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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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몸말프로젝트「바디 모놀로그」- 싸우려고 들이댄 총구 앞에 꽃을 내밀다
"도대체 내 각막에 씌워놓은 현대예술이라는 찬 덮개를 말이오. 씌워놓은 자가 어여 와서 도로 가져가라." 몸말프로젝트「바디 모놀로그」 - 싸우려고 들이댄 총구 앞에 꽃을 내밀다 글_ 김바리 공연을 보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씁니다. 1. 언젠가부터 책을 읽는 일에서 ‘읽는 행위’자체가 중요해졌다. 글자가 열을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종이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글자가 글이 되고, 글이 의미가 되고, 의미가 느낌이 되어 내 심장에 내려앉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격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격하게 두근대는 가슴으로 읽어 내려간 ‘책’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책을 먹고 바로 싸버렸나.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고 턱과 이빨을 무척이나 딱딱 부딪히고 싶은 것처럼. 그렇게 책을 먹었나. 독..
2011.02.10 -
[리뷰]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미학-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크리스마스 스타>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미학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개막작 글_ 윤나리 누군가의 블로그에 적혀 있었다. '12월은 참 기다려지는 달입니다. 크리스마스때문일까요?' *상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스포일러는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가족 영화. 이 두 단어만으로도 이 영화는 대충 짐작이 가능해진다. 내가 가장 설렘과 긴장의 연속을 오가는 계절은 단연 겨울이다. 짐작가능하겠지만 ‘크리스마스’ 때문이다. 도저히 언제부터, 그리고 왜인지 파악이 불가능한 이 맹목적 기다림은 늘 좋은 끝을 맞이한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번 기다려진다. 그나마 기원을 찾아보자면 어려서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은 외국영화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서양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크고 성대하게 치러진다. 종교적인 ..
2010.11.08 -
[리뷰]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 극단 '위드오즈' <숙희씨네 코끼리>
코끼리, 나무, 바퀴벌레, 인간, 인디스트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극단 '위드오즈' 글_ 정진삼 1. 코끼리 어느 날 스승님이 말했다. “상상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할 상(想) 자에 형상 상(像)자. 뒷 글자는 코끼리 상(象)자에 사람(人)이 더해진 것이다. 예전에는 코끼리를 보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보지 못한 코끼리의 모양을 생각해서 그리는 것. 이것이 상상이다.” 2. 나무 음악극이란다. 라디오 디제이 씨코드와 지코드가 ‘바퀴벌레’ 와 연애하게 된 청취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기타, 건반, 타악으로 단촐하게 짜여진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무대가 밝아지면 문에 들이찬 거대한 나무가 중심에 서 있다. 가져갈 짐은 싸고, 놓고갈 짐은 남겨진다. 숙희씨네 이사가는 날, 코끼리는 간데없고..
2010.09.24