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자립과 언더그라운드, 그 진정한 의미의 (난)장 - 51+페스티벌 2013"

2013. 4. 26. 09:24Feature

 

가자! 문래로, 오라! 인디여.

"자립과 언더그라운드, 그 진정한 의미의 (난)장

51+페스티벌 2013"

 

글_나그네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인디음악'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며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호기심에서 그치고 더 이상의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의 '좀 더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를 하고, 전달을 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

"인디 밴드"란, 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을 만들기 위하여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그룹 혹은 밴드를 뜻하는 것으로, 여기서의 '인디'란 영어로 Independent, '독립적인'이라는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트렌드나 외부환경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으로 인디 음악은 20세기 중반 미국, 유럽 등의 소규모 저예산 음반사들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우리가 즐겨 듣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 중 상당수가(이를테면 Radiohead, U2) 인디 아티스트로 분류되어 있다. 즉 인디=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개념도 정리를 해보자면, 인디는 자본이나 음악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개념이라면 "언더그라운드"는 Under Ground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활동 영역에 대한 개념으로, 주류 문화(mainstreem)에서 벗어나 비주류적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위에서 이야기했던 Radiohead와 같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인디 성향을 가졌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경우 락음악이 주류문화에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라고 보기 힘들게 된다.

이를 좀 더 가까운 한국의 사례에 적용해보자면, 국카스텐이나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팀이 인디 음악가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이것도 소속사 혹은 인디레이블이 아티스트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느냐에 따라 논의가 일어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음악을 알고, 듣고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주류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디음악가'는 TV에서 쉽게 볼 수 없고, 보통 홍대에서 밥을 굶어가며 힘들게 활동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음악문화의 특성 상, 댄스 음악이나 발라드 음악이 한국 음악 시장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고 있고, 이를 벗어난 음악에 대해서라면 대중들이 그 기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두지 않기 때문에 두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인디와 언더의 정의가 분명 다르지만, 한국 음악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둘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도 힘들다. 각종 락 장르와 일렉트로닉 음악은 아직 대중들이 주목하는 주류 문화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힘들고(최근 들어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디 아티스트들은 그러한 장르의 음악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언더그라운드에 머물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디 음악가들의 권리와 추구하는 바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확립되어 있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에 따라 아티스트들이 직접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에 더해, 진정한 의미의 independent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무언가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등장한 몇 가지 움직임 중 하나가 바로 '자립음악생산조합'이다.

 

 

(출처 : 자립음악생산조합 홈페이지, http://www.jaripmusic.org)

 

홍대앞 철거농성장 두리반을 돕고자 뜻을 모았던 음악가들의 모임에서 시작되어, 2011년 8월 이후 공식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소규모 음악생산자들이 생산 활동을 하는데 좀 더 자유롭고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음악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다. 이에 더해 음악가들 뿐만 아니라, 음악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소규모 생산자들에게도 참여의 길을 열어두고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합은 각종 공연과 음반제작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은 '51+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출처 : 51+ 페스티벌홈페이지, http://51plusfestival.com/)

 

올해로 4회 째를 맞게 된 51+ 페스티벌은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뿌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가 있다. 동교동 삼거리에서 강제철거에 맞서 농성하던 칼국수집 '두리반'을 돕기 위해 처음 시작된 것으로, 그 중 지속적인 연대를 도모하고자 했던 음악가들이 모여 자립음악생산조합을 결성하였고, 조합의 기획 아래 51+가 매년 열리게 되었다. 그들은 "인디가 아닌 자립, 그리고 인디가 아닌 언더그라운드를 향한 전진"이라는 구절을 이 축제를 통해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위에서 이야기했듯 한국 현실에서 인디라는 것이 너무 광범위하게, 혹은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에서 기인한다. '자립'적이고 '언더그라운드'에 활동 영역을 두고 있는 음악가들을 위한 축제라고 밝힘으로써 그들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진정 Independent한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하겠다는 목표에 맞게, 51+페스티벌에는 특정 기획사나 기업의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음악 페스티벌이 지나친 기업과의 연계로 인해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완전히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더 나아가, 일반 음악 페스티벌이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고 페스티벌 현장에 기업의 부스를 설치하도록 해주었다면(바로 위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51+페스티벌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부스를 설치하고, 축제 운영을 도운 스텝들에게도 자원활동가가 되어줄 것을 요구하지 않고, 그들의 노동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음악과 문화를 넘어서 노동의 범주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자립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 51+ 홈페이지, http://51plusfestival.com/)

 

이러한 51+페스티벌은 올해로 4회째를 맞게 되면서,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더해 일렉트로닉 계의 '영기획'과 하드코어/펑크 계의 '비싼트로피 레코드' 등이 합세하여 기존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점진적으로 세력 범위를 확장하고 그를 견고히 하는 것을 도모하였다.

