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지(8)
-
[리뷰] 말문이 막혔던 시간 말문이 트였던 공간 : 얼라이브아츠 코모 <벙어리시인>
얼라이브아츠 코모 글_정진삼 사진_얼라이브아츠 코모 & 정순구 1. 문을 연다. 여관에 들어선다. 좁다란 복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머리 높이만한 문이 있다. 사람하나 누울 자리. 바닥에는 종이들이 가득하다. 낮은 창문. 살짝 시큼한 냄새. 바닥에 기댄 중절모의 반바지 사나이. 누군가 잠들어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방을 옮겨 다닌다. 복도의 끝. 화장실.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 우리의 머리 위에서 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의동 보안여관. 그 곳에 서 있다. 나무 천장. 얽혀있는 선들. 노출된 회벽. 솟아나온 새끼 못들. 바닥에 수북한 종이들. 공간을 만지작거리며, 소곤대는 관객들. 광대를 연상시키는 큰 코트자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누군가. 벙어리 시인이다. 우리는 공연에 들어와 있다. 특정 장소에서 작품..
2011.11.21 -
제 1차 다원예술연속포럼「피지컬씨어터, 몸으로 말하다!」 - 새로운 개념 vs 멋대로의 창작
제 1차 다원예술연속포럼 「피지컬씨어터, 몸으로 말하다!」 - 다원예술, 피지컬 씨어터, 몸말 : 새로운 개념 vs 멋대로의 창작 글_ 김민관 지난 7월 13일(수) 오후 4시경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열린 다원예술연속포럼 1차, ‘피지컬 씨어터, 몸으로 말하다!’를 정리해 본다. 다원예술의 개념이 만든 담론의 장 첫 번째 발제로 말문을 연 것은 연극평론가 김소연이였다. 그는 다원예술이라는 개념과 다원예술의 여러 특성을 나열하는 측면이 지금 생각하면 장들을 연결시키는 데 유용했다는 생각을 피력했는데, 이는 다원예술이 하나의 장르가 아닌, 여러 장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그 장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고, 또 하나의 개념 안에서 담론의 장을 펼치게 만들었다는 함의로 파악된다. 축제 운영 방식의 측면이..
2011.08.13 -
[리뷰] 무엇이 삶으로부터 OO을 철저하게 감추려 하는가 - 이수영「Thanatonautes, 죽음 항해」
무엇이 삶으로부터 OO을 철저하게 감추려 하는가 - 이수영「Thanatonautes, 죽음 항해」 7월 21일 목요일, 섭씨 30도의 무더운 여름날, 이수영작가의 퍼포먼스 ‘죽음 항해’에 함께하고, 과정을 기록합니다. 글_ 홍은지 2:00pm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1번 출구 앞. 소형 임대 버스가 정차해있다. 한여름 뙤약볕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작가가 신청자 명단을 들고 도착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오늘 항해 참가자들이 모두 탑승하자 버스는 서울 외곽에 있는 벽제 화장장을 향해 도심을 빠져나간다. 2:40pm 벽제 화장장(火葬場)의 공식명칭은 서울시립 승화원이다. 그곳은 평소의 심리적 거리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다. 여기에서 우리는 화장시설과 봉안시설을 둘러볼 것이다. 안내 직원을 따라 우리는 승화원..
2011.08.05 -
[리뷰] <플러스 원> 새로운 변수를 찾아서
플러스 원 - 새로운 변수를 찾아서 글_조원석 기술과 예술이 만나면 기예가 되는 걸까? 아닐 것이다. 기예는 예술로 승화된 기술을 말한다. 그렇다면 기술은 무엇을 만나야 예술로 승화되는 걸까?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콘텐츠 개발 시범사업팀의 ‘플러스 원’은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시도한 공연이다. 과거의 기예가 오랜 세월을 걸쳐 몸에 배인 숙련된 기술의 경지였다면, 지금의 기예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과학 기술에 대한 창조적인 활용이다. 과거의 기예가 예술로 승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을 걸친 사물에 대한 이해 때문이다. 흙을 다루면서 흙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의 빛을 다루면서 그 빛을 이해하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고려청자이고, 인상파의 그림이다. 반면, 오늘..
2010.08.23 -
[리뷰]캐서린설리번+극단여행자 <영매>"관객의 욕망은 이 공연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관객의 욕망은 이 공연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캐서린 설리번 + 극단 여행자 글|홍은지 장례식 - 아, 이런, 누가 또 죽었다는 것인가? 최근에, 정확히 말하자면 2008년 2월 25일 이후 TV 뉴스 시간에 내가 가장 많이 본 장면은 장례식이다. 믿기지 않고 충격적이고 불쌍하고 분노가 치밀고 안타깝고 그리고 다시 삶이 이어지던 순간들이 하나의 패턴처럼 2년여 동안 반복되어 온 것 같다. 반복과 지속, 이것으로 죽음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일어나 - 밥 먹고 - 나가고 - 먹고 - 일하다 - 돌아와 - 먹고 쉬다 - 잔다. 이 사이에 죽음의 소식이 삽입되어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럴 수가. 무대는 장례식 공간이다. 조문용 화환, 거울(처럼 보이는 소품), 흙더미가 있다. 그 안..
2010.04.20 -
[연재] 아티스트창작워크숍spark | 7인의 스파커-3
7인의 스파커 ③ 부제-무의식을 살려내어 행복하게 살어보자! 돌아왔슴다! 하하하하? 장시간 연재를 쉬는 바람에 이게 무슨 글인가 하는 분들, 분명 계시다. 푸 추얼 핸접! 그 분들을 위해. 이 글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주최로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아티스트 창작워크샵인의 진행상황을 녹화중계하는 장임을 알려드리며. 지금은 9월. 이러다 연중 상시로 글을 계속 쓰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의도하지 않게 글쓴이(나, 김정현, 스파크 참가자 1인)의 삶과 맞물려 글쓰는 기간이 늘어나니 이것을 다큐멘터리적 글쓰기라 하면. 구차하겠지만 나는 워낙 형식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터라 그렇게 변명 한 스푼 넣어 이 새로운 형식을 떼 쓰듯 주장하는 바이다. 연재가 다소 길어졌지만 그래도, 그래도! 믿고 기다려주신 그 ..
200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