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엄마의 육아일기] 수현엄마 이은서의 두근두근연두콩



수현엄마 이은서의

두근두근연두콩


말_이은서





I. 연출가 이은서에 대하여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5년부터 아마추어로 연극을 하다가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연극을 만들기도 했어요. 베를린 미하일체홉연기학교에서 연기를 배웠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연출공부를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하하, 쓰다 보니 예술을 한 게 아니라 공부를 했네요. 이제 예술을 좀 해야 할 때가 왔는데

 

2. 예전에 문래에서 작업을 하신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이 납니다. 하시는 작업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문래동 <스투디오 M> 이라는 공간이에요. 아직 극단이라고 부르기에는 체계가 완성된 상태는 아니고요. 그야말로 공간이에요. 201110월에 문을 열었고요. 처음에는 연극뿐만 아니라 미술, 영상, 창작 등을 하는 친구들이 모여서 무얼 할까 고민하면서 시작을 했어요. 지금은 연극하는 친구들이 주로 남아 함께 공부하고 놀고 작품하고 그렇게 운영되고 있어요.

지금도 이 공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만들어 나가는 단계이고요. 지금까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파티, 5분영화제, 극장을 벗어나 작업실이라는 작은 공간을 이용한 쌀롱연극’ 등을 시도해보았어요. 작년 여름에는 죽음에 관한 배우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죽는꿈>이라는 연극을 만들어 프린지 페스티벌에도 참가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연출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II. 콩이 엄마에 대하여

아기 이름은 수현이에요. 박수현. 태명은 연두이고요. 제 별명이 콩이에요. 남편 별명은 두근이고요. 그래서 우리 집은 두근두근연두콩집안이랍니다. ㅎㅎ

 

1. 예술가 혹은 여자에게 있어 연애, 결혼, 임신, 육아는 어떤 의미일까요?

두근씨랑 저는 결혼하는 걸 원치 않았어요. 같이 사는 건 좋은데, 결혼은 하게 되면 힘드니까. 결혼을 하면 사람이 철든다고 생각을 해서요. 근데 결혼을 원치 않는 저희 커플을 부모님이 반대했어요. 웃기죠? 결혼 안할 건데 왜 반대를 하시나나이 차이 때문이었는데, 두근씨랑 저랑 띠동갑이 넘어요. 반대를 하시던 와중에 제가 독일로 공부하러 다녀왔는데, 그래도 저희가 계속 만나는 걸 보시더니 어서 결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주를 봤는데 제가 서른이 넘으면 결혼을 안 할 거라면서결국에 원치 않는 결혼 부모님이 시켜서 한 꼴이 되었네요. ㅎ ㅎ

독일에서 돌아오자마자 3개월 만에 결혼을 했고요. 결혼하고 나서 아기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제가 몸이 약한 편이라 병원가면 아기 생기기 힘들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요. 근데 또 결혼하자마자 4개월 만에 아기가 생겼어요. 저는 아기가 생기자마자 너무 신기해서 깔깔깔 웃었는데, 두근씨는 엄청 당황하더라고요. 결혼, 임신 모두 계획에 없는 일이다 보니까.

결혼, 임신, 육아 모두 계획한 일이 아니고 운명처럼 다가온 일들이다 보니, 그 운명의 돌발성을 무척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매일 느끼죠. 연극하는 게 예술이 아니고, 이렇게 산다는 것 자체가 예술이구나. 사람과의 관계, 소통, 호흡, 살 부비고 사는 것.

 

- 엄마가 된지 얼마나 되었나요?

엄마가 된지는 오늘(219)100일째가 되네요. ^^

 

-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요?

수현이라는 이름은 두근씨가 좋아하는 글자랑 제가 좋아하는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글자를 다 말한 다음에 그걸 일일이 다 조합해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를 뽑은 거예요. ‘를 발음할 때 나는 바람소리와 을 발음할 때 나는 소중한 느낌이 좋아요.

수현이의 이름에는 바람과 소중함과 햇살(한자로햇살 현자랍니다)이 들어있어요. 그런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이름 안에 들어 있네요.

 

- 태몽은 있었는지요?

