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09 홍대앞 다시보다 「수집가 홍씨의 2009 아카이브展」 - 홍대 앞 다시 볼까?

2009. 11. 11. 12:29Review

홍대는, 내 일터이고 고민거리이고 놀이터이다. 요즘 이런 놀이터가 모두 같은 색으로 덧칠되어지는 것 같아 아쉽지만, 홍대 앞에 그 목적을 다하며 곳곳에 드러나게 혹은 숨어 있는 공간들이 있기에 홍대가 예술의 공기를 뿜어내며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홍대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수한 공간들이 어디에 있는 건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홍대가 상업지구가 되고 더 이상 홍대에서 예술은 찾을 수 없고 그 정체성이 퇴색되어 간다고들 평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로 홍대 들여다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썩 괜찮은 아카이브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도시 곳곳에 놀려먹는 건물이 생겨나면서 홍대에 위치한 동사무소 하나가 서교예술실험센터로 바뀌었다. 이 공간이 생겨나기 전 홍대 앞에 거주하는 많은 예술인 단체들이 모여 이 공간을 어찌 사용 할지, 많은 논의와 과정들을 거쳐 가면서 하나의 단체가 공간을 독점하지 않고 관리하기 위해 마포구에서 서울문화재단으로 공간의 관리가 넘어가게 되었다. 올 봄 개관을 준비하며 동사무소건물이 어떻게 변화할지 틈틈이 지켜보기도 했다. 지난 6월 오픈을 하며 축제의 본부로, 홍대에서 일어나는 행사들의 전시, 공연공간으로 사용되더니 그 동안 만났던 이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당을 한다기에 어디 한 번 볼까하는 생각에 아카이브전에 들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위치가 홍대의 중심에 위치한다마는 붐비는 위치도 아니고, 찾아오는 홍보물이나 배너들이 충분치가 않아 아는 사람만 찾아 오는 것 같다.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함께 고민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문을 들어서니 1층 공간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공연과 전시와 그 외 행사들, 공간오픈에 관련된 브로슈어, 리플렛들이 가득하다. 유심히 읽어보다 맘에 드는 예쁜 엽서들을 집어 가방에 주섬주섬 넣다보니 어두컴컴한 색의 벽에 뭐라 뭐라 쓰여진 글이 붙어있더라. “어라, 서울프린지네트워크도 있네.” 홍대 앞에서 생활하고 있는 단체의 이름들과 함께 테이블은 그들의 연간활동에 관한 기록들(연구보고서, 간행물, 브로슈어, 포스터, 엽서 등)을 한가득 쏟아내고 있었다. 나도 홍대 앞에서 일터를 두고 간간히 다른 단체의 활동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건 너무 많아. 낯선 이름이 눈에 가득 펼쳐져있는 거다.(특히나 취약한 미술,전시분야의 움직임들) 거들먹거리며 아는 척 까불다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랄까?
거기다 익숙한 단체들도 무수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만 하더라도 많은 일들을 하지만… 참 무심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한편으로 이런 자리를 통해 홍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공간이 상시로 운영되고 개방되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눈에 들어오니 그 절실함이 더 느껴지는 듯.



대표되는 전시와 아카이브전으로 1층을 가득히 매웠다면, 지하는 요즘 인디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 놓았다. 인디뮤지션 음반100을 선보이며 과거 레코드가게가 살짝 연상되듯 청음시설이 갖춰져 있다.




반갑기는 했다만,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 이유인즉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운영공간으로 사용되었던 서교실험센터 내부 디자인과 너무 흡사하니, 아니 저작권을 침해당한 것이 아니냔 말이다. 참 사람들이 좋은 것을 좋다하고 얘기하고 도움을 청하면 될 것을 소리 소문 없이 스르륵 베껴다 사용하는 것은 무슨 심보란 말인가. 음원 불법 다운로드 금지를 외치는 시점에 공간구성의 카피는 다른 차원인가?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한다. 그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하고 공간에 디자인 작업한 수고가 고스란히 너무 쉽게 가져다 써버리는 뻔뻔함은 참, 우습다.

어쨌든 개인적인 감정의 호소는 이쯤 해두고, 무턱대고 라이브 클럽을 찾거나 홍대를 휘젓고 다닐 모험에 용기가 나질 않는다면 이 기회 “홍대 앞 다시 보다”에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너무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대신 너무 방대한 양의 기록물들에 겉만 훑어보는 식으로 지나버리게 되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번엔 메모지 준비해서(모두 열람용이다 보니) 다시 한 번 찬찬히 훑어볼 생각이다. 이 많은 단체들 뭐하고 사는지 직접 방문하기 전 좋은 팁이 되지 않을까. 다들 바쁘게 재밌게 신기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누가 뭐라하든 홍대 앞 한켠에서 자발적인 예술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이것으로 홍대는 충분히 애정을 가지고 덤빌만한 작업공간이자 놀이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숨어있지 말고, 혹은 숨어있는 듯 보이게 활동하지 말고 부끄러움 조금 벗고 살갛을 살짝 내비치는 것이 어떨까 싶으다.
 

2009 홍대 앞 다시보다 | 수집가 홍씨의 2009 아카이브展
http://cafe.naver.com/seoulartspace/

 

글 | mei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