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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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쌕쌕, 웅웅, 똑딱, 띵! : 프로젝트 산파 <Sonic Poem>
쌕쌕, 웅웅, 똑딱, 띵!프로젝트 산파 리뷰 글_김강리 공기 펌프가 쌕쌕거리며 숨을 쉰다. 허덕거리며 점점 빨라지는 숨소리. 그러나 그는 풍선을 영영 놓쳐버린 모양이다. 풍선이 공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듯 우스운 소리만 남았다. 텅 빈 공간을 전자악기들이 천천히 채웠다가 사라지자, 세 사람이 순서대로 무대에 오른다. 세 사람은 천장에 매달려 진자운동을 하는 마이크 앞에 선다. 좌우로 흔들리는 마이크가 모은 소리는 웅웅, 낮은음을 키워간다. 낮아지는 음만큼이나 점점 무거워지는 몸, 세 사람은 차례로 내려앉는다. 하나, 둘, 그리고 전부. 세 명의 사람이 주고받는 말과 말 사이에서 청년(예술인)의 경험이 나열된다. 나태하게 누워만 있지 않기, 쉬는 날 죄책감 느끼기, 다른 사람 인스타그램 보면서 좌절하기……..
2026.03.07 -
[리뷰]없음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영원: 민수민정<생애라는 시간 너머>
없음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영원민수민정 리뷰 글_유경 어릴 적, 나는 내가 사라질까 봐 잠 못 이루고는 했다.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죽음의 상태를 상상하며 겁에 질렸다. 그렇게 되면 내가 사랑하는 것을 영영 다시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몸이 자주 무거워지고는 했다. 나는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알면서도, 동시에 자주 끝에 대해 무서워하고 슬퍼하는 겁 많은 어른으로 자랐다. 자꾸만 많은 걸 사랑하고, 나의 세상에 데려오고, 떠나면 아파하며 그 사랑이 없는 남겨진 삶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아트포랩에서 발표된 민수민정의 는 내게 무척 무서웠던 ‘사라짐’을 재정의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생애, 오히려 그 너머 영원으로 향할 수 있는 ‘없음’을 이야기해 본다. 생애라는 건 이 ..
2025.12.11 -
[리뷰] 아이 ( ) Eye ( ) I ( ) 愛 : 황바롬 개인전 «사이의 아이»
아이 ( ) Eye ( ) I ( ) 愛황바롬 개인전, «사이의 아이» 전시 리뷰 글_조 은 고백하건대, 이 원고의 첫 문단은 필자가 탈고를 앞둔 시점에 가장 마지막으로 작성한 내용이다. 뒤이어 이어지는 글들의 흐름이 한 전시의 비평이라기엔 성글게 짜여 구멍이 숭숭 뚫린 어설픈 목도리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원고의 맵시를 지나치게 다듬어가며 쓰고 싶지는 않았다.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놓인 조건과 감각을 가능한 한 원고에 함께 담고 싶었다. 그것은 엄마들의, 혹은 돌봄 수행자들의 흩어진 목소리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수시로 침범하는 (심지어는 반복적이기까지 한) 요청과 방해는 그들의 몸과 시간에 생채기를 ..
2025.12.10 -
[리뷰]돌아본 자리, 남겨진 소리: 한석경<섟>
돌아본 자리, 남겨진 소리한석경 리뷰 글_김유빈 40년간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군사시설물을 소리와 무용으로 채운 예술가가 있다. 군인만 오가던 순찰 통로에 인접한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새들’에서 입주하며 2년 반 동안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작가, 한석경의 프로젝트 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야외 굴다리에서의 거리 공연과 새들 내부의 전시로 나뉘었고, 공연은 2024년 10월 11일, 단 하루만 진행되었다. 고양시 신평동 신평초소굴다리에서 오후 5시부터 약 40분간 펼쳐진 이 공연은 한석경 작가의 연출하에 조아라 배우의 소리와 움직임으로 채워졌고, 이 공연의 스케치 영상은 전시기간 중 굴다리 옆 무기창고에서 상영되었다. 새들의 전시장에는 신평동 주민들의 이야기로 제작된 음원..
2025.01.23 -
[리뷰]성남, 앰비언트, 플라뇌르: RAINBOW99 <곳곳>
성남, 앰비언트, 플라뇌르RAINBOW99 리뷰 글_김로자 우리는 도시인이다. 그러나 도시를 목격하고 조망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도시로부터의 객관성을 담지한, 완전한 외부자가 아니라 도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도시인으로서 우리의 생활양식을 생산하고, 우리의 행위가 도시를 다시 생산한다. 따라서 우리의 도시적 체험은 내화되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읽으려’ 시도한 이들이 있었다.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같은 이들은 ‘플라뇌르’(fláneur – ‘만보객’, ‘거리산보자’ 혹은 ‘도시산책자’)의 이념형에 가까운 이데올로그들이다. 게오르크 지멜의 경우 근대성의 해명에 관심을 둔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근대성의 현현인 도시에 접..
2025.01.12 -
[리뷰]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 : 호와호 단독공연 <물·해·말>
스위밍에서 끝내지 않고 한 번 더 스위밍이라고 하는:호와호 단독공연 글 : 임승유 잘 안 보이네. 그럼 귀로 들으면 되지. 그럴 거면 뭐하러 공연장에 와. 음원으로 듣지.뒷줄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을 때 딸깍, 내 안에 질문의 불이 켜졌다. 나는 공연을 보러 온 건가, 들으러 온 건가? 사실 모호가 “Flowing in the rain. We might as well be swimming” 1) 이 부분을 노래할 때 나는 좀 얼어붙는다. 저 금속성의 다정한 목소리를 어떻게 할지 몰라서고, 왜 그런지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만큼 좋아서다. 그 뒤에 이어지는 “The first dive makes you relive”를 듣고서 이호의 목소리구나, 깨닫지만 이미 이호는 그 특유의 목소리로 노래를 시..
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