태몽은 친정엄마가 용이 등장하는 꿈을 꾼 것 같다고 하셔서, 이제부터 장엄한 대서사시로 하나 만들어내려고요. 태몽은 원래 거창하게 만들어줘야 한다잖아요. 이제 예술가 엄마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주어야죠.

 

아빠와 함께 하품하는 수현



2. 아이가 생기고 나서(엄마가 되고나서) 달라진 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일단 결혼하고 아기가 있는 사람들하고 가까워지더라고요. 아무래도 공유할 정보들도 많고 관심사도 비슷하다 보니까, 그리고 하루 일과도 거의 비슷하거든요. 오후 5시 이후에는 사람들의 방문도 안 받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아요. 아기 자는 것을 그 때부터 준비하거든요. 아기가 없을 때는 오후 5시부터 일을 시작했을 텐데... ^^

그리고 이제 100일 밖에 안 되었다보니 외출을 거의 안했어요. 전화나 SNS를 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거의 못하게 되요. 원래 새로운 일 꾸미는 것,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데, 지금은 원래 있는 일을 유지하고, 오래된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네요.

 

- 예술가의 입장에서

다루고 싶은 작품에 대한 주제가 달라졌어요. 아기에 관한 이야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생겨요.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생기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들, 새로운 관계들 때문에 생기는 재미있는 상황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아기 옹알이를 듣고 있으면, 그 의미 없는 소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해내기도 하고요. 이전보다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삶이 진행되고 있어요.




3.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의 하루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오전 7~8시쯤 아기가 일어나면, 그 때 정말 천사처럼 예뻐요. 이 때 제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아무리 쳐다봐도 똑같은 표정이 없고 새로운 얼굴이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요. 그리고 나서 배고파하면 젖을 먹고, 3~4시간 간격으로 먹어요.

100일 전의 아기는 먹고 자는 것이 일상이에요. 지금 아기한테는 저와 젖이 이 세상에 전부이기 때문에 저는 아기가 세상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랍니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책장을 쳐다보면서 놀거나 자기 손을 들고 한참을 쳐다보면서 놀아요. 아주 애써서 손을 들어 올린 다음에 주먹 쥔 손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관찰해요.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나 봐요. 아주 오랫동안 손을 쳐다보고 자기 몸을 인식해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은 저를 불러서 같이 옹알이로 대화를 하고, 낮에 깨어 있을 때는 음악 들으면서 춤도 추고요. 놀지 않을 때는 주로 잠을 자는데, 이때는 저도 같이 잡니다. 아기가 쉴 때 같이 쉬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몸이 힘들어서 아기와 함께 있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녁 6시쯤 목욕하고 젖을 먹이고 나면 8시 이전에는 잠에 들어요.

저한테 현재는 아기와 잠과 밥이 하루 일과의 전부입니다. ^^

 

4. 엄마로써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육아 방법이 있는지, 혹은 시행착오에 대하여

저는 노래를 잘 불러주는 것 같아요. 작곡이라고는 해본적도 없는데, 아기를 안고 있으면 저절로 노래가 나와요. 원래 알고 있는 동요도 많이 불러주는데, 그보다도 아기랑 하고 싶은 말을 노래로 만들어서 불러줘요. 내 안에 이렇게 많은 음악이 들어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엄마로서 잘못하는 것은 자꾸만 미래를 계획하려 드는 것이에요. 이게 아기와 있는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아기랑 집에 오래 있다 보니까 앞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언제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할지,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대학원은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구상하고 있는 희곡에 대한 생각. 이런 잡다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굉장히 많아요. 물론 아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틈을 잘 안주기는 하지만, 제가 직장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스스로 계획하지 않으면 이대로 다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할 때가 있어요. 많은 예술가 엄마들이 그런 불안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아기의 까만 눈을 보면 저 미래로 도망갔던 생각이 붙잡혀 돌아와요. 아기가 못난 엄마에게 가르쳐주는 거죠, 뭐가 더 중요한 일인지를.

 


 

5. 지금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요?

- 시간 (하루 혹은 일주일의 휴가)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것들

일단 6시간 이상 연속으로 쭉 자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푹 자고 난 후에는 공연 보러 가고 싶어요. 3~4월에 페스티벌 봄이 있는데, 좋은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아기가 어려서 올해는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요.

