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6)
-
[인디언밥 3월 레터] 아차차 너도 나도 파시스트!
안녕하세요, 짧은 지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레터를 씁니다.하늘 위에서 글을 쓰다니, 예전엔 그것이 아주 멋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딘가 노마드적이고 세련된 도시인 같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비행기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미친 마감에 쫓겨 그 짧은 비행 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자판을 두드려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삶이지만, 가까이에선 낭만화되지 않는 생활이라는 게 있는 것이겠죠.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개고생인 것이 비행기에서 글 쓰는 삶이라면, 멋져 보이면 사실 몹시 위험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권력 있다"같은 말을 칭찬이라고 쓰는 시류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처음엔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아티스트의 미모를 추앙하며 쓰던..
2026.03.24 -
[인디언밥 2월 레터]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 반이 넘었지만, 1월은 어쩐지 적응 기간 같지 않나요? “이제 진짜 새해”라며 설날까지 기다렸다가, 아예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조금 더 뭉개보았습니다. 예전엔 3월에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어물쩡거리기도 했으니 아주 늦은 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봅니다. 인디언밥의 세 편집위원은 무려 1년 반 만에 만났습니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new year new me” 를 다짐하며!! 우리의 새출발을 이 레터로 선포!!! 하고 싶지만, 사실 편집위원 채민을 보내주는 자리였습니다. 저와 불나방은 각자의 창작 활동 외에 풀타임 잡을 하고 있고요. 삶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요? 영문도 모른 채 쓸려가는 기분입니다. 새해를 맞아 점이라도 봐야 하는 걸까요? ..
2026.02.19 -
[인디언밥 11월 레터] 한 해를 다 보내고서야
눈을 한 번 깜빡하고 나니 한 해가 다 가버렸습니다. 1월에 올린 몇 편의 리뷰 이후 4월 레터를 제외하면 인디언밥은 한 편의 글도 만들어내지 못했고, (적어도 제가 합류한 뒤로는) 처음으로 독립예술집담회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반기의 침체를, 집담회를 계기삼아 다시 끌어올려볼까 생각도 했는데…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눈을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지난해 공공영역에서 밀려나는 예술공간들을 다루고, 지난해 자생적 비평 매체들의 만남을 꾀했던 독립예술집담회를, 공공영역에서 비평의 장 역할을 하던 연극in이 중단된 올해 했어야했는데….눈 깜빡하니 프린지도 지났고, 한 번 더 깜빡하니 갑자기 다시 재발행한다고 하네요. 영문을 모르..
2025.11.14 -
[인디언밥 4월 레터] 어울리지 않는 삶
안녕하세요. 4월이 다 가서 2025년 첫 레터를 씁니다. 사실 지난 12월에 올릴 레터를 썼는데, 불나방의 레터가 늦어지기도 했고, 제가 미리 써두었던 글도 12월에 있었던 일련의 거대한 사건들로 인해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되어 하드에 넣어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눈 감았다 뜨니 4월이 다 갔네요. 인디언밥 편집위원들은 매년 연초에 만나 식사를 한 번씩 하는데 올해는 그것도 하지 못했어요. 각자의 일상으로 바쁜 봄입니다. 저는 독립예술 어쩌구를 잠시 가을로 미뤄두고 우선 여름 음악 축제를 만들러 기업에 들어왔습니다. 사주에선 제게 프리랜서가 더 어울린댔는데, 잠시라도 규칙적인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그것이 제게 지속가능성을 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생리란...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나름 공..
2025.04.30 -
[11월~12월 사이 레터] '잘'하진 못하지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것입니다.
11월 레터를 거의 반 이상을 쓰고 게재하지 못했어요. 11월 레터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잘 ’하진 못해도 하고 있다는,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가?’이라는 자문해 보게 되네요. 연말은 회고의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럼에도 일을 잘하는 것 또 다른 문제 같았어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과연 ‘잘’하는 게 뭘까"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하게 되었어요. 나름 문화예술 분야의 생리도 아는 것 같고 이런저런 일로 일력도 쌓이게 되니 주어진 일에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들은 더 잘해야 하고 새로운 일은 버벅거리면서 해야 하고 (인간이 만능일 순 없지만) 동시다발적인..
2024.12.14 -
[인디언밥 8월 레터]이야기는 스스로 넓어져서
안녕하세요, 2장의 싱글 음반을 내고 2번의 공연을 하고, 축제 2개를 마치고 돌아온 엠케이입니다. 엄청 대단하게 일하고 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사실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잤습니다. 여전히 2024년의 2/3가 다 갔다는 게 믿기지 않고요. 소나기를 직감하고 음향장비에 비닐을 치러 달려가는 축제 무대감독처럼 시간이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붙들고 앉아 시간을 들여야 할 수 있는 일과 달리, 그저 시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텍스트의 의미를 한참 뒤에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 공연을 만들면서 저와 동료는 이주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고, 왜 그 얘길 하고 싶냐는 질문을 주고 받았고, 나고 자란 도시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감각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품..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