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여성예술인연대,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

2017. 1. 18. 21:52Feature

 

여성예술인연대,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

AWA 영업대리의 고백

 

글_AWA 영업대리(a.k.a 완앤뚜앤뜨리엔뽀 퐈 씨 앤 쎄브내에잇)

 

 

 

 

신비의 조직_여성예술인연대 AWA (Association of Women Artists)

작년 말에 조직된 ‘여성예술인연대(이하 AWA)’는 하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이 품앗이로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 담당 멤버가 바빠서 영업 담당인 내가 지난 1월 13일에 열렸던 역사적 모임의 후기를 쓴다. 미리 말하지만, 이 글은 거칠다. 두서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쓴다. 중요한 건 글쓰기에 자신 없는 내가 이 리뷰 쓰기를 자청했을 정도로 우리는 이야기를 할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어떻게 AWA의 영업 대리가 되었는지 이야기하겠다. 지난 금요일에 열린 <여성예술인연대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의 2부 토론 시간에 ‘예술계 내 성폭력 사태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열정적인 토론이 있었다. 사회자가 토론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감격해서 듣고만 있던 내게 발언 시간을 주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나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십 오 초간 정적이 흘렀다. 얼어붙었던 입을 떼며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 말과 글은 약하지만 몸으로 뛰는 영업은 자신 있다고. 그 순간부터 나는 AWA의 영업대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일을 담당하고 있다.

 

신제품 권유판매왕인 내가 잘 하는 것은 역시 현장영업이다.

 

 

 

시작은 분노였으나 그 끝에는 희망이

작년 10월 말부터 뉴스와 SNS에서 연거푸 쏟아져 나오는 성폭력 사건들에 나는 화가 났다. 하지만 글도 말도 조리 있게 못하고, 화도 야무지게 내지 못하는데다가, 말싸움, 주먹질도 못해서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대책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피해자들의 폭로 글을 읽고 있노라니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고 분통함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뭐든 돕고 싶었다. 그러다 여성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 ‘어떤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단 나 같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얼른 그들과 조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인에게 그 소셜네트워크 비밀 페이지에 초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 올라오는 공지들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던 중에 유례없는 이번 폭로사태에 여성예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비상 대책 회의가 열렸다. 숨어있던 능력자들이 시기적절하게 등장해서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연결해줬다. 우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찾아가서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그 무렵 누군가가 #예술계_내_성폭력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성명서에 다른 사람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은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성명서를 쓰는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성명서 단어 하나하나가 그렇게 정해졌다. 나는 매번 회의에 참석했다. 대부분 시간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오는 거였지만 다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에서 힘을 얻었다. 우리는 정성껏 작성한 #예술계_내_성폭력 성명서를 2016년 12월 25일에 발표했다. 여성예술인연대가 예술계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었다.

성명서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성명서를 전체 공개로 전환한 날에만 3백 개 이상의 서명이 들어왔다. 팔로워 한 명 없이 시작한 트위터와 만든 지 하루밖에 안 된 AWA 공식 페이스북이 해낸 성과치고는 대단한 일이었다. 동료 예술인들의 온라인 서명을 받기 시작하면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쉽게 서로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매일 쌓여가는 서명인 명단을 보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더 많은 사람을 모을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 러. 나 우리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일단 성명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시급했기 때문에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티타임. 마치 작전 타임처럼 들리는 이 말이 나는 좋았다. 성명서 서명운동 마지막 기간 동안 우리는 온라인에 모임을 공지하고 참가자들의 신청을 받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편하게 찾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에 가능한 날짜를 몇 개 골라 온라인 투표 형식으로 참가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1월 13일 금요일 밤으로 티타임 날짜가 정해지자마자 공간을 물색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다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얼마나 혼자 속을 태웠을지 안 봐도 알것 같았다. 귀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되기에 우리가 하고 싶은 말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로 프로그램을 짰다.