 

- (연극 1편 정도의 제작비, 지원금)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것들

지금 구상하는 <철부지 마미>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 만들어야죠. ^^

 

임신 중 공연하는 모습



6. 예술가 엄마들의 육아네트워크에 관하여

- 임신과 출산 준비 중인 예비 엄마 혹은 예술가들(기획자들)에게 한마디

임신 중에 몸을 너무 혹사 시키지 말 것, 저는 임신했을 때 임신한 제 몸을 이용해서 공연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임신 중에 공연을 두 편했는데, 아주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우리 아기는 뱃속에서부터 배우경험을 쌓아서 모태배우입니다.^^

그런데 출산 후에 그 때 무리했던 것이 고스란히 돌아와서 좀 고생을 했어요. 임신 중 배려 받고 도움 받는 것을 충분히 즐기시기를 바래요.


- 임신, 태교, 육아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팁을 주세요

아직은 100일차 초보 엄마라 제가 도움이 되는 팁을 드리기 보다는 도움을 받는 편에 익숙한데요. 그래도 꼭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모유수유에 관한 준비와 공부를 꼭 하시라는 겁니다. 저는 저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모유수유를 꼭 하고 싶어 했는데요, 임신 중에는 공연하느라 또 출산 준비하느라 정작 모유수유를 어떻게 해야 하고 무얼 준비해야하는지 몰라서 많이 고생을 했어요. 젖몸살을 일곱 번이나 앓고 사경을 헤매다가 3개월 되어서 결국 분유수유를 하게 되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젖은 그냥 주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로 알아야 할 것이 많더라고요.

저는 출산을 병원에서 하지 않고, 가정적인 분위기의 조산원에서 자연분만을 했는데, 그렇게 따뜻한 환경에서 아기를 낳게 된 것이 정말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출산 준비를 꼼꼼하게 한 것에 비해서는 모유 수유에 대해서는 준비가 없어서 지금은 출산보다 모유수유가 훨씬 힘들고 괴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 정부의 육아정책에 대하여

모든 육아의 과정을 표준화 시키려고 하는 데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누리과정을 예로 들면 아이들을 기르는 데에 교육의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거꾸로 보면 다양한 교육이나 보육의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는 박탈당하는 수가 있어요. 저 같은 경우 아이가 유치원에서 한글 배우고, 영어 배우고, 수학 배우는 거 원치 않아요. 아이는 유치원에서 놀고, 친구랑 어떻게 지내는지 배우고, 자연과 함께 뛰노는 것을 경험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유치원에서도 일종의 교육과정 같은 것이 생겨나서 그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보내면 혜택을 받을 수가 없죠. 정부에서는 누리과정과 같은 교육과정을 표준화 시키는 일보다 다양한 육아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해주고 더 폭 넓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정부의 정책이 아이가 자라나는 발달단계에 비해서 너무 빠르고 과한 부분이 많다고 봐요. 유치원에서 왜 한글을 배웁니까.

 


 

III. 엄마/예술가에 대하여

 

1. 연출가는 연극적인 것과 연기, 역할, 캐릭터, 놀이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혹시 육아에도 그러한 연극적인 것, 역할에 관한 것, 놀이적인 것이 있는지요?

, 어려운 질문이다. 아기는 세상을 온 몸으로 만나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어른보다 더 강하게 받아들이지요. 그런 점에서 엄마는 아기가 세상을 만날 때 좋은 느낌으로 만날 수 있도록 잘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마치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매일 매일 소개를 시켜줘요. 그래서 마치 여행 가이드처럼, 아침도 소개해주고, 햇살도 소개해주고, 바람도, 공기도, 집 안의 의자도, 장롱도, 욕조도, 부엌도, 화분도, 택배 아저씨 목소리도 소개해줘요. 그렇게 매일 매일 저는 여행 가이드 역할을 맡고 있고요, 우리 아기는 매일 매일 세상에 처음 여행을 온 여행자의 역할을 맡고 있답니다. 엄마의 손 움직임 하나하나, 입모양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놀이이고 연극일 테죠. 엄마는 아이라는 한 명의 관객을 위한 연출가이자 작가이자 배우이고요.

