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극(4)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쏭노인 퐁당뎐」- ② 실패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별자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대형거리인형퍼포먼스 「쏭노인 퐁당뎐」 - ② 실패의 순간들이 만들어내는 별자리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사실 5월이면 출범할 우리의 은 우리가 결과물까지 가기 위해 거쳤던 수많은 과정과는 아주 동떨어진 모습일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그렸던 거친 스케치들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결과물 속에 어떻게든 스며들어 있다고 여기며 연관성을 찾아내 위안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애써 한 점으로 연결시키는 대신에 산산이 흩어져 있는 실패의 순간들을 그 자체로 바라보길 원한다. 우리의 실패의 순간들은 마치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별빛들 중 사실은 이미 죽어버린 별들이 발산하는 별빛 같다. 나는 실존하지 않는 것들의 빛을 찾아내 별자리를 긋고..
2011.03.30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우리의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
우리의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③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의 중간 과정은 참 들여다볼수록 별 것 아닌 단순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자르고, 붙이고, 아니다 싶으면 떼어내고, 다시 생각해서 그려보고, 또 다시 톱질 가위질 쓱싹쓱싹…. 옆에서 우리의 작업을 바라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왜 이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작업의 중반쯤에는 나를 비롯한 스테프 뿐 아니라, 그냥 흥미로워하는 사람들까지 무작정 인형 만들기에 뛰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 여기에서 온종일 스티로폼 조각들을 날리며 글루건에 범벅이 된 채 본드로 붓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곧 다다르게 될 거대하고 기이한 모습의 인형극..
2010.12.10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나와 너의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에
나와 너의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에 - 화천의 뛰다와 호주의 스너프 퍼펫이 여는 대형 야외 인형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②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연극은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구분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장르이다. 예쁘게 보일 수 있는 기술을 소지한 사람이 예술가라면, 즉 형식화의 기술을 가진 이가 예술가라면, 연극은 협업의 특성 상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그 특수한 기술을 나누는 순간을 반드시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에서, 누구의 아이디어 혹은 누구의 기술이었는지 잊어버리는 가운데에서, 갑자기 나의 것 혹은 너의 것도 아니며, 동시에 나와 너의 것이기도 한, 작품이란 '녀석'이 솟아오르는 것이 연극이다. 뛰어난 앙상블은 때때로 나와 너의 구분이 완전히 무너지는 ..
2010.12.06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스물 네 사람에게 다가올 열흘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생길까?
스물 네 사람에게 다가올 열흘 동안 과연 무슨 일이 생길까? -화천의 뛰다와 호주의 스너프 퍼펫이 여는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①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내가 강원도의 산간오지 화천으로 이사 와서 자주 느끼게 되는 도시 삶과의 차이 하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의 체험이다. 도시에서는, 서울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이용 가치를 증거 하는 내용들(나이, 학력, 경제력 등등)이 나의 뒤에 나보다 더 큰 레테르로 붙어 있는 것처럼 살아왔고, 나 역시 타인을 세상을 그렇게 대했다. 하지만 웬만한 도시의 한 구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시민 전체인 여기 화천(총 인구 약 2만 오천 정도)에서 사람은 어느 누구든 존재하는 자체로 각자가 아주 귀한..
201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