 

51+에는 축제 이름에 걸맞게 매년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51개의 팀이 참여를 하는데,

이번 51+페스티벌 4회의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stage a ; 2up(japan), .나후, 더 베거스, 더 키치스, 라자루스 벤데타, 룩앤리슨, 마라, 명령27호, 반란, 서교그룹사운드, 스컴레이드, 자이언트베어, 지니어스, 흑염소

stage b ; 11;11, .59, GRAYE(군산), RMHN, C!RCUIT, 굴소년단,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로보토미, 싸이코반, 야마가타 트윅스터, 오대리, 요한 일렉트릭 바흐, 위댄스, 휴

stage c ; 401, ECE, 논, 로다운30, 마치킹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영신호, 쾅프로그램, 파블로프, 피기비츠, 헬리비젼, 황보령=smacksoft

stage d ; 곽푸른하늘, 김목인, 김일두, 김태춘, 마릐한(of 부나비), 사이, 시와, 우민, 유카리, 하헌진

 

라인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쿠스틱 음악을 하는 이들부터 강한 하드코어 락을 하는 이들까지 장르의 범위가 전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우리 페스티벌은 이런 장르를 지향하니깐 다른 장르를 하고 있다면 참여할 생각 하지마”라며 은연 중에 벽을 세워두고 있는 여타의 페스티벌과는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또 간간히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오는 아티스트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이 축제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인디음악의 본거지인 ‘홍대 앞’을 넘어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이 열리는 공간인 '문래예술공장' 역시 홍대 앞을 벗어난 영등포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창작공간으로, 국내외 다양한 종류의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창작센터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이 역시 4년째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출처 : 문래예술공장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mullaeartspace)

 

따뜻한 봄날, 좋은 공간에서, 다양한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엇보다 뚜렷한 목표의식과 한국 문화에 꼭 필요한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페스티벌을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2013 51플러스 페스티벌 "2013 51+ FESTIVAL"

  일시 : 2013. 5. 4 토요일 오후 3시 ~

  장소 : 문래예술공장

  공식 사이트 : http://51plusfestival.com

  공식 트위터 : http://twitter.com/51plusfestival

  공식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51plusfestival

  공식 이메일 : 51plusfestival@gmail.com

  주최 : 자립음악생산조합, 영기획YOUNG,GIFTED&WACK, 비싼트로피 레코즈

 


 뜻이 맞는 언더그라운드 음악계 신진세력들의 연합 축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실질적인 기획 단계부터, 영기획과 비싼트로피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기획은 일렉트로닉 계에서, 비싼트로피는 하드코어/펑크 DIY 계에서 각각 좋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언더그라운드의 확장과 신진 세력들과의 더욱 강한 멤버십 구축이라는 목표에 어울리고, 동의할 수 있는 이들을 모았다. 더욱 완성도 있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있다. 한편,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부스를 설치하는 등 노동/문화/청년운동과의 연계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연대는 우리의 가장 큰 힘이다. 우리는 이것이 하나의 운동(movement)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신진 아티스트부터 중견 밴드까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로컬 네트워크로

<<2013 51플러스 페스티벌>>에는 총 51팀의 밴드 혹은 개인이 참여하고 있다. 장르나 성향 상으로 볼 때는,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 중 강하게 메이저를 지향하는 음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험적인 즉흥연주부터 일렉트로닉, 하드코어, 펑크, 메탈, 록큰롤, 포크까지 적절하게 안배되어 있다.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중견 밴드들부터 갓 씬에 입성하고 있는 새로운 아티스트들까지 골고루 포진되어 있다. 성실하게 좋은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51+의 뜻에 동의하며, 지금 이 음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단되는 아티스트들이라면 제한없이 참가를 요청했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로컬 씬에서의 참여도 늘어났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아티스트 중 5분의 1을 차지하는 10개 팀이 각각 부산과 청주, 군산, 대구, 괴산 등에서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다. 멀리 일본에서 찾아오는 노이즈 록 듀오 2up도 도쿄 출신의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다. ‘홍대앞’이라 명명되는 좁은 씬을 넘어 먼저 국내의 로컬 씬,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의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션과 뮤지션 혹은 뮤지션과 관객 사이의 실질적인 교류로서, 51+는 하나의 역할을 해내야한다.*

 음악가가 직접 만드는 DIY 페스티벌 "우리에게는 돈 대신 ‘이유’가 있다"

<<2013 51플러스 페스티벌>>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대형 기획사나 대자본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음악가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페스티벌이란 기조를 이어간다. 그리고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순수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 대부분을 음악가들과 나눈다. 페스티벌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스탭에게도 자원봉사를 요구하지 않으며, 소정의 임금을 지급한다. 음악가도 한편으로는 노동계급의 일원, 혹은 노동자기도 하다는 2010년 5월 1일, 메이데이의 슬로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페스티벌의 난립을 목도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이 커진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버블 같은 것인지 우리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렇든 말든, 우리는 여지껏 해왔듯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직접 만든다. DIY나 언더그라운드라는 말을 그저 소비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어쨌건 지금은 2013년, 우리는 다시 한 번의 51+를 준비하고 있다. 그저 그런 페스티벌 중 하나로 끝날 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트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했듯, 우리는 계속 우리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