 

2. 생산과 소비에 대하여

- 아기를 낳는다는 것과 작품을 생산한다는 것, 인간의 창조과정에 대하여 하고픈 말

마치 답이 있는 질문 같아요. ^^ 정답대로 써야할 것 같은 부담감이...^^

아기는 이 세상에 없었잖아요. 아기에게 맨날 물어봐요. ‘너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니? 이 세상에 있었다면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었니? 공기로 존재하고 있었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니? 내가 너를 부른 거니? 네가 나를 골라 찾아 온 거니?’ 질문을 하면 대답은 안하고 빙긋 웃기만 해요. 대답을 할 수 없겠죠, 말을 못하니까, 근데 마치 답은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웃기만 해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세상에 없던 하나의 존재가 생겨나는 거잖아요. 작품도 그렇고 또한 그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으로 태어나는 것. 10개월 동안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다가 태어나는 순간에는 아기도 준비가 되어야 하고 엄마도 준비가 되어야 해요. 새로워질 준비, 우주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 이것이 탄생이고 창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기가 생겼을 때 돈이 든다는 것, 소비한다는 것 에 대하여 하고픈 말

아기를 가짐과 동시에 돈 문제가 따라와요.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에서 권하는 각종 검사들은 한 번에 수십만 원이 넘고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초음파 검사 같은 것도 몇 만원이죠. 아이를 낳을 때에 드는 병원비며, 아이를 낳고나서 산후조리를 하는 조리원 같은 곳은 싼 곳이 2주에 200만원, 평균 300~40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요. 아이를 낳고 나서 모유 수유에 문제가 생기면 유방 마사지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1회에 7만원, 적어도 3회 이상은 받아야 효과가 있고요. 아이에게 하는 예방접종 비용도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고 병원을 간다면 한번에 7~8만원은 기본입니다. 보건소 예방접종은 흉터를 남긴다고 보통 부모들은 무료인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고, 병원을 이용하지요. 만약 모유수유를 하지 않고 분유를 먹인다면 분유 한 통에 2~3만원, 일주일에 1~2통을 소비하고,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아요. 일주일에 쓰는 기저귀가 1팩 정도 되는 거 같은데, 그 기저귀 한 팩은 인터넷으로 싸게 사면 15000원정도예요. 아기가 똥 싸고 오줌 싸는 게 아까울 정도지요.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준비해야하는 이유식 용품들, 한 대에 수십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백만 원 하는 유모차, 카시트 등등.

임신하고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임신·출산·육아 관련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했는데요. 그 카페에 가입하고 첫 느낌은 내가 참 이상한 세계에 들어와 있구나하는 거였어요. 임신 전에 제가 본 이상한 세계는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하고, 좋은 차, 넓은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계였어요. 사람들은 내 삶이 어떠해야하는가 고민하는 것 보다는 내 삶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욕망이 아이를 갖게 되는 엄마에게 고스란히 껍데기만 변질되어서 존재하는 것을 보고 엄청난 공포를 느꼈어요. 최고의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수십 만원하는 검사를 해야 아기가 안전하다고 안심하고, 남들이 사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유모차를 사주어야만 엄마노릇을 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심지어 그 카페에서 올라오는 질문 중에 기저귀 가방으로 어떤 게 좋을까요?’ 라는 글들도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저귀 가방조차도 명품 브랜드 중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고민하는 내용이에요. 산후조리를 하는데, 2주에 300만원인 곳에서 조리를 받지 않으면, 여자가 받아야하는 평생에 딱 한번 호강의 기회를 갖지 못한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지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와 관련된 것은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돼요. 부모로서 책임감과 응당 해주어야 할 의무를 교묘하게 부추기면서 아이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기를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지요. 태교할 때부터도 그래요. 저는 태교란 게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태교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해외로 태교여행을 가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물질적으로는 그렇게 풍요로우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아이와 부모에게 부족함이 많아 보여요. 집에 장난감도 엄청 많고, 먹을 것도 많은데 욕구불만·애정결핍인 아이들이 많죠. 부모들은 아이가 무얼 원하는지 잘 모르고, 혹은 알려고 노력해보지 않고 물질적으로 채워주려고 하죠. 그리고 그 물질적인 것을 채워주기 위해 돈을 벌어야하니까 밖에 나가서 일을 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죠. 계속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거죠.

