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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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글이 목소리가 될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 This is what we think> 북토크
글_이청 리뷰에 앞서, 이따금 문화예술 장애인 접근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할 때가 있다. 그런 자리는 대부분 주최 측에서 유의미한 대화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인사들을 모아주신다. 모든 자리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열에 일곱은 비장애인들끼리 머리를 맞댄다. 그럼 나는 한껏 눈치를 보다가 결국 슬쩍 손을 들어 질문할 수밖에 없다. 비당사자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고. 는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두 시각장애인이 경험한 공연과 전시에 관한 생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다가오는 온도가 다르다. 물론 책의 서두에 나온 내용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모든 시각장애인의 견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절실한 시기에 이 책이 뜨겁고도 찬란하게 그 포문을 열었음은 확실하다...
2024.03.18 -
[리뷰]향해가는 페이크 : 다이빙라인<단델re:ON>
향해가는 페이크 다이빙라인 글_허영균 re:ON 관람 후의 감상을 적기 위해 한참 후에 책상에 앉았다가 이 공연을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뒤늦게 궁금해하게 되었다. 창작집단 다이빙라인은 2019년을 시작으로 을 제외하고도 일곱 편이 되는 작품을 발표했다. 의 제목을 받아 보고는 한글과 영어를 혼합하여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내려는 표기에 재미있는 감상을 품었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도 적극적으로 기호를 사용해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떤 동일성이랄까에 반가움을 느끼게 되었다. 문구/텍스트지만 기호성을 품고 있는 이들의 제목은 웹에서 무수히 보았으며, 생성하고, 스러진 이미지를 향해가는 어떤 것 같다. 동시에 ‘동시대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아도, 아주 동시대적인, 우리 시대의 것만인 폐쇄된 시간감 또한 느끼게 한다...
2023.12.28 -
[리뷰]기택 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 <故 임기택 님의 9개월이 2023년 9월 14일 00시 00분 별세하였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기택 님,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글_배선희 ‘그 사람 요즘 어떻게 지내지?’ 연락할 사이는 아니지 싶다가도 문득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 올해 내게 기택 님은 ‘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극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 나누던 기택 님이, 인스타를 켤 때마다 프로필 사진의 동그란 테두리가 빨갛게 빛나며 반짝이던 기택 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나는 그가 요즘 통 안 보인다는 사실을 한참이나 지나서야 알아차렸다. 사람들은 종종 SNS를 지우기도 하니까, 기택 님도 인스타를 지우셨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게 아주 오랜만에 DM을 받았을 때, 사뭇 놀라고 당황하였다. “제가 지난 9개월여 동안 잘 못 지냈는데요(?) 다행히 이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되어서 가까..
2023.12.15 -
[리뷰]영화가 보여질 때: <영화의 사도들>
영화가 보여질 때 글_박동수 리뷰에 앞서 아프리카 영화에 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기나긴 식민지 역사 속에서 아프리카 각국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화적 대상이거나, 제국주의적 프로파간다를 위한 영화만이 생산되거나, 프랑스령 식민지의 경우처럼 영화제작 자체가 금지되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나둘씩 독립하기 시작한 1960~70년대가 되어서야 독립적인 영화제작이 시작되었으며, 영화사가들은 우스만 셈벤(Ousmane Sembène)의 (1966)을 최초의 아프리카 영화로 꼽는다. 이후 (1972)의 사라 말도로르(Sarah Maldoror), (1973)의 지브럴 좁 맘베티(Djibril Diop Mambéty), (1987)의 슐레이만 시세(Souleymane Cissé) 등이 등장했고, 아프리카 작가주..
2023.10.10 -
[리뷰]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2023변방연극제>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리뷰 김기일 *필자는 어떤 계기로 2023년 7월 7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된 ‘2023 서울변방연극제’의 모든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보았던 모든 공연이 인상 깊었지만, 정주행한 관객의 입장에서 특별히 오래 마음에 남았고, 또 내 안에서 나만의 특별한 서사가 그려졌던 극장 밖 작업들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 글은 비평보다는 기행문, 리뷰보다는 관객 1인의 체험 혹은 모험담이다. #1 2023년 7월 8일, 변방농장 @고양찬우물농장 내 텃밭 ‘마요문명’ “자연 환경으로부터 인간이 완벽히 보호되지 않습니다. 가령, 모기, 벌레, 더위 등이 공존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실 나는 공연 예매 확인 문자..
2023.10.05 -
[리뷰] 베리어 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우리에게 연극이란 가능성 입니다. 누가 그렇게 free 할까 : 배리어 컨셔스 “배리어컨셔스연극_”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한 유보직종인 ‘국가공인안마사’를 다룬 작품으로, 시각장애 당사자인 극작가 겸 연출가와 배우, 비장애인 배우, 연주자 스텝들이 기획에서부터 제작, 홍보, 현장까지 호흡을 맞추며 진행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세 국가공인안마사와 각자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마치 옴니버스 활극처럼 경쾌하게 엮어 선보였죠. 그리고 작품의 제목 앞에는 ‘배리어컨셔스’라는 말이 뗄 수 없는 수식어처럼 붙어있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요즘입니다, 라고 시작하려다 말을 멈춥니다. 마을의 활동가로, 관계 집단의 기획인력으로, 개인 창작자로 지내면서, 종종 가..
202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