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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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한 방울의 내가>
유실된 그 모든 가능 세계 안티무민클럽AMC 〈한 방울의 내가〉글_박주현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다음 대사로 시작한다. “당신 삶을 이야기로 만들긴 쉽죠. 하지만 그보다 어려운 건 실제 기억을 견디는 거예요. 현실은 냄새 나고 더럽죠. 그리고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도 않아요. 지금 내게 영향을 미치는 건 실제 기억이죠.” 1) 〈한 방울의 내가〉는 물방울의 위태로운 표면 장력과도 같이 기억을 견디는 이야기다. 그것은 관계에 빚진 기억이고, 더는 만나거나 만지지 못하는 몸에 관한 기억이다. 비밀과 약속으로 들어찬 하나의 몸이 유실된 가운데, 그의 몸과 나의 몸이 빚어낸 눈부신 기억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극장은 본래의 쓰임을 다한 (구)대사관저 건물이었다. 두 개의 거실, 한 ..
2024.07.16 -
[인디언밥 5월 레터] 생애라는 시간 너머
두 달에 한 번은 레터를 쓰려고 마음 먹었는데 뭘 했다고 5월 중순이 다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만원 조금 넘는 돈을 세 번 썼을 뿐인데 통장에서 5만원이 빠져나간 것처럼 시간이 숭덩숭덩 지나가고 있습니다. 레터는 핑계고, 사실은 돈을 벌어야하는 나이가 그러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 시간을 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요? 독립예술웹진과 어울리지 않게 돈 얘기로 레터를 열어 사과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최근엔 혜화동1번지에서 하는 안전연극제의 두 작품을 보고 왔습니다. 트렁크씨어터프로젝트의 은 초연을 봤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더 작아졌음에도 근사해진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집단 여기에있다 작품도 일상공간에 대한 익숙하고 낯선 감각을 일깨워주었어요. 그 사이엔 전주국제영화제에도 다녀왔습니다..
2024.05.13 -
[리뷰]구멍에 빠진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 : 배선희<구멍난 밤 바느질>
구멍에 빠진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자배선희글_박주현 1. 집이라는 극장 〈구멍 난 밤 바느질〉은 배선희가 사전 제공한 수기 약도를 따라 배선희의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약도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관성적으로 카카오맵을 따라가다 불현듯 멈춰 섰다. 확대도 되지 않고 건물명을 속속들이 알려주지도 않는 구멍 난 약도에 의지해 걷다 보면, 지리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배선희가 어떤 얼굴로, 어떤 속도로, 어떤 상태로, 어떤 생각에 잠겨 이 길을 걷고 또 걸었는지 지도는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배선희의 수기 약도는 시공간을 압축하여 최적의 지름길로 등 떠미는 대신 여러 경우의 수를 펼쳐 보인다. 지친 배선희, 슬픈 배선희, 기쁜 배선희, 풀 죽은 배선희, 죽고 싶은 배선희, 도망치고 ..
2024.05.02 -
[리뷰]글이 목소리가 될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This is what we think> 북토크
글_이청 리뷰에 앞서, 이따금 문화예술 장애인 접근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할 때가 있다. 그런 자리는 대부분 주최 측에서 유의미한 대화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인사들을 모아주신다. 모든 자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열에 일곱은 비장애인들끼리 머리를 맞댄다. 그럼 나는 한껏 눈치를 보다가 결국 슬쩍 손을 들어 질문할 수밖에 없다. 비당사자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고. 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두 시각장애인이 경험한 공연과 전시에 관한 생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다가오는 온도가 다르다. 물론 책의 서두에 나온 내용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 시각장애인의 견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절실한 시기에 이 책이 뜨겁고도 찬란하게 그 포문을 열었음은 확실하다...
2024.03.18 -
[인디언밥 2월 레터] 우리 웹진 정상운영합니다.
지난 레터에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이런 글 말고 예전처럼 리뷰를 많이 써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거냐고 적어주셔서 이렇게 남깁니다. 2023년 리뷰 부족했던 것 알고 있고 매체 관리 더 잘할게요! 우리 웹진 정상 운영합니다!! 세어보니 2023년 하반기에는 리뷰가 6편 정도 발행됐는데, 상반기에는 1편밖에 올리지 못했더군요. 연초에 작품 발표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기획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탓도 같습니다. 매체가 관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느슨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과정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는 저도 글을 다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지난 12월엔 인디언밥 편집위원 셋이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너무 많은 이별에 노출되어 ..
2024.02.29 -
[인디언밥 12월 레터]연말 원망 인사
2023년 한 해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같은 인사 너무 지겹지 않나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고마웠던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각자의 삶에 감사하는 연말의 풍습이 아주 프로파간다 적이었다는 생각에, 저는 제안하고 싶어졌습니다. 연말 감사 인사 대신 연말 원망 인사를 나눕시다. 내가 이렇게나 불행한데, 이런 세상에 마냥 감사할 수 없다! 저는 더 이상 KBS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아닙니다. 꼬일대로 꼬인 30대가 되어 아주 그냥 원망을 쏟아내 버릴 거예요. 일종의 객기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유난히 작별이 많은 해였습니다. 인디언밥은 라는 제목으로 밀려나는 예술공간들을 다뤘습니다. 플랫폼P, 서울혁신파크, 삼일로창고극장, 원주아카데미극장까지 다뤘던 게 여름이었는데요, 그 사이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202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