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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 : 호와호 단독공연 <물·해·말>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호와호 단독공연 글 : 임승유 잘 안 보이네. 그럼 귀로 들으면 되지. 그럴 거면 뭐하러 공연장에 와. 음원으로 듣지.뒷줄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을 때 딸깍, 내 안에 질문의 불이 켜졌다. 나는 공연을 보러 온 건가, 들으러 온 건가? 사실 모호가 “Flowing in the rain. We might as well be swimming” 1) 이 부분을 노래할 때 나는 좀 얼어붙는다. 저 금속성의 다정한 목소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고, 왜 그런지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좋아서다. 그 뒤에 이어지는 “The first dive makes you relive”를 듣고서 이호의 목소리구나, 깨닫지만 이미 이호는 그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를 시..
2024.12.20 19:00 -
[11월~12월 사이 레터] '잘'하진 못하지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 것입니다.
11월 레터를 거의 반 이상을 쓰고 게재하지 못했어요. 11월 레터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잘 ’하진 못해도 하고 있다는, 살아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부지런히 살았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가?’이라는 자문해 보게 되네요. 연말은 회고의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럼에도 일을 잘하는 것 또 다른 문제 같았어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과연 ‘잘’하는 게 뭘까"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하게 되었어요. 나름 문화예술 분야의 생리도 아는 것 같고 이런저런 일로 일력도 쌓이게 되니 주어진 일에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들은 더 잘해야 하고 새로운 일은 버벅거리면서 해야 하고 (인간이 만능일 순 없지만) 동시다발적인..
2024.12.14 13:00 -
[리뷰]벌어진 사이로 흐르는 진동을 향해갈 때: 다이애나밴드<향하는 귀, 흐르는 걸음, 벌어진 사고>
벌어진 사이로 흐르는 진동을 향해갈 때다이애나밴드글_자림 긴 여름이 지나간 홍제천의 시월은 스산하기보다는 시원했다. 보틀팩토리 문을 여니 사람들이 왼편 테이블에 모여 있었고, 시간대별로 나뉜 조를 표시하기 위해 색색의 리본을 잘라 가방이나 팔목 등 보이는 곳에 묶어두어야 했다. 그게 산악회 리본처럼 보여서 마치 내가 비공식적인 목적이 있는 탐험 모임에 들어온 것 같았고 MobMuPlat앱을 설치하며 그 비밀스러운 임무를 부여받는 것 같았다. 같은 색의 리본을 단 우리는 탐험대가 되어, 미지가 된 홍제천을 들으려고 나섰다. 홍제천을 산책하는 이들이 보기에 우리의 모습이 수상하긴 했을 거다. 주황색 모자를 쓴 이의 인솔로 삼삼오오 헤드폰이나 이어폰과 연결된 휴대전화를 휘저으며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
2024.12.13 14:13 -
[리뷰]일단 모여서 말해보자면: 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 - 컨템포러리 서커스에 나타난 환경의 의미
일단 모여서 말해보자면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 - 컨템포러리 서커스에 나타난 환경의 의미 글_김민수 혼란한 하루였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다든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가 세차게 짖어댔다든지, 집담회 장소라고 들었던 다목적실을 찾지 못했다든지, 알고 보니 연습실에서 진행한다는 걸 알아냈는데 이상한 문으로 들어갔다든지. 하여튼 혼란한 하루였다. 새삼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에 기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쉬운 길이지만 지도 앱에, 버스정류장의 노선표에, 누군가 보내준 문자에,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물어서야 나는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정표가 없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번 컨템포러리 서커스 집담회는 프로듀서그룹 도트의 컨템포러리 마이스터라는 팀에서 서..
2024.11.15 18:58 -
[리뷰] 남하나가 평면으로 대화하는 법- 남하나 개인전 《몸이 말하려 할 때》 (별관, 2024)
남하나가 평면으로 대화하는 법남하나 개인전 《몸이 말하려 할 때》 (별관, 2024) 글. 더블데크웍스(강재영 김솔지)1. 대화의 방법‘불나방’. 공연과 축제를 만들어온 그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세우고 전시를 열었다. 지난 2월 열린 《몸이 말하려고 할 때》(별관, 2024)는 문화기획자로 더 잘 알려진 불나방이 ‘남하나’라는 이름 아래에 모아두었던, 자신으로부터 발화한 이미지를 바깥으로 드러내는 작가 활동의 신호탄이었다. 남하나의 작업은 그녀의 엄마가 몸으로 말해버린 것들로부터 시작됐다. 작가는 10여 년 넘게 대형마트에서 근무해 온 엄마의 몸에서 징후를 듣고 보아왔다. 퇴사를 (당)한 엄마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신체의 감각적 고통으로 옮겨가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하게 된 ..
2024.11.02 22:23 -
[리뷰]지도 위 파란 점, 그 아래 이야기 : 민수민정
지도 위 파란 점, 그 아래 이야기민수민정 글_루시 작은 갤러리에 모인 당신들을 둘러본다. 이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해 찾아왔을 사람들. 누군가는 지하철을 반대로 탔을 테고, 누군가는 한 정거장 먼저 내리는 바람에 오래도 걸었을 테다. 지도 위 파란 점이 우리를 쫓는 건지, 우리가 파란 점을 쫓는 건지도 모른 채로 이곳에 와있다. 파란 점은 곧 GPS. 시스템. 인공위성은 무미건조하게 우리가 길을 잃고 찾으며 이곳에 온 것을 본다. 인공위성은 지금 우리를 이상하리만치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 있다. 지도에는 표시할 수 없는 오랜 과거부터 만들어 온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 민수민정의 이야기가 전시장의 흰 벽 위로 펼쳐진다. 시..
2024.10.02 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