짙어지곤 했다. 역시 별별 인생들이 다 모인 이 공연은 지하의 환풍구와 철조 구조물, 잿빛 배관부터 보여준다. 어둠을 가르는 빛은 어둠을 몰아내지는 않고 어둠의 안을 비춘다. 참 추운 느낌의 파란 천막과 철조 구조물. 거기에 아무렇게나 걸린 수건과..
2009.10.29 -
[리뷰]브리튼을 구출해라! - 프로젝트 빅보이2
프린지+두산 프로젝트 빅보이 2. 집단 움틈 브리튼을 구출해라! 개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브리튼을 지키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그 개. 할머니가 브리튼을 지키라고 했다고 참말 그 수호의 세계에서 진득하게 매맞으며 살고 있는 개. 남자가 때려도 브리튼이 때려도 스스로를 구출할 수 없는 개. 마르고 아프고 약한 개는 핏대를 세워 으르렁거리며 남자와 대적하지만 “닥쳐.” 한 마디에 소리죽여 웅크린다. 개야, 힘을 내. 브리튼을 깨워보자! 개는 에서 이야기의 진행을 리드하거나 매듭을 짓는 역할은 아니다. 오히려 브리튼과 남자의 변화를 경고하고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시원스레 컹컹 한번 짖지도 못하고 그르렁 거리지만 끊임없이 객석을 향해 위험을 알린다. 그런 개에게 계속해서 마음이 쓰였다. 특히 남자에게 좀 더..
2009.10.12 -
[리뷰]십이분의 일 - 프로젝트 빅보이 1
프린지+두산 프로젝트 빅보이 1. 양손프로젝트&상상만발극장 나와 당신 안에 있는, 어쩌면 같은 것 당신의 믿음은 어떤 것일까요? / ……. 누구로부터 배반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 당신은 유다인가요? / 네. 공연 중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공연이 끝난 후 한 관객의 마음 안에 떠오른 자문자답이다. 대개의 자문자답은 초반의 장면에서처럼 두 개의 목소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경주를 벌였다. 겹치기도 했고 흩어지기도 했고 서로를 방해하기도 했다. 배우 손상규와 양종욱이 정면을 향해 직소하는 목소리를 보면서(목소리 운용마저도 시각적이다.) 그렇게 점점 유다에게 귀 기울였다. 믿음이 없는 세계. 나는 현 시대를 그렇게 믿고 있다. 종교의 신실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에 쓰인 류이치 사카모토..
2009.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