본격적인 티타임 준비가 시작되자 전시 혹은 개인 사정으로 활동하지 못했던 awa들이 돌아와서 슈퍼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도시를 들어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활동가이자 아티스트인 awa는 토론 프로그램을 쓱싹쓱싹 짜왔다. 저항의 공간을 운영했던 awa도 그룹토론을 시각화 시킬 수 있는 포스트잇 벽 만들기 기술을 전수했다. 이외에도 초창기부터 awa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여성예술인들이 각자의 노트북을 갖고와서 하루 만에 프로그램과 다과준비, 큐시트를 뚝딱 만들고, 다시 쿨하게 각자의 생활 전선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사항은 틈틈이 텔레그램 채팅을 통해 토론하고 투표로 결정했다.

 

 

우리가 모였다

‘여성예술인연대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은 2000명이상 서명한 ‘#예술계_내_ 성폭력 성명서’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그동안 AWA에서 세운 계획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처음 기획 되었다. 이미 계획은 있었다. 꼼짝도 안하는 예술계를 움직이게 하려면 그들이 가장 많이 의지하는 ‘권력’을 흔들어야 한다. 성명서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도적 개선’ 이다.

 

 2017년 1월 13일(금) 7시부터 9시까지,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여성예술인연대 다음 행동을 도모하는 신년 티타임]은 총 33명이 참석했다. 남성 참가자도 있었다.

 

 

카페 별꼴에서 후원받은 비건 브라우니

 

 

티타임에서는 법적 문제를 염려해 녹취는 금지했고, 사진촬영은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부탁했다. 초반 30분은 AWA의 결성과 성명서에 관한 멤버들의 발표가 있었다. 나머지 1시간 40여 분은 참여자들 모두 5조로 나누어서 예술계 내 성폭력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이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법, 그리고 해결 방법의 연장선상에서 AWA가 해야할 일들 등, 이 세 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했다. 토론의 내용을 세 가지 색 포스트잇에 정리하고 벽면에 맵핑을 하여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는 시간도 가졌다.

 

 

토론 중인 참여자들

 

 

맵핑 중인 참여자들

  

포스트 잇에 적힌 다양한 이야기들

 

 

우리는 연대할수록 강해지고, 사라지지 않는다.

‘여성예술인연대(AWA)’는 수평적이며 열려 있는 자생적 조직이다. 바꿔 말하면 AWA 멤버 모두는 시간과 돈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걸 담당하고, 한 달에 두세 번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차를 마시며 문제 해결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밥을 먹고 헤어진다.

얼핏 보면 작년의 폭로 사건은 조용히 잊혀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외려 폭로 피해자나 폭로 글을 유포한 사람들이 가해 지목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보면서 많은 작가들이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우리들은 불리한 투쟁을 지치지 않고 이어나가야만 한다. 우리는 더 많은 예술인들이 AWA를 통해 두려움 없이 연대하길 원한다. AWA는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아하고 재기발랄한 기세를 모아 ‘구린 것’ 을 바꾸고자 한다. AWA는 앞으로 ‘#예술계_내_성폭력 문제’ 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우리, 고독한 개인사업자, 예술가들은 쫌 모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좋다. 오프라인에서 진짜로 몸과 몸이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경험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어색하다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우선 오프라인으로 직접 만나는 것, 서로의 존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한다.

AWA는 상식과 매너가 기초하는 환경을 쟁취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가 여자이든, 어리든, 경력이 없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예술로 전달하는 메시지와 삶이 동시에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니던가.

“땅 불 바람 물 마음~다섯 가지 힘이 하나~로 모이면 캡 틴~플레닛 캡틴 플레닛~” 아, 이 만화주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여튼 이 만화주제가는 서로 다른 힘들이 모이면 힘이 짱 쎄진다, 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연대할수록 강해진다.

영업대리니까 영업으로 마무리하겠다. 지극히 개인주의자인 나는 AWA활동이 즐겁다. 이곳에서는 섬세한 무리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무리생활의 예를 하나 적으려고 했으나 너무나 섬세한 나머지 언어로 기술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한다. 하지만 AWA에 오면 그게 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AWA는 더 많은 참여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멋있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입니다. 돈 비 샤이(Don't be shy)."

 

 

 

*여성예술인연대 SNS페이지 바로가기 >>> www.facebook.com/speakout.awa

**여성예술인연대 문의 이메일주소 >>> speakout.awa@gmail.com

 

 

  필자_AWA 영업대리

  소개_엄청난 딸기코. AWA 안에서 영업대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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