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떠한 장르가 아닌, 음악 - 잠비나이 신곡발표회

2014. 2. 9. 20:09Review


어떠한 장르가 아닌, 음악 -

'잠비나이' 신곡발표회

글_나그네

 

피리, 태평소, 해금, 거문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젊은 사람들에게 더더욱 생소한 악기들이 되어버렸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국악을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우리 문화라고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평소나 해금을 연주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틀에 박힌 전통적인 멜로디를 연주할 필요는 없음을 잠비나이는 여실하게 보여준다.

 

▲ 잠비나이 (출처 http://www.maniadb.com/artist/379038/?p=379038)

 

전통 악기들과 전자 악기를 조합하여 이전까지는 접해볼 수 없었던 색다른 소리를 창조해내는 그들은 때로 퓨전 국악 밴드라고 불리우지만, 그들은 그러한 명칭으로 그들을 하나의 장르에 국한시키는 것을 거부한다. 그들이 하는 것은 단지 '음악'일 뿐이라고.

2012년 요맘때에 발매되었던 잠비나이의 첫 정규 음반 "차연(Difference)"201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내외 음악인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으며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아티스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지난 22(그러고 보니 그들이 1집 음반을 발매했던 날짜와 같다), 새로운 정규 음반을 발매하기 전의 소소한 신곡 발표회가 문래 예술 공장에서 열렸다.

구정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고향집에 다녀온 후의 노곤함을 씻으려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 그럼에도 공연장은 잠비나이의 새로운 음악은 또 어떤 느낌일까호기심에 잔뜩 달아올라 있는 사람들로 빼곡히 차있었다. 이번 공연은 풀 밴드 셋으로 진행이 되었고, 조명 외에는 별다른 연출이 없는 단촐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잠비나이가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꼭 심오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각 멤버들과,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각기 다른 악기들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과 소재들이 되어 이러한 스토리도 만들어내고, 저러한 스토리도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공연에는 별다른 무대 연출은 전혀 필요치 않다. 그저 그들이 내고 있는 소리가 내 머릿 속으로 흘러들어와 새롭게 만들어진 잔상에 집중하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그들은 신곡들의 제목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난 그것이 참 좋았다. 아무래도 처음에 "이번에 연주할 곡의 제목은 무엇입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 제목이 주는 이미지를 바탕에 깔아놓고 한정된 스토리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치만 꼭 제목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어도, 어떤 곡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까만 밤의 깊은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어떤 곡은 깊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무언가에 쫓겨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그 때의 느낌들을 되새기다 보니 이번 신곡들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느낌은 절박함혹은 심연이라고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

 

 

잠비나이의 음악은 거칠고, 부드럽다. 잠비나이의 음악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가사가 없이, 연주만으로 이러한 느낌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뻔하지 않은 악기들로 더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하는 것이 감탄스럽다. 거문고 줄이 뜯길 듯이, 드럼이 부서질 듯이. 따로 따로 들으면 어쩜 조금 지나칠 정도로 강렬한 것이 아닌가 싶은 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면 그 줄기가 얽히고 설켜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내니, 이것 참 아이러니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또 그 나무에 열린 이야기들은 동양의 악기가 주가 되었다고 해서 동양적인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지만은 않다. 이해가 쉽도록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때에는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다가도, 또 어떤 때에는 터미네이터나 28주 후와 같은 외국 영화가 떠오른다. 그렇기에 잠비나이의 음악이 국내 음악 팬들 뿐 아니라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원하는 해외의 수많은 음악 팬들에게도 어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을 넘어선 절박함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깊은 외로움 혹은 고통. 평상시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무거운 주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주었던 잠비나이의 새로운 음악들. 이번 음반은 1집에 비해 좀 더 심오하고 무게감 있는 음반이 될 것이며,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쉽게도 신곡 발표회를 놓쳤지만 잠비나이의 신곡이 너무 궁금하다면, 오는 28일에 있는 신나는 섬, 바드, 빅터뷰와의 공연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 잠비나이 다음 공연 안내 포스터

 

▲ 잠비나이 공연실황

 

*사진제공_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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