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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꺼이, 시끄럽기를 선택한 극장 : 삼일로창고극장 기획사업 ‘창고포럼’ 리뷰
기꺼이, 시끄럽기를 선택한 극장 삼일로창고극장 기획사업 ‘창고포럼’ 리뷰 임현진 (삼일로창고극장 공동운영단) 삼일로창고극장은 참 오래된 극장이다. 수많은 시간을 거치며 기억과 이야기를 쌓아왔다. 올해의 기획사업 ‘창고개방’에서는 삼일로창고극장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며 ‘불사조’를 극장의 마스코트로 삼기도 했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운영하는 극장이 되기까지 여러 변곡점을 거치며 재개관을 여러 번 거듭해왔다는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을까. 극장을 매번 다시 일어서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올해의 ‘창고포럼’은 극장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한 대화의 자리를 열었다. 극장의 사람들은 극장을 참 사랑한다. 맹목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극장을 생각하고, 극장에 대한 꿈을 꾸고, 극장..
2023.01.19 22:08 -
[리뷰]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방안의 맘모스>
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글_자림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을 열면, 꼭 당신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차마 손을 뻗기도 전에, 나는 그것을 예감했습니다. 이상하죠.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로 당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 난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요. 기묘하게도, 내가 밟고 서 있는 이곳이 당신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는 '맘모스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던 청주 중앙시장 상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시다. 1970년대 구 청주역 인근의 집창..
2023.01.08 17:13 -
[인디언밥 12월 레터]우린 아직 알 수 없지만
12월입니다. 어떻게 한 해가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잘 지내셨나요? 지난 한 달 간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1년 간의 인사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레터를 적고 있는 이 카페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해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할 나이는 아니지만, 연말의 즐거움이란 이런 뜻 모를 기대감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인디언밥은 지난 한 해 동안 26편의 글을 발행했더라고요. 지원사업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던 작년보다는 적지만 선방한 한 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론 꼭 다루고 싶었던 장르를 기록할 수 있어 기뻤고, 새로운 필자님들과 연을 맺기도, 기고문을 제안받아 지면을 내어드릴 수도 있어 뿌듯했습니다. 아, 레터를 꾸준히 쓴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었어요. 1년에 한 번 ..
2022.12.24 08:28 -
[리뷰]헝거스톤, 눈물이 맺힌 렌즈 사이로: 콜렉티브 뒹굴 <꿈의 방주:Hunger Stone>
헝거스톤, 눈물이 맺힌 렌즈 사이로 콜렉티브 뒹굴 글_윤석 9월 24일을 하루 앞두고 본 연극 헝거스톤은 내가 삼 년에 걸쳐 열심히 잠재워놓은 어떤 심기를 심히 거슬렀다. 다음날 전국에서 3만 5,000명이 모인 924기후정의행진 사이에서 그 마음을 살펴야 했다. 답을 찾아서 열심히도 걸었다. 헝거스톤은 일종의 사기극이다. 팜플렛에 적혀있는 수 명의 배우들은 온데간데없고, 객석 안내자(지나고 보니 연기를 하던) 김정은 배우 혼자 독백을 이어가더니 마지막에는 춤도 추고 랩도 하며 짱 멋있게 퇴장한다. 허탕하고 충격에 휩싸인 채 나오는 길에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성지수 연출가가 “오보요. 오보.”하며 정정된 다른 팜플렛을 쥐여준다. 고양이가 그려진 짱아찌도 줘서 잘 먹었다. 같이 본 친구는 끝날 때까지 연극..
2022.12.18 00:19 -
[리뷰]존재론적 회색지대를 마주할 때: 오헬렌,
존재론적 회색지대를 마주할 때 오헬렌 글_전대한 ‘음악 작품’이란 무엇일까? 혹은 우리는 ‘음악 작품’이라는 표현을 통해 무엇을 지칭하는가? 이는 너무 당연한 것을 묻는 것만 같아서, 왠지 바보 같아 보이는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연히 그 답은 ‘지금 들려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러한 답변에도 여전히 동일한 물음이 남는다. 그렇다면 ‘지금 들려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에 대한 전통적인 답변은 ‘연주’일 것이다. 라이브로 연주되어 실시간으로 청자에게 생생하게 포착되는 소리 사건과 음악 작품을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어떤 곡의 연주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수차례 시도된 연주(들) 중에서 음악가 스스로 가장 완전하다..
2022.11.11 22:00 -
[인디언밥 11월 레터] 괜찮지 않은 당신을 조금 더
안녕하신가요. 레터를 써놓고 마무리와 퇴고를 위해 잠시 묵혀두는 며칠 사이 10.29 참사가 있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리느라, 준비하던 축제가 미뤄지며 새로 생긴 일들을 처리해내느라, 또 ‘그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올리면 안 될 글 같아서’ 머뭇거리는 바람에 11월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올려봅니다. 다른 맥락으로 의미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그새 유머감각을 잃어 제 슬픔은 더 이상 재밌지 않으니, 보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것은 트리거 워닝입니다. 전 지난 9월 레터를 쓰고 아주 안 인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르세라핌과 이찬혁, 슬기님의 신보를 열심히 들었고, 올림픽공원에서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공연도 보았습니다. 트위터를 줄이고 인스타그램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은 틱톡 댄스 챌린지나..
2022.11.07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