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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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돌아본 자리, 남겨진 소리: 한석경<섟>
돌아본 자리, 남겨진 소리한석경 리뷰 글_김유빈 40년간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군사시설물을 소리와 무용으로 채운 예술가가 있다. 군인만 오가던 순찰 통로에 인접한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 입주하며 2년 반 동안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작가, 한석경의 프로젝트 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야외 굴다리에서의 거리 공연과 새들 내부의 전시로 나뉘었고, 공연은 2024년 10월 11일, 단 하루만 진행되었다. 고양시 신평동 신평초소굴다리에서 오후 5시부터 약 40분간 펼쳐진 이 공연은 한석경 작가의 연출하에 조아라 배우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채워졌고, 이 공연의 스케치 영상은 전시기간 중 굴다리 옆 무기창고에서 상영되었다. 새들의 전시장에는 신평동 주민들의 이야기로 제작된 음원..
2025.01.23 -
[리뷰]성남, 앰비언트, 플라뇌르: RAINBOW99 <곳곳>
성남, 앰비언트, 플라뇌르RAINBOW99 리뷰 글_김로자 우리는 도시인이다. 그러나 도시를 목격하고 조망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도시로부터의 객관성을 담지한, 완전한 외부자가 아니라 도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도시인으로서 우리의 생활양식을 생산하고, 우리의 행위가 도시를 다시 생산한다. 따라서 우리의 도시적 체험은 내화되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읽으려’ 시도한 이들이 있었다.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같은 이들은 ‘플라뇌르’(fláneur – ‘만보객’, ‘거리산보자’ 혹은 ‘도시산책자’)의 이념형에 가까운 이데올로그들이다. 게오르크 지멜의 경우 근대성의 해명에 관심을 둔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근대성의 현현인 도시에 접..
2025.01.12 -
[리뷰]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 : 호와호 단독공연 <물·해·말>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호와호 단독공연 글 : 임승유 잘 안 보이네. 그럼 귀로 들으면 되지. 그럴 거면 뭐하러 공연장에 와. 음원으로 듣지.뒷줄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을 때 딸깍, 내 안에 질문의 불이 켜졌다. 나는 공연을 보러 온 건가, 들으러 온 건가? 사실 모호가 “Flowing in the rain. We might as well be swimming” 1) 이 부분을 노래할 때 나는 좀 얼어붙는다. 저 금속성의 다정한 목소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고, 왜 그런지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좋아서다. 그 뒤에 이어지는 “The first dive makes you relive”를 듣고서 이호의 목소리구나, 깨닫지만 이미 이호는 그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를 시..
2024.12.20 -
[11월~12월 사이 레터] '잘'하진 못하지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것입니다.
11월 레터를 거의 반 이상을 쓰고 게재하지 못했어요. 11월 레터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잘 ’하진 못해도 하고 있다는,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가?’이라는 자문해 보게 되네요. 연말은 회고의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럼에도 일을 잘하는 것 또 다른 문제 같았어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과연 ‘잘’하는 게 뭘까"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하게 되었어요. 나름 문화예술 분야의 생리도 아는 것 같고 이런저런 일로 일력도 쌓이게 되니 주어진 일에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들은 더 잘해야 하고 새로운 일은 버벅거리면서 해야 하고 (인간이 만능일 순 없지만) 동시다발적인..
2024.12.14 -
[리뷰]벌어진 사이로 흐르는 진동을 향해갈 때: 다이애나밴드<향하는 귀, 흐르는 걸음, 벌어진 사고>
벌어진 사이로 흐르는 진동을 향해갈 때다이애나밴드글_자림 긴 여름이 지나간 홍제천의 시월은 스산하기보다는 시원했다. 보틀팩토리 문을 여니 사람들이 왼편 테이블에 모여 있었고, 시간대별로 나뉜 조를 표시하기 위해 색색의 리본을 잘라 가방이나 팔목 등 보이는 곳에 묶어두어야 했다. 그게 산악회 리본처럼 보여서 마치 내가 비공식적인 목적이 있는 탐험 모임에 들어온 것 같았고 MobMuPlat앱을 설치하며 그 비밀스러운 임무를 부여받는 것 같았다. 같은 색의 리본을 단 우리는 탐험대가 되어, 미지가 된 홍제천을 들으려고 나섰다. 홍제천을 산책하는 이들이 보기에 우리의 모습이 수상하긴 했을 거다. 주황색 모자를 쓴 이의 인솔로 삼삼오오 헤드폰이나 이어폰과 연결된 휴대전화를 휘저으며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
2024.12.13 -
[리뷰]일단 모여서 말해보자면: 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 - 컨템포러리 서커스에 나타난 환경의 의미
일단 모여서 말해보자면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 - 컨템포러리 서커스에 나타난 환경의 의미 글_김민수 혼란한 하루였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다든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가 세차게 짖어댔다든지, 집담회 장소라고 들었던 다목적실을 찾지 못했다든지, 알고 보니 연습실에서 진행한다는 걸 알아냈는데 이상한 문으로 들어갔다든지. 하여튼 혼란한 하루였다. 새삼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에 기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쉬운 길이지만 지도 앱에, 버스정류장의 노선표에, 누군가 보내준 문자에,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물어서야 나는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정표가 없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번 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는 프로듀서그룹 도트의 컨템포러리 마이스터라는 팀에서 서..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