사실 제가 그렇게 사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저도 그 안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고, 아이에게 좋은 것을 사주고 하는 걸 보면 가끔 흔들릴 때가 있어요. ‘나는 무언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럴 때는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되뇌어요. ‘나를 믿고, 아이를 믿자.’

그래서 그 이상한 욕망의 세계에 편입되지 않으려고 임신 때부터 무던히도 많이 노력했어요. 저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성별을 몰랐는데요, 병원을 거의 안 갔거든요. 초음파 검사도 처음에 임신 확인했을 때 한번, 중간에 한번, 아기 낳기 직전에 한번 했어요. 아기들이 초음파를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방사능물질도 있다고 하고요. 그거 말고는 병원을 아예 가지 않았어요. 검사를 받으라고 2~3주에 한번 병원에서 문자가 오는데, 그냥 안 갔어요. ‘내가 그 검사를 받아서 아기가 잘못되면, 아기를 안 낳을 건가?’일단 그런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았고요. 임신 중에 내가 좋은 것 먹고 몸가짐 똑바로 하면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기본적인 검사는 보건소를 이용하고 병원은 안 가서 아기가 태어나면서 성별을 알았어요. 아이도 병원이 아닌 조산원에서 낳았는데요. 산모를 돈벌이용 손님취급하는 병원, ‘환자취급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거든요. 산모는 아이를 가진 사람이지 아픈 사람은 아니잖아요.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방식대로 하면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또 비싼 유아용품에 의지하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저처럼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야 해요. 저도 참 유약한 인간이라 혼자는 흔들릴 게 뻔하거든요. 하루에도 수십 번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가 의심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공동체에서 나온다고 봐요. 경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사는 공동체가 아이를 키우고 어른을 어른 노릇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협동조합과 공동체가 저의 큰 관심사랍니다.

 

 

유일한 초음파 사진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수현



3. 엄마/예술가로서 정체성에 대하여 - ‘예술육아에 대하여

- 어떤 예술가가 될 것인가, 혹은 되고 싶은가 (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삶 자체가 예술적인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예술 한다고 일상을 팽개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일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삶을 반영할 수 있는 작업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작업하는 것과 아이 기르는 것이 별개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혹은 되고 싶은가 (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제 목표는 아이의 소리를 잘 듣는 거예요. 아이의 눈을 잘 쳐다보고, 아이의 말소리를 잘 듣고, 아이의 움직임을 잘 보고 그래서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를 사는 엄마가 되는 것. 아이와 함께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 연극인들 사이에선 연극은 보는 거지 하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아기를 예술가로 키울 생각이 있는지요?

이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그런 거겠죠? 글쎄요. 전 가난하게 살아도 괜찮기 때문에 아이가 하고 싶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는데요. ^^; 그리고 제가 키우긴 뭘 키우겠습니까, 지가 알아서 크는 거죠. ㅎ ㅎ

 

IV. 기타

1. 애기하고 처음 맞는 명절의 느낌이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아기가 백일 전에 명절을 맞아서 조금 걱정했어요. 조카들이 감기 걸려 와서 감기를 옮기면 어쩌나,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면 잠은 제대로 잘까. 그런데 명절에 제가 젖몸살이 심하게 와서 사경을 헤맸어요. 그래서 애를 볼 수가 없었는데, 가족들이 돌아가며 안아주고 재워주고 봐주었어요. 방 안에 환자가 있는데도 애 하나 때문에 얼마나 화기애애한 명절이 되었는지......결론은 애 걱정할 거 없고, 내 걱정이나 하자. 가족이 있고 공동체가 있으면 그 안에서 따뜻하고 편안하게 애는 커 나간다. 명절은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2.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

사랑해. 넌 예술이야.


행복한 수현




  1. 참.엄마다운엄마로 같이 성장해나가요♥